[한의사 김황호의 음식약식] 마음가짐, 마음의 병 뛰어넘는다

2013년 4월 5일 업데이트: 2019년 6월 28일

오늘은 음식이나 약재에 대한 이야기 대신 진료실 이야기를 잠시 할까 합니다. 저는 주로 화병, 공황장애, 불면증 환자를 치료합니다. 많은 분들을 뵙고서 느끼는 점이 있어서 이번 주는 이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한의학에서 보는 불건강과 건강의 상태는 연결선상에 있습니다. 즉 병이 있는 상태와 건강한 상태로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몸을 그래프로 그린다면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옆으로 쭉 나아갑니다. 그런데 불건강하다고 느끼게 되는 어느 선이 있다면, 그래프가 그 선 위에서 움직일 때는 전체적인 컨디션이 떨어져도 그다지 불편하게 느끼지 않습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이 힘들어서 그래프의 힘도 떨어질 경우에는 아프다 말다를 반복하게 됩니다. 더욱 심신이 나빠지면 그래프가 좀 올라가도 아프고 내려가면 더욱 아프다고 느끼게 됩니다.

 

신체가 불편을 느끼고 힘들어지는 점수가 60점이라고 볼 때, 내 몸이 80점과 60점 사이로 오갈 때는 크게 불편을 못 느끼다가 70점과 50점 사이를 오가면, 때로 불편해지게 된다는 뜻입니다. 만약 60점과 40점 사이를 오가게 되면 60점일 때는 그럭저럭 지낼만하지만, 40점까지 떨어진 날은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게 됩니다.

 

마음의 병은 이런 점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마음의 병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을 약하게 보고 자신을 아프게 하는 외부 상황을 더욱 크게 본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나의 상태가 50점이고 스트레스 요인이 60점 정도라면 실제로는 10의 차이로 고통을 느끼는 것이고, 10점만 극복한다면 다시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상태를 50점이 아니라 30점 정도로 약하게 보고, 스트레스 등 외부 요인을 60점이 아니라 80점 정도로 크게 봅니다. 이 때 격차는 -10에서 -50으로 크게 벌어집니다.

 

모든 것이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일에 동의하지 않으시더라도, 많은 것이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처음 진단 이후 환자를 접하고 드리는 말씀은 나를 약하게 보지 말고, 밖을 크게 보지 말라는 것입니다. 적절한 진단과 치료로 약간 호전되기 시작하면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을 똑바로 바라보게 됩니다. 그때 실마리가 서서히 풀리게 됩니다.

 

광장공포증을 수반한 공황장애 환자가 왔습니다. 광장공포증은 광장처럼 넓은 장소 혹은 지하철처럼 답답하고 쉽게 빠져나갈 수 없고 도움을 받기 힘든 장소에서 까닭 없이 공포를 느끼는 증상입니다. 심한 경우 호흡곤란을 동반한 발작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환자 한 분이 직장 스트레스와 과로로 심신이 크게 약해지면서 전철은 물론 버스와 고속도로 이용도 힘들어져서 내원하게 됐습니다. 다음 달 있을 해외 출장도 비행기 타기가 두려워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 달 안에 공포증에서 벗어나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습니다.

 

진단 결과 간과 심장의 맥이 긴장이 심했습니다. 그에 반해 대장과 폐의 맥은 약해진 상태였습니다. 이런 불균형 상태를 바로잡는 침치료를 한 다음에 다시 맥을 보니 불균형이 어느 정도 바로잡혀 있었습니다. 환자분도 가슴이 좀 진정되고 답답한 것이 풀리고 머리도 맑아지는 기분이라고 합니다. 이후에 자율신경 테스트 결과 등을 설명드리면서, 방금 전 진단한 내용과 치료 전후에 대해 알려드리고 극복의 과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감당하기 힘든 고통은 스스로를 부정하고 약하게 보게 합니다. 자존감이 확 떨어지게 됩니다. 처음에 하는 것은 용기를 불어넣는 일입니다. ‘회복이 안 될 정도로 나쁘지 않다. 장점도 있다. 인내심이 강하고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남을 괴롭히기 보다는 스스로 감당하는 마음가짐이 좋다. 야구할 때 10:9로 지는 것도 패배고, 10:0으로 지는 것도 패배지만, 다음 게임에서는 다를 수 있다. 지금 느끼기에는 10:0으로 진 것처럼 느끼지만, 내가 보기에는 10:9로 진 것이다. 충분히 극복 가능한 점수차다. 쉬운 게임부터 다시 해보자.’

 

어느 정도 치료 후 호전을 느끼는 시점에 이전에 못타던 버스에 한번 올라보자고 합니다. 예전에는 발작을 일으킬 상황이었음에도 가슴만 살짝 답답하다가 그칩니다. 이때 자신감이 생겨 밖을 크게 보고 나를 작게 보는 처음의 마음이 풀어지기 시작합니다. 이후 전철도 도전해보고, 직장 상사의 압박에 처해도 보면서 이전보다 잘 버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게 되면 이전과 같은 발작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물론 해외출장도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힘든 현실에 부딪히고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부족한 사람이라고 느낀다면, 실제로는 아주 약간 부족할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계기가 필요합니다. 믿을 수 없는 기적을 보이고 난관을 헤쳐나가는 사람은 반대로 자신의 힘을 더욱 강하게 믿고 현실을 보다 쉽다고 인식하기에 실제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글/ 한의사

 

경희대 한의학과 졸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現 강남경희한의원 원장
저서 ‘채소스프로 시작하는 아침불끈대혁명’

김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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