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우크라이나 압박…흔들리는 시진핑의 ‘오륜몽’

김윤호
2022년 01월 26일 오후 1:36 업데이트: 2022년 01월 26일 오후 1:36

올림픽으로 中 이미지 향상+연임 노리는 시진핑
러시아-우크라 긴장에 잔치판 깨질라 ‘노심초사’
푸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일에도 조지아와 개전 ‘전력’

공산주의 중국(중공)은 전 세계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파하기 위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동계올림픽 기간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거액을 들여 준비한 동계올림픽이 국제사회의 관심 밖으로 멀어지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공 국가주석이 가장 원치 않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22일 “시진핑 주석이 가장 원치 않는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에 우크라이나를 공격해 중공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전문가를 인용해 분석했다.

통신은 시진핑 주석이 올해 11월 예정된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3연임을 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자국 내에서 자신의 위엄과 명성을 끌어올리려 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가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중공과 러시아의 관계는 급속히 악화될 수 있다. 중공이 러시아를 상대로 외교적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통신은 베이징의 한 외교관 발언을 인용해 “시진핑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올림픽 기간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말라고 요구했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중공과 러시아 모두 이 보도를 즉각 부인했다. 22일 러시아 주재 중공 대사관은 “중국 정부는 ‘민스크 협정’ 프레임 내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공 외교부 대변인 역시 기사가 사실이 아니라고 성명했으며, 러시아 외교부 역시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중공 외교부는 앞서 지난 14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정부는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 전쟁을 보지 않길 희망한다”며 러시아를 우회 압박한 바 있다.

당시 왕원빈(汪文斌) 중공 외교부 대변인은 “모든 국가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7일 전부터 베이징 동계패럴림픽 폐막 후 7일까지 UN 올림픽 휴전 결의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방의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당장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다만 사이버 공격 등을 비롯해 비전쟁적인 수단으로 우크라이나의 안정을 해치는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러시아의 대규모 침공 가능성을 아예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푸틴의 의도를 명확히 알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상황이 지난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때도 벌어졌다.

러시아는 2008년 조지아(그루지아)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켰는데, 개전일이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막일이어서 중공 지도자들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귀국해 군사작전을 지휘했다.

러시아 싱크탱크인 카네기 모스크바 센터의 정치 평론가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연구원은 “푸틴 대통령은 이웃의 좋은 상황을 위해 러시아의 전략적 이익과 안전을 희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노바야는 “만약 러시아 지도자가 미국과의 안보협상에서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판단하면 중국(중공)의 요구를 무시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다”라고 블룸버그 통신에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과 안보협상에 러시아 대표로 나섰던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무차관은 이번 우크라이나 압박이 서방으로부터 안전보장을 받기 위한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도발로 내몰지 말아야 한다”며 미국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키지 않겠다는 명문화된 약속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확인했다.

러시아는 다음 달 10~20일 이웃 국가인 벨라루스와 연합군사훈련을 발라루스에서 진행한다. 이를 위해 다음 달 9일까지 러시아 군대가 벨라루스의 훈련장에 배치된다.

몇몇 매체에 따르면 러시아 부대와 첨단 전투기 등 일부 무기가 벨라루스 훈련장에 이미 도착했지만 훈련일정 외에 정확한 규모나 지역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훈련이 끝나는 다음 달 20일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폐막일이다. 이를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베이징 동계올림픽 폐막까지는 훈련에만 집중하며 기다리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하면서도, 그 사이에 군사 행동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과 NATO는 연합훈련에 참여한 러시아 군대가 북부에서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 북부에 국경을 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