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황호의 飮食藥食] 내 몸에 난로 ‘고추’

2013년 11월 25일 업데이트: 2019년 6월 28일

고추를 주제로 글을 써보자는 담당기자의 의뢰에 흔쾌히 응해놓고 보니, 고추가 조선 후기 한국에 들어와서 동의보감에 언급이 아예 없다는 사실이 뒤늦게 생각났습니다.

그래도 조선후기 서적이나 다른 나라의 서적에는 고추에 대한 언급이 제법 있습니다. 고추를 처음 먹을 당시는 충격이 제법 컸나 봅니다. 너무나도 매웠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식감촬요(食鑑撮要)라는 책에는 고추가 아주 맵고 성질이 뜨거워서 화(火)가 동하고 창(瘡, 종기와 상처 등등)이 나며 낙태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고추가 비록 맛있고 좋은 작용도 있지만 조심해야 하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고추가 지금의 청양초보다 더 매웠는지는 제가 확인할 길은 없지만 고추의 매운 맛이 한국 전통의 맛은 아니라는 점은 늘 새롭게 다가옵니다.

말린 고추의 붉은 색은 예부터 잡귀와 사악함을 몰아내는 의미로도 쓰였습니다. 장을 담근 뒤 장독에 붉은 고추를 두른다든가 아이를 낳고 나서 고추를 문 앞에 걸어 놓는다던가 하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고추의 특징은 매운 맛과 뜨거운 성질입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위와 장을 따뜻하게 하고 위를 따뜻하게 하기 때문에 식욕도 잘 돌게 하고 소화도 잘 되게 합니다. 추위를 몰아내고 견디게도 해줍니다.

예전에는 수박과 같이 찬 것을 먹고 설사를 하거나 배가 아플 때 고추를 먹어서 찬 기운을 몰아내고 복통을 잡았습니다. 감기에 쓰는 대부분의 약재가 매운 맛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고추를 감기 초기에 활용한 것도 지혜롭다고 하겠습니다.

단 열감기나 독감 등에는 좋지 않고, 으슬으슬 추우면서 오는 몸살 감기에 좋습니다. 설사와 복통에 고추를 먹는 것도 차가운 음식을 먹고 생긴 경우거나, 배가 차서 생긴 경우에 가능합니다. 매운 것만 먹으면 설사를 하는 분들에게 고추를 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음이 허한 분은 금물

반대로 평소 속에 열이 많고, 음이 허한 분들에게는 고추가 좋지 않습니다. 음(陰)이 허하다고 할 때 증상은 손발이 뜨겁거나,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잠이 얕거나, 입이 마르고 소변이 누렇거나, 대변이 건조한 증상이 늘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또는 열이 시시때때로 위로 뜨고, 어지럽고 식은땀이 나고 오후만 되면 볼이 발갛게 되는 경우도 음이 허한 경우입니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활발하게 하는 양의 작용보다는 몸을 촉촉하게 하고 몸의 구성 성분이 되는 물의 작용이 약한 경우입니다. 양이 허한 경우는 손발이 차고 무기력하고 피로하며 추위를 많이 타고 대변이 묽으며 소변이 맑으면서 양이 많은 경우입니다.

고추는 태음인에게 가장 좋습니다. 소음인도 너무 맵지 않게 간으로 매운 맛을 곁들이면 좋습니다. 밥도 잘먹고 소화가 잘되게 하는 것은 소음인에게도 좋습니다.

고추의 맵고 건조한 기운을 오행에서 볼 때 금(金)이라고 하는데 태음인은 기본적으로 폐와 대장과 같은 금(金)의 장부가 약합니다. 간혹 태음인 중에도 고추를 많이 먹으면 설사를 하거나 속이 따끔거리는 경우도 있는데 양을 조절하거나, 아니면 고추 자체가 맞지 않는 경우입니다.

정리하면 소양인이나 태양인과 같은 양인은 고추를 간혹 맛있게 드시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자주 먹는다거나 고추 다이어트를 한다거나, 지나치게 매운 불닭과 같은 음식을 즐기면 건강을 해칩니다. 또 위염과 식도염 등이 있는 분들도 고추를 멀리 하시는게 좋습니다. 고추에 항암 작용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발암 작용이 있다는 주장도 있는 것처럼 고추는 양날의 검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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