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탐사 ③] 논란의 국적법 개정안 ‘수혜자 95%’, 그들은 누구일까

2021년 9월 15일
업데이트: 2021년 9월 15일

‘국적법 개정안 반대’ 청와대 국민 청원 31만명 이상 동의
주간지
시사IN 조사 결과반중 정서, 반일·반북 추월했다
조선족탈중공연합회 “조선족에 대한 반감, 이해한다”

 

국적법 개정안 입법을 결사반대합니다.”

올 5월 26일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국적법 개정안이 논란이었다. 영주권자의 미성년 자녀가 한국에서 태어난 경우 한국 국적을 쉽게 취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그러나 대상자의 95%가 중국 국적의 화교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인 것이다.

법안을 저지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 내용에 31만 명 이상이 동의했고, 정치인들도 가세해 논란이 확산됐다.

개정안 적용 대상자는 전체 외국인 영주권자가 아닌 ‘2~3대에 걸쳐 국내에서 출생하거나 우리와 유대관계가 깊은 영주자’로 한정됐다.

국적법 개정안의 주요 대상자들은 누구일까? 그들은 언제부터 한국에 정착했으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이번 국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 의문점을 갖고 에포크타임스가 들여다봤다.

 

한국과 유대 관계가 깊은 그들” 

법안 적용 대상자의 대부분은 한국에 사는 중국인, 화교(華僑)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이 제도를 적용받을 수 있는 영주권자 자녀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3,930명. 대상자는 중국 국적(재한 조선족) 3,725명(94.8%), 대만(중화민국) 201명(5.1%). 러시아 4명(0.1%) 순으로 나타났다. 개정안 수혜자의 99.9%가 화교인 셈이다.

화교는 대만 국적을 가진 구화교와 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신화교로 나뉜다. 신화교는 다시 한족 신화교와 조선족 신화교(이하 조선족)로 구분된다.

화교는 언제부터 한국에 들어왔을까?

<표1> 화교가 없는 나라(2018, 이정희)

구화교라 불리는 대만(중화민국) 국적 화교는 1882년 임오군란 이후 조선 땅을 밟은 청나라 상인들이 시초다. 140년 전 166명 규모였던 화교는 현재 914,350명(2020 법무부)까지 늘어났다.

2000년대 들어 전체 화교 인구의 급상승을 견인한 것은 신화교, 그중 ‘조선족’이라 부르는 중국 국적 동포였다.

특히 한중수교 이후 점진적으로 늘기 시작한 조선족 인구는 2007년 3년 체류할 수 있는 방문취업 비자(H2)와 2008년 장기체류 자격이 가능한 재외동포(F4) 자격이 부여되면서 급격히 늘었다.

현재 한국에 머무르는 조선족은 64만7천 명이다. 이중 재외동포비자로 한국에 머무는 사람은 351,078명(54%), 방문취업 비자 129,033명(20%), 영주권 95,423명(15%)으로 나타났고 방문동거, 결혼이민 비자가 그 뒤를 이었다.

<표2> 조선족 체류 자격별 인구 구성 (2020 법무부) | 에포크타임스 제작

 

방문 취업비자, 재외동포 비자를 가진 조선족은 원하는 경우 한국에서 계속 지낼 수 있다. 방문 취업비자는 갱신을 위해 중국에 돌아가 재입국해야 하지만 재외동포비자는 갱신만 하면 돼 안정적으로 장기 체류가 가능하다.

이들은 단순 노무직부터 서비스업, 자영업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고 있으며 중국 자본이 한국에 유입되도록 투자 유치하는 데도 참여한다.

이들은 국적법 개정안을 어떻게 생각할까? 먼저 조선족의 집단 거주지의 상징으로 꼽히는 대림차이나타운을 찾아가 봤다. 만난 이들의 요구로 익명으로 목소리를 실었다.

 

자녀에게 한국 국적을 주시겠습니까?”

“영주권자들은 보통 국적을 취득할 수 있어요. 그런데도 국적을 취득하지 않는 것은 대부분 중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기 때문 아닐까요?”

비자 업무를 처리하는 여행사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정명순씨(가명)의 말이다. 그녀는 “한국은 혈족을 따지는 국가라 문화 차이로 차별을 많이 당한다”며 “자녀에게 선뜻 국적을 취득하게 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재외동포비자(F4)로 체류 중인 김성수씨(가명)는 4살 아이의 딸을 뒀다. 김씨는 “국적까지는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되면 중국 국적을 포기해야 하는데, 중국에 부동산도 있고, 가족도 남아 포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90년대에 한국 땅을 밟은 한명우씨(가명)는 “향후 발전 추세를 봤을 때 중국이 한국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즉, 한국 국적보다는 중국 국적을 소유하는 게 더 이익이라고 보는 경우도 있다는 말이다.

