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경항모 도입 예산 확정…“대양해군 발판 마련”

최창근
2021년 12월 6일
업데이트: 2021년 12월 6일

한국형 경항공모함 도입, 김영삼 정부 이후 해군 숙원 사업
文 대통령 강한 추진 의지
육군 출신 야당의원 반대라는 암초…예산 통과로 사업 순항 예정

12월 3일, 2022년도 정부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당 단독 처리한 새해 예산안 표결 과정에서 제1야당 국민의 힘은 반대·기권표를 던졌다. ‘슈퍼 예산’이라 할 수 있는 총 607조 원 규모의 차기 년도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 간 의견이 첨예하게 충돌한 지점은 총예산 72억 원 규모의 경(輕)항공모함 기본설계 예산안이었다. 꼬리라 할 수 있는 72억 원짜리 예산이 607조 원 전체 예산이라는 몸통을 흔든 셈이다.

지난 11월 16일, 국회 국방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사업 내용의 적정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경항공모함 관련 예산을 5억 원으로 삭감 의결했다.

국방부·방위사업청 등 관련 부처는 기본 설계 착수금 62억 4100만 원, 경항공모함 탑재 함재기 자료·기술지원(FMS) 예산 8억4800만 원, 간접비 9900만 원 등 총 71억8800만 원의 예산을 요청했다.

5억 원의 예산안은 경항공모함 건조 추진을 위한 자료 수집·조사 목적 국내외 출장비만 남긴 것이었다. 기본설계 비용으로 전용해서는 안 된다는 부대조건까지 달았다. 사실상 경항공모함 건조 사업을 백지화하라는 의사 표시였다.

국방부는 2033년까지 3만t급 경항공모함을 국내 연구개발로 설계·건조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경항공모함 건조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방 분야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지난 3월 26일,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도 문 대통령은 “2033년 무렵 모습을 드러낼 3만t급 경항모는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 조선 기술로 건조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경항공모함 도입은 1990년대부터 해군의 숙원 사업이다. 추진 여부를 두고 찬반양론이 맞서 온 대표적 사업이다. 경항공모함 도입을 둘러싼 찬반 논쟁은 1997년 김영삼 정부 때부터 이어져 왔다. 초기 군 내부에서도 의견 대립이 격렬했다.

사업에 반대하는 측은 경항모 무장능력, 생존 가능성 논란 등을 들어 ‘무용론’을 주장했다. 운용 목표가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항모를 보호할 구축함 등이 충분히 갖춰지지 못하면 적에게 쉽게 격파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예산 과소 추계 논란도 일었다.

반면 해양주권 수호, 대양해군 건설을 위해서는 경항공모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 역시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20여 년 우여곡절 끝에 국방부는 2019년 8월, 경항공모함 사업을 공식화했다.

지난해 발표한 지난해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에 개념 설계와 기본설계 계획에 ‘다목적 대형 수송함-Ⅱ’ 개념설계 계획을 반영하면서 사업을 공식화했다. 해군이 그린 청사진은 2033년까지 약 2조 6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국내 첫 3만t급 한국형 경항공모함을 건조한다는 것이다.

한국형 경항공모함은 탐지 장비, 방어 무장 등을 갖추고 다양한 항공기를 탑재·운용하며, 해양 통제와 상륙작전 임무 등을 수행하는 함정이다. 연간 운용 비용은 약 1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경항공모함은 예산 심의 과정에서 사업비가 반영되면 2~3년간의 기본 설계와 5~7년의 상세설계 및 건조 단계를 거쳐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었다.

실제 지난해 말 해군은 경항모의 밑그림을 그리는 개념설계안을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받은 상태이다. 올해 한국국방연구원(KIDA) 사업 타당성 조사, 국방부 연구용역에서 각각 경항모 건조 사업에 대해 ‘조건부 타당성 확보’ ‘경항공모함 확보 필요’ 등의 결론을 도출했다.

순항이 점쳐지던 경항공모함 도입 사업은 국회라는 암초를 만났다. 한기호(예비역 육군 중장, 육군교육사령관)·신원식(예비역 육군 중장, 합참 차장) 등 육군 장성 출신 국민의 힘 의원들이 경항공모함 반대론을 펼쳤다.

이들은 ‘북한과 주변국에 대응할 수 있는 핵심전력은 잠수함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라고 보고 경항공모함은 필요하지 않다. 경항공모함 건조에 2조 6000억원, 경항공모함 탑재할 수직이착륙 전투기(F-35 B) 10여 대(전문가 추산 20대) 도입에 약 3조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것도 과도한 예산 낭비’라고 지적하며 반대론을 펼쳤다.

‘육군’ 출신의 반대에 해군 측은 적극 반박했다. 지난 10월, 충청남도 계룡시 계룡대에서 열린 해군본부 국정감사에선 부석종 해군 참모총장은 “김영삼 정부 때인 1996년부터 25년간 연구를 지속해서 해왔고, 2012년에도 해군 강화 연구에서 수직이착륙 항공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부 참모총장은 이어 “자주국방 측면에 경항모는 혁신적인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고 한·미동맹과 관련해 보완재 역할을 할 수 있다. 전략적 불확실성과 주변국 견제, 국익 수호 등을 뒷받침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전력으로 충분한 조건과 시기가 됐다”고 강조하며 일각에서 제기된 ‘경항공모함 무용론’에 항변했다.

국회 국방위원회의 관련 예산 삭감으로 백지화 수순을 밟던 경항공모함 예산안을 부활시킨 주역은 청와대이다. 이철희 대통령 정무수석 비서관이 국회를 찾아 여야 의원들을 접촉하며 경항공모함 예산안 반영을 설득했다. 이철희 정무수석의 행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항공모함 추진 의지를 반영했다.

청와대의 의중 전달 후, 여당은 경항공모함 ‘예산 사수’ 방침을 정하고 야당과 최종 협상에 나섰다. 국민의 힘은 자당(自黨) 소속 국방위원들의 의견대로 반대 입장을 유지했지만 수적 열세 속에 경항공모함 예산 통과를 허용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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