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웰, 270쪽짜리 ‘서류철’ 공개…모든 의혹 끝에 중국 정치인 지목

박민주
2021년 1월 3일
업데이트: 2021년 1월 14일

파웰 변호사는 지난달 23일 미국 독립언론 젠저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대선 부정선거 의혹을 조사할 특검으로 임명하려 했으나, 백악관 고위참모들의 방해로 무산됐다고 주장한 이후 별다른 대외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언론에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젠저 뉴스에 따르면 이날 파웰 변호사는 인터뷰 전 약 2시간가량 서류철을 진지하게 살펴봤다.

‘파웰팀 바인더’로 불리는 270쪽 분량의 이 서류철은 11월 3일 미국 대선에 외세가 개입했으며 부정행위를 했다는 증거를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젠저 뉴스는 이 서류철의 사본을 입수해 PDF 파일로 온라인에 공개했다.

같은 날 트럼프 법률팀을 이끄는 루디 줄리아니 변호사는 자신의 개인 팟캐스트에서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등 4개 경합주에서 선거 결과를 검증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으며 “성탄절 이후부터 정말로 폭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웰팀 바인더’를 살펴보는 시드니 파웰 변호사 | 젠저 뉴스 화면 캡처

그 ‘뇌관’의 하나를 파웰팀 바인더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파웰이 1월 6일 상·하원 합동회의를 앞두고 그동안 축적한 증거를 온라인에 공개함으로써, 미국 국민이 스스로 보고 판단해 어떤 행동을 내릴지 결정하도록 하는 점진적인 폭발을 의도했다는 것이다.

파웰팀 바인더는 132쪽부터 5페이지에 걸쳐, 중국 공산당(중공)과 전자투표시스템업체 도미니언, 스마트매틱 사이의 관계를 자세히 다뤘다. 또한 벤처캐피탈인 세쿼이아캐피탈차이나(SC차이나)가 둘 사이의 중계자 노릇을 했다고 지적했다.

SC차이나는 미국 세쿼이아캐피탈이 중국인 닐 선(沈南鵬·선난펑)과 함께 2005년에 설립한 투자회사다. 세쿼이아캐피탈은 애플, 구글 등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벤처캐피탈이다.

현재 SC차이나 대표로 재직 중인 선난펑은 포브스가 발표한 2018년, 2019년 연속으로 세계 최고 벤처투자자 랭킹 1위를 차지한 벤처 투자자다. 파웰팀 바인더에 따르면, 그는 미국 세쿼이아캐피탈을 중공과 연결한 핵심 인물이다.

파웰 바인더의 132페이지. 세쿼이아캐피탈차이나 대표 닐 선(선난펑) 소개 부분 | 파웰팀 바인더/젠저 뉴스

SC차이나는 스마트매틱에 자금을 지원했는데, 1997년 베네수엘라 출신 기술자 3명이 설립한 스마트매틱은2005년 ‘세쿼이아’를 인수하면서 미국 시장에 지출해 이듬해 1년만에 시장점유율을 3배 늘리며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세쿼이아는 세쿼이아캐피탈과는 이름만 비슷한 별개의 회사로 1980년대에 설립된 미국의 유서 깊은 자동투표기 회사(AVM)가 그 전신이다. 1984년 세쿼이아 캐피탈은 AVM을 인수했고, 이 회사는 재정비를 마친 후 명칭을 세쿼이아 투표시스템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당시 미국 내에서 스마트매틱과 베네수엘라 유고 차베스 정권과의 유착 의혹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조사가 시작되자 스마트매틱은 마지못해 2007년 세쿼이아를 매각했다.

파웰팀 바인더에 따르면, SC차이나는 2010년 도미니언에 투자를 했다. 이 해에 도미니언은 세쿼이아를 인수했는데 자산은 물론 지식재산권 전체를 인수했다. 시스템을 구성하는 소프트웨어, 펌웨어, 하드웨어 등이다.

스마트매틱은 도미니언 및 세쿼이아와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매틱 일부 직원들이 도미니언에 합류한 것은 사실이다. 스마트매틱의 핵심인력인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 에릭 쿠머도 도미니언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그 시점이 SC차이나가 도미니언에 자금 지원을 한 2010년이었다.

이후 도미니언은 급속한 성장을 거듭했다. 도미니언은 2002년 캐나다에서 설립됐지만 8년만인 현재 미국 전자투표시스템 분야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미국 대선에서는 핵심 경합주 6주를 포함해 28개 주에 장비를 공급했다.

스마트매틱은 베네수엘라 정권과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으며, 도미니언 역시 특정 정당이나 정부와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스마트매틱 사무실의 유리문 벽에 붙은 회사 로고. 2017년 8월 2일. | RONALDO SCHEMIDT/AFP via Getty Images

도미니언의 모기업은 사모펀드 투자회사 스테이플 스트리트 캐피탈(SSC)이다. 이 회사는 세계적인 사모펀드 칼라일 그룹과 밀접하다. 칼라일 그룹 임원이었던 스티븐 오언스(Stephen D. Owens)와 후탄 야구브자드(Hootan Yaghoobzadeh)가 SSC 공동 창업자다.

또한 SSC 대표이사 윌리엄 커너드(William E. Kennard)는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정부 고위직을 지냈으며 칼라일 그룹 이사 겸 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커너드는 대선 사흘째였던 11월 6일 미국 최대 통신회사 AT&T의 이사회 의장에 선임됐다.

세계 최고의 투자회사인 칼라일 그룹은 각국 정부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중국에도 광범위한 투자를 했다. 중공의 국영기업들과 사업관계도 복잡하다.

2019년까지 칼라일은 중국에서 미국 본토 다음으로 많은 62건의 투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투자 대상은 중국타이핑양(太平洋 ·태평양)보험그룹, 마윈의 핀테크 핵심계열사 앤트그룹, 중국 2위 온라인 쇼핑몰 징둥닷컴 등이었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투자사들이 중공 고위층과의 협력관계 없이 사업하는 게 불가능함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파웰 바인더의 137페이지. 세쿼이아캐피탈, 세콰이아 투표시스템, 스마트매틱, 도미니언, 스테이플스트리트캐피탈, 칼라일그룹, 중국공산당의 관계를 나타낸 도식. 빨간 네모 안에 장쩌민(Jiang Zemin) 일가가 표기됐다. | 파웰팀 바인더/젠저 뉴스

파웰팀 바인더에서는 직접적으로 칼라일 그룹을 ‘장쩌민 일가의 통제를 받는 중국기업들과 사업관계를 맺고 있다’고 밝혔다.

전 중공 총서기인 장쩌민 일가는 중국 내 최대 부패 몸통으로 불린다.

앞서 중공과 미국 세쿼이아캐피탈의 연결고리로 지목한 선난펑 세쿼이아캐피탈차이나(SC차이나) 대표 역시 장쩌민 일가의 ‘자산관리인’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SC차이나가 장쩌민 손자 장즈청(江志成 ·35)이 2011년 설립한 사모펀드 보위(博裕)캐피탈과 여러 차례 긴밀한 합작투자를 한 것은 사실이다.

투자 목록을 보면, 중국 최대 택배회사 SF익스프레스(順豊·순풍),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회사 차이나반케(万科·만과), 중국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이자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인 아이치이(iQiyi), 국영 중국은행 등으로 ‘고위층 돈줄’ 기업이 즐비하다.

*알림: 세콰이아캐피탈의 투자 관련 부분을 일부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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