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대만 떠난 후 성명 “中 공산당, 대만 방문 막을 수 없어”

한동훈
2022년 08월 4일 오전 6:56 업데이트: 2022년 08월 4일 오전 9:57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3일(현지시각) 대만 방문에 관해 “의회 대표단의 방문은 미국이 대만과 함께하겠다는 강력한 성명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대만 방문을 마친 뒤, 펠로시 의장은 미국 하원의장실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녀는 중국 대신 ‘중국 공산당(Chinese Communist Party)’이라는 용어를 선택해, 자신의 대만 방문을 막으려는 세력의 정체를 명확하게 했다(성명서 링크).

펠로시 의장은 “중국 공산당은 대만이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막을 수는 있지만, 세계 지도자나 사람들이 대만의 번영하는 민주주의에 경의를 표하고, 많은 성공을 강조하며, 지속적인 협력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하기 위해 대만을 방문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녀는 “대만은 매우 특별한 곳”이라며 “평화와 안보의 핵심 동맹이자 경제적 역동성의 세계적 리더이며 민주적 통치의 모델”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만 방문성과를 안보, 경제, 거버넌스(협치)의 세 측면에서 평가했다.

안보 측면에서는 “우리는 침공에 맞서 대만이 자유를 수호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미국 의회의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으며, 경제적 측면에서는 ‘반도체 지원법이 어떻게 미국과 대만의 경제를 강화할 것인지 설명하고, ’21세기 무역 프레임워크’에 대한 지지를 나타냈다고 했다.

반도체 지원법은 미국 의회가 최근 통과시킨 수십조 원 규모의 법안으로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 내에 공장을 건설하거나 관련 설비를 구매할 때 보조금과 세금 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21세기 무역 프레임워크’는 미국이 최근 출범시킨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서 제외된 대만과 구성한 별도 경제 협의체 ’21세기 무역 이니셔티브’를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펠로시 의장은 또한 협치 측면에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대만의 강력한 팬데믹 대응을 축하했다”며 “상호 안보와 경제 성장에 필수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대만 차이잉원 총통에 대해 “매우 인상적”이라고 평가했으며, 차이 총통 및 우자오셰 외교부장(장관급)과 각각 가진 회담, 그리고 대만 정당 지도자들과의 회의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고 생산적이었다”고 전했다.

펠로시 의장은 대만에서 중국의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과 만난 일에 대해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다고 밝혔으며, 대만의 최고등급 훈장을 수상한 일을 언급하며 “우리의 파트너십은 흔들림이 없으며, 상하원과 민주·공화 양당 등 미국 의회의 지지는 철통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대만 방문은 인도·태평양 지역 순방의 일환”이라면서 “이 지역과 세계의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 수호를 지속적으로 지원한다는 점에서 대만 국민과 미국의 연대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왼쪽 위)이 3일 대만 타이베이 쑹산 국제공항에서 전용기 탑승을 앞두고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격분한 중국 공산당 “대가 치를 것” 경고

전날 대만에 도착한 펠로시 의장은 중국 공산 정권의 위협과 군사행동 속에서 “오늘날 세계는 민주주의와 독재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으며, 대만과 전 세계에 민주주의를 보존하려는 미국의 결의는 여전히 철통같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미국-대만 관계의 기초가 여전히 <대만 관계법>에 있다고 강조했는데, 이 법은 미국이 대만에 자위용 군사 장비를 제공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다. 이 법은 공산 중국과 수교한 미국이 1979년 대만과 단교한 후 제정됐다.

중국 정권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격분하고 있다. 중국 정권은 대만을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며 정부와 국제기구들이 대만 관리들과 교류하거나 관계를 맺는 것을 반대한다.

3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셰펑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급)은 2일 심야에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를 초치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미국의 잘못”이라고 항의하고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친강 주미 중국 대사는 2일 오후 성명을 통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중국의 대만 지역에 대한 무단 방문”으로 규정하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미 국무부에 “강력한 항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3일(현지 시각) 대만 총통부에서 낸시 펠로시(가운데) 미 하원의장이 차이잉원 총통으로부터 특종대수경운(特種大綬卿雲) 훈장을 수여받은 뒤 참석인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대만 “주권 확고히 지킬 것…민주 국가 연대 희망”

펠로시 의장은 3일 차이 총통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대만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명백히 밝힌다”며 “대만에 대한 미국의 연대감은 중요하며, 나는 이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오늘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회담 뒤 차이 총통은 펠로시 의장의 방문에 대해 “대만에 중대한 순간”이었다며 “민주주의 대만에 대한 공격은 인도·태평양 전체의 안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나날이 치솟는 중국 공산당의 군사적 위협을 언급했다.

차이 총통은 “우리 나라의 주권을 확고히 지키고 민주주의를 위한 방어선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동시에 민주주의 가치를 공동으로 수호하기 위해 전 세계 모든 민주주의 국가들과 연대하고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공산당은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했다. 인민해방군은 펠로시 의장이 도착하기 전날 젠(殲·J)-16 전투기 4대를 대만 남서쪽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시켰다. 펠로시 의장이 도착한 날에는 무려 21대의 중국 군용기가 같은 지역에 진입했다.

중국 공산당은 또한 4일 12시부터 7일 12시까지 대만 주변을 둘러싼 6개 지역에서 실탄 군사 훈련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는 펠로시 의장과 미 의회 대표단을 태운 비행기가 타이베이 쑹산 공항에 착륙하고 몇 분 후에 이뤄졌다.

대만 국방부는 3일 성명을 내고 “이러한 움직임은 대만의 항구와 도시 지역을 위협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해친다”고 비판했다.

국방부 쑨리팡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4~7일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인민해방군 군사훈련에 대해 “대만의 주권 침해이자 국제법 위반”이라며 “지정된 해역은 대만의 영해까지 미치거나 영해에서 매우 가깝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또한 인민해방군 최신예 전투기인 수호이(Su)-35 전투기가 대만과 중국 사이 대만해협을 횡단하고 있다는 중국 관영 중국중앙(CC)TV 보도에 대해 “가짜 뉴스”라고 지적했다.

한편, 펠로시 의장은 4일 한국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 이 기사는 대만 지사 프랭크 팡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