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아시아 순방 출발, 대만 방문 여부는 “잠정”…中대사관은 취소 압력

한동훈
2022년 07월 30일 오전 11:02 업데이트: 2022년 07월 30일 오전 11:02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29일 미 의회 대표단을 이끌고 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가운데 미국 주재 중국 대사관이 이를 막기 위해 압력을 행사해 물의를 빚었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미 NBC는 순방 일정표를 확인했다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방문지에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 말레이시아가 포함됐으나 대만은 “잠정적”으로 표기됐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이어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을 추진하자 중국 공산당은 격렬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외교부와 국방부 대변인이 수위 높은 발언으로 경고한 데 이어 미국 주재 중국 대사관이 정치인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메시지를 전달해 압력을 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릭 라르센 하원의원은 중국 대사관의 한 관리가 자신의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취소시켜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라르센 의원에게 이 같은 압력이 가해진 것은 그가 미중 워킹그룹 공동대표를 맡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라르센 의원은 샌프란시스코 주재 중국 총영사에게서도 지난 25일 비슷한 압력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그 역시 이 문제를 제기하며 같은 요청을 했다”며 “하지만 (미국) 의원들이야 어디를 가든 중국이 (못 가게) 압박하는 것은 엄청난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방문은 더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번 아시아 동맹국 순방에 그레고리 믹스 하원 외교위원장, 마크 다카노 하원 재향군인위원회 위원장 등 중진 의원들을 대동했다. 그 밖에 몇몇 의원이 동행 요청을 받았지만, 참여가 성사되진 못했다.

하원의장실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여부 등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 하원의장실 대변인은 의원들의 해외 순방과 관련해서는 안전을 고려해 사전에 논평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펠로시 의장이 8월에 대만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 세계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중국 공산당은 중국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그녀가 대만에 발을 디딜 경우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며 “전례 없는 경고”를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했다.

중국 공산당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평가되는 관영매체 환구시보 전 편집장 후시진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국이 그녀를 제지할 수 없다면 중국이 그녀를 제지하고 처벌하도록 하라”며 인민해방군 공군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8일 전화통화에서 글로벌 현안에 대해 논의하면서 대만 문제에 관해서는 팽팽하게 대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중 양측은 회담 후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이 “대만 독립과 분열에 관한 외부 세력의 간섭을 반대한다”며 “불장난을 하면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변하지 않았고, 현 상태를 일방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나 대만해협의 안정을 훼손하는 것에 강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화 통화에 앞서 지난 20일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직접 언급을 피하면서도 군 관계자들을 인용해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군 지도부가 지금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공식적인 지지를 보여주는 것이 우리에게 중요하다”며 민주주의 국가와의 연대를 강조했다.

미국 의원들 역시 정파를 초월해, 중국 공산당의 압력에 맞서 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고 있는 대만에 향한 지지를 나타내고 펠로시 의장의 뜻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1997년 당시 공화당 소속 하원의장 신분으로 대만을 방문했던 뉴트 깅리치 전 의장 역시 “펠로시 의장은 대만을 방문해 미국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며 응원했다.

깅리치 전 의장은 “우리가 중국에 겁먹고 미국 하원의장을 보호할 수 없다면, 중국 정부는 미국이 대만을 돕지 않을 것으로 여기게 될 것”이라며 “두려움은 위험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