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도 전임자 뒤잇나? 사임설 다시 제기

사임한 전임 교황 유해 찾아 "권력 포기는 겸손의 힘"
최창근
2022년 08월 30일 오후 2:00 업데이트: 2022년 08월 30일 오후 2:00

“권력 포기는 겸손의 힘이다.”

프란치스코 로마 가톨릭 교황이 8월 28일, 이탈리아 중부 라퀼라의 산타마리아 디 콜레마조 성당을 찾아 한 말이다. 라퀼라에는 가톨릭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스스로 사임한 첫 교황 첼레스티노 5세의 유해가 안치돼 있다. 이 속에서 교황 자진 사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다시 제기됐다.

제192대 교황 첼레스티노 5세는 즉위 5개월 만인 1294년 12월, 사임했다. 이를 두고서 단테는 ‘신곡’에서 ‘겁을 먹고 큰 지위를 버린 사람’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 예수의 으뜸 제자 성 베드로의 후계자이자 ‘하느님의 지상 대리인’인 교황은 종신직으로서 선종(善終) 때 까지 ‘직(職)’을 지키는 것이 불문율인데 첼레스티노 5세는 이를 깨트렸기 때문이다.

단테는 평가절하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스스로 사임한 전임자의 겸손함을 칭송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후 라퀼라 광장에서 신도들을 대상으로 미사를 집전하며 “세상 눈에는 겸손한 사람이 나약한 패배자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사실은 그들이야말로 하느님을 완전히 신뢰하고 하느님의 뜻을 아는 진정한 승자이다. 겸손은 우리를 낮춰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불행과 잠재력을 인식하게 만드는 건강한 현실주의이다.”라고 강론했다.

이러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에 외신들은 “교황의 이번 행보에는 조만간 사임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 다시 한번 조기 사임 가능성에 불이 붙었다.”고 보도했다.

올해 85세 고령에 건강도 악화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임설은 지속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월, 라퀼라 방문 계획을 발표하자 ‘조기 사임’ 보도가 줄 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영국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사임은 전혀 생각해본 적 없다.”고 일축했다. 다만 2016년 역대 교황 중 두 번째로 자진 사임한 베네딕토 16세를 가리켜 “베네딕토 16세는 성스럽고 신중한 사람이었으며 사임 문제를 잘 처리했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본보기였다.”고 언급하여 여운을 남겼다.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사임 4년 전인 2009년 라퀼라를 찾은 적이 있다.

2019년 영화 ‘두 교황’의 한 장면. 자진 퇴위로 바티칸과 세계를 뒤흔든 교황 베네딕토 16세(좌)와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의 관계를 담은 실화 바탕 영화로서 사실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 넷플릭스.

2022년 7월, 멕시코계 미디어그룹이 운영하는 스페인어 방송 텔레비사유니비전(TelevisaUnivision) 인터뷰에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장 사임할 계획은 없지만 그럴 가능성은 열려 있다. 만약 사임한다면 바티칸이나 고향인 아르헨티나에 머물지 않고 로마에서 명예 주교로 살면서 섬기는 삶을 이어가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가톨릭 교회의 수장 교황이 가지는 지위 중 하나가 ‘로마의 주교’라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교황 사임설에 힘을 싣는 것은 신임 추기경 서임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라퀼라 방문 전날인 8월 27일, 한국 유흥식 추기경을 비롯한 신임 추기경 20명의 서임식을 거행했다. ‘휴가철’인 8월에 서임식을 한 것은 1807년 이후 처음으로 이례적인 일로 비춰졌다. 신임 추기경 서임 결과, 교황 선출 비밀회의 ‘콘클라베’ 투표권을 가진 추기경 132명 중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한 인물은 83명(63%)이 됐다. 이를 두고 현 교황이 차기 교황 선출 과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일부 매체는 8월 29∼30일 교황이 주재하는 추기경 회의에서 조기 사임 논의는 비공식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모로코 출신 크리스토발 로페스 로메로 신임 추기경은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조만간 우리는 차기 교황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추기경 회의에서 서로를 알아 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번 추기경단 회의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임을 발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려면 추기경단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3년 추기경을 추가로 임명해 후계 구도를 마련한 뒤 물러날 수도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사임설이 제기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1936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태생으로 본명은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Jorge Mario Bergoglio)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 화학과 졸업 후 가톨릭 수도회 예수회에 입회하여 사제 서품을 받았다. 예수회 아르헨티나 관구장(管區長)을 거쳐 1992년 부에노스아이레스대교구 보좌 주교가 됐고, 1998년 부에노스아이레스대교구 교구장(대주교)을 거쳐 2001년 추기경에 서임됐다. 그러다 2013년 베네딕토 16세 교황 사임 후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되어 최초의 남미(아르헨티나) 출신 교황, 최초의 예수회 출신 교황이라는 기록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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