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이성’ 대신 ‘애국·감성’ 무장한 中 링링허우 세대

류정엽 객원기자
2022년 01월 19일 오후 1:10 업데이트: 2022년 01월 19일 오후 1:10

발전한 모습만 보면서 성장… “중국·공산당 최고”
극단적 민족주의 집단, 일본에 진 中 선수단에 격분
中 교수 “그냥 두면 당·국가 위협, 정상적 교육 절실”

현재 중국 대학생 세대들은 소위 ‘링링허우’(00後)라고 불린다. 링링허우는 중국에서 2000년 이후 출생자를 일컫는 말로 쓰인다. 또한, 이들은 90년대 출생자를 지칭하는 ‘지우링허우’(90後)와 더불어 중국 내 과격한 애국주의 청년집단인 ‘샤오펀훙’(小粉紅)으로도 분류된다.

링링허우는 지우링허우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지우링허우가 다소 개인적, 소비지향적이라면 링링허우는 집단적, 민족주의적이다.

이는 성장 환경과도 관련이 있다. 지우링허우가 10대 때 중국은 WTO에 가입하면서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룩했다. 이에 대한 자긍심이 이전 세대보다 높은 편이다. 또한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이전 세대에 비해 개인의 삶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소비 주체가 된 지우링허우를 잡아야 한다”는 말이 나돈다. 전문가들은 지우링허우가 오늘날 중국의 여러 트렌드를 형성하는 계층으로 분석한다.

반면, 링링허우는 경제적으로 쫓긴다. 중국이 세계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후의 모습을 보며 성장했다. 과거 중국 공산당이 저지른 온갖 정책 실패를 모른 채 자랐기 때문에 중국이 ‘공산당의 영도하에’ 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국가로 성장했다고 믿는다. 이는 왜곡된 애국주의로 표출된다.

지난해 열린 도쿄 올림픽을 관전한 이들의 반응이 그 한 사례다. 영국 BBC는 지난해 7월 “중국 온라인에서는 금메달을 따지 못한 자국 선수가 ‘비애국적인 존재’로 비치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탁구 혼합복식 결승에 올라간 류스원(劉詩雯)과 쉬신(許昕)이 일본에 져 은메달을 따자 비난이 쏟아졌다. BBC는 중국이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탁구 종목에서 정치·역사적 앙숙 관계인 일본에 패한 것에 격분한 리틀핑크(샤오펀훙)가 이들을 공격했다고 전했다.

저명한 중국 정치학자가 링링허우에 관한 분석을 내놓아 관심이 쏠린다.

중칭왕(中網), 명보(明報) 등에 따르면 베이징 칭화( 華)대 국제관계연구소 옌쉐퉁(閻學通) 소장은 지난 8일 ‘정치국제관계교학회’ 총회에서 현재 대학생인 링링허우들과 여타 세대들의 차이점에 대해 강연했다.

옌 소장은 링링허우에 대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라는 환경이 이들에게 ‘우월감’을 조성했다”며 “‘중국은 옳고 외국은 나쁘다’고 여기며 서양을 악(惡)과 동의어로 간주하는 이분법으로 세상을 이해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우월감이 객관적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관찰과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며 이들이 ‘소망적 사고’로 국제적 사건을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망적 사고는 현실이나 증거 등 합리적 근거에 기반해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상상에 기반해 사고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이성과 팩트가 아닌 허구와 감성으로 국제문제를 대하려 한다는 것이다.

옌 소장은 또한 “링링허우는 평화·도덕·공평·정의가 세계의 보편적 가치라는 사실을 모른다”고 지적했다.

검색 능력 높지만, 인터넷 정보를 상식으로 착각

링링허우는 스마트 기기를 이용한 정보 습득과 확산에도 능한 세대다. 그러나 이는 양면의 칼날로 작용한다는 게 옌 소장의 지적이다.

그는 “링링허우는 ‘인터넷 원주민’이다. 정보와 지식을 파악하는 능력이 다른 세대보다 뛰어나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떠도는 ‘견해’를 상식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나 외세가 중국을 공격한다는 등의 음모론, 루머 등을 진실한 정보로 수용해버린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 공산당 당국의 검열, 허위정보 생산과 맞물려, 중국 20세 젊은이들을 더욱 과격하고 편협한 세대로 전락시키는 작용을 일으킨다.

옌 소장은 “중국 SNS는 종종 ‘애국심’이라는 명분으로 편협한 민족주의를 드러낸다”며 “이는 일부의 보복심리와 속좁음이 결합된 이념”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를 극복하려면 교육을 통해 인간의 문명과 역사에 대한 링링허우들의 이해도를 높여 편협한 민족주의 프레임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옌 교수는 “링링허우 세대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현재의 객관적 사실을 이해하게 하고 맹목적인 확신을 피하게 해야 한다”며 “역사적 비교를 통해 학생들에게 역사는 직선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산당이 중국 젊은이들을 몰지각하고 지성이 결여된 집단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우려는 다른 전문가들도 제기하고 있는 문제점이다.

공산당 세뇌교육에 中 젊은층 사고력 상실

RFA는 지난 14일 미국의 중국계 교육전문가를 인용해 중국 공산당의 세뇌 교육을 비판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 젊은이들은 교육환경으로 인해 비판적인 사고를 억압당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 이는 극단적이고 편협한 민족주의로 이어진다.

미국 세인트토머스대학교 국제학 및 현대 언어학과 예야오위안(葉耀元) 교수는 ‘침묵의 나선 이론’이 중국 교육에 적용된다고 했다.

이 이론은 ‘자신의 생각이 사회적으로 지배적이고 우세하다고 생각할 경우 의견을 표출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침묵으로 일관한다’는 정치학과 대중매체 관련 이론이다. 이 과정에서 여론 조성을 주도하는 미디어가 큰 역할을 한다.

오늘날에는 소위 ‘댓글부대’의 암약도 그중 하나다. 이들은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온라인 게시판에서 좌표를 찍거나 사전에 짜놓은 프레임에 따라 댓글이나 게시물을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주장이 다수의 여론인 양 조작한다. 일반 이용자들은 자신이 고립될까 봐 침묵하게 된다.

예 교수는 이런 현상이 중국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산당의 교육 방식은 독립적인 생각을 가진 이들로 하여금 침묵하게 한다. 그리고 전랑(늑대전사)이나 샤오펀훙 같은 집단을 양성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극단적인 민족주의가 계속 치솟는다면 결국 공산당과 국가에 해를 끼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극단적 민족주의에 물든 집단에 대한 우려는 링링허우 세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그 이후 세대들로 갈수록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지난해 9월 중국 관영 매체들은 사교육 교재에 대해 사상 검열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공교육에 이어 사교육까지 통제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교육부는 “사교육의 사상적 노선은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에 맞아야 하며 학생들이 이를 통해 올바른 세계관을 형성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반체제 요소나 민족의 단결을 해치는 선동적인 내용이 사교육 교과서에 담겨서는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