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황호의 飮食藥食]고기, 똑똑하게 먹는 방법

2012년 10월 31일 업데이트: 2019년 6월 28일

식습관은 상당 부분 취향, 습관, 기호를 따라간다. 어떤 경우는 몸이 요구하는 것보다는 혀와 머리의 명령에 따라 좋지 않은 것을 자주 먹기도 한다. 진료실에서 환자의 식습관을 자세히 물어보는데,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을 장기간 섭취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소양인이면서 홍삼과 마, 대추 등을 10년 넘게 장복한 사례 등이다.

인간보다 본능에 더 충실한 짐승은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은 먹지 않는다. 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대부분 그렇다. 먹는 것을 끊을 때도 있고, 마당에 풀어서 키우는 개가 가끔은 필요에 의해서 풀을 뜯어 먹을 때도 있다. 취향보다는 본능적으로 몸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다. 인스턴트 식품과 지나친 육식 선호는 대부분 몸에 좋아서가 아니라, 당장 맛이 좋기 때문이며 이런 음식들이 집착을 강하게 하기 때문이다. 흔한 말로 인이 박힌다는 경우다.

그래서 가급적 자신의 체질과 약점을 알아 두고 내 몸에 좋은 음식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으면 좋다. 특별히 감각이 발달해서 몸에 좋은 음식을 잘 찾아내는 경우가 아니라면 더더욱 그러해야 한다. 한 가지 예외는 신체가 튼튼하고 균형이 상당히 잘 잡혀 있는 경우는 음식의 영향을 거의 안 받고 늘 평형을 잘 유지하는데, 궁극적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상태라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한의학에서 예부터 말한 음양이 균형을 이룬 ‘음양화평지인’ 등이 대표적인 예다.

 

고기 먹으면 힘난다?
이번 연재에서는 논란이 많은 주제인 육식에 대해 먼저 알아보고자 한다. 동의보감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민간에서 고기가 보하는 성질이 있다고 하나, 고기는 보하는 성질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양(陽)을 보하는 성질만 있다. 지금 허약해진 사람에게 양에 문제가 없고 음(陰)에 문제가 있는데, 고기로서 보하고자 한다면 산에서 물고기를 찾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흔히 고기 먹고 힘내자라는 말을 쓰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어떤 고기를 먹느냐에 따라 반도 안맞을 수도 있다. 흔히 우리가 고기를 먹어야 힘을 쓰고, 고기를 먹어야 몸이 튼튼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의보감에 거론한 대의학자 주단계 선생의 이론은 고기가 우리 몸의 음과 양 중에서 양을 보하는 작용이 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고기는 흔히 먹으면 몸에서 양기와 열기를 강하게 한다. 육식은 일반적으로 음기를 보하는 작용이 약하기 때문에 음기가 허하거나 열이 심한 사람은 그다지 좋지 않다.

흔히 나이를 먹으면 마치 고목나무가 마르듯이 우리 몸의 음기가 먼저 줄어든다. 피부의 윤기도 사라진다. 그래서 나이를 먹을수록 고기 섭취량을 점차 줄이는 편이 좋다. 현실적으로 채식만 한다거나 육식만 하는 것은 힘든 일이기 때문에, 지혜롭게 가려 먹는 요령이 필요하다. 또 변비가 심하거나, 고기를 먹으면 밤과 아침에 목이 마르고 잠을 깊이 자지 못하거나, 소화가 불량하다면 육식을 줄이는 것이 좋다. 대원칙은 먹고 몸이 불편하면 안 먹으면 된다.

 

체질별 맞춤 육식
체질별로 고기를 가려 먹는 것도 중요하다. 사상 체질에서 소음인에게 좋은 고기로 개, 닭, 오리, 꿩을 추천한다. 소음인은 다른 체질에 비해 양기가 약한 편이어서, 고기 중에서도 따뜻한 성질을 가진 것이 좋다. 고기 종류 중에서 조류는 양기가 강하다. 조류의 고기를 비롯해 소음인과 반대의 성격을 가진 닭과 개가 좋은 고기다.

태음인에게 좋은 고기로는 소고기를 추천한다. 태음인은 흔히 육식을 선호하는 편이고, 대장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고기를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하지만, 육식만 하는 것보다는 뿌리채소를 곁들이는 것이 좋다. 뿌리채소는 태음인의 약점을 효과적으로 보완해 준다. 당근과 무가 대표적이다. 바람이 있다면 전국의 육류를 파는 식당에서 상추와 깻잎 외에 당근이나 무를 몇 점 썰어서 같이 두면 어떨까 한다.

소양인에게 좋은 고기로는 돼지고기를 추천한다. 돼지고기는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육류 중에서 음기가 가장 강한 편이다. 소양인은 다른 체질에 비해 음기가 부족한 편이어서 돼지고기가 좋다. 하지만 간혹 위장 기능이 많이 약해진 소양인들은 돼지고기를 먹고 설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태양인은 육식이 가장 맞지 않는 체질이다. 한의사들 사이에 농담으로 보리고개 시절에 고기 구경도 하기 힘들고 풀뿌리에 소나무 껍질 벗겨 먹었을 때 태양인이 가장 건강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도 긴수염고래목에 속하는 고래 고기는 괜찮다는 임상 경험이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이는 대략적인 분류이며, 연령과 음양의 상태에 따라 자기 체질에 맞는 고기라도 몸에 맞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다.

 

 

 

글/ 한의사

 

경희대 한의학과 졸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現 강남경희한의원 원장
저서 ‘채소스프로 시작하는 아침불끈대혁명’

 김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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