대표적인 조선족 거주지로 꼽히는 대림동. 중국어 간판이 즐비하다.| 에포크타임스

18년 이상 동포사회 단체장을 맡은 김용선 중국동포한마음연합총회 명예회장은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에포크타임스와 통화에서 밝혔다.

김 회장은 “부모가 영주권을 취득한 경우 국적을 취득할 요건을 갖춘 것”이라며 “한국에서 태어난 그 자녀들은 99%가 중국어를 한마디도 못한다. 그 아이들에게 원하면 한국 국적을 준다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이어 자녀만 한국 국적을 취득했을 때 발생 가능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회장은 “부모가 아직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녀만 국적을 취득할 경우, 부모가 한국을 떠나야 할 때 자녀를 중국에 데려가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국적법 개정안을 바라보는 당사자들의 시선이 엇갈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법무부 인식 조사 질문에서 빠진조선족 

‘중국인 특혜법’이라는 논란을 잠재우고자 법무부가 5월 26일 진행한 공청회는 공정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참여 패널들이 국적법 개정안 찬성 측으로만 구성됐기 때문이다. 이런 지적에 대하여 법무부는 반대 의견을 가진 전문가를 찾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법무부는 제도 도입 취지를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미래 인적 자원을 확보하고, 영주자 자녀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함양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문점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국민 80%가 국적 취득 대상자의 한국 국적 취득에 긍정적이다

법무부는 재외동포, 재한화교 등 국내 출생자가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데 조사대상자(국민 및 전문가) 80%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6일 진행된 공청회를 지켜본 시민들은 “국민 80%가 긍정적이라는 답변은 어디서 나온 것이냐”, “동의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국민 80%가 긍정적 동의”의 근거는 어디서 나왔을까? 법무부가 수행한 ‘국적 제도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연구보고서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표3>국적 제도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연구보고서(법무부. 2019)

 

그러나 조사 질문 항목에 적용대상자 다수를 차지하는 ‘조선족’은 없었다.

한국 내 전체 영주권자는 2020년 기준 160,733명. 이중 조선족은 95,423명, 화교는 12,125명이다. 영주권자 60%가량이 조선족이지만, 그들의 존재를 묻는 질문은 없었다.

이에 대한 논평 요청에 법무부 관계자는 “동포 개념 안에 조선족을 포함했던 것”이라고 답변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기여할 있을까

김재천 한성화교협회 회장은 공청회에서 “저출산 고령화가 핵심인데, 한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이 국적을 취득하면 고출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저출산 해결책이라는 점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 정도의 규모로는 미미하다는 것이다.

이승욱 서울대 명예교수는 에포크타임스와 전화 통화에서 “저출산 고령화에 기여하기에는 숫자가 너무 적다”며 “인력 확보를 위해서라면 전문 기능이 있는 인력을 유치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궁한 설명’이라고 덧붙였다.

 

6 미만 영유아가 국적을 선택할 있을까

6세 이하 자녀의 경우 별도 요건 없이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영유아는 국적의 개념도 모르거니와 국적을 선택하기에는 지나치게 어리다는 지적이다.

국적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밝힌 한국교회언론회는 논평을 통해 “아이가 성장해 국적 취득에 필요한 절차를 따라, 자기 결정권을 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에포크타임스에 “조기에 설정한 이유는 그런 제도를 두는 데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며 “국적을 선택하는 나이가 될 때까지 복수 국적을 용인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입법 예고는 마쳤지만 반대 의견이 심해 논의를 더 거친 후 법을 추진하자는 입장”이라고 법무부 관계자는 밝혔다.

 

반중 정서, 반일·반북 추월했다”  

“(국민들의 반대가) 이 정도까지인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법무부 관계자가 에포크타임스에 전한 말이다.

국적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여론의 기저에는 ‘반중 정서’가 있었다. 2018년 사드 사태부터 2019년 중공바이러스(코로나19) 초기 은폐, 올 초 드라마 ‘조선구마사’ 사태와 김치, 한복 빼앗기 논란, 영화 <금강천> 등 신동북공정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한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적대감은 커졌다.

이러한 적대감은 수치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표4> 북·중·미·일에 대해 느끼는 감정 온도 추이(출처: 시사인)

주간지 시사인과 한국리서치가 5월 12~17일까지 진행한 ‘한국인의 반중 인식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반중 정서는 일본과 북한을 싫어하는 정서를 초월했다.

시사인은 “한국인의 반중 정서는 끓어오를 대로 끓어오른 용광로였다”며 “진보와 보수도, 경제 격차도 따로 없었다”고 전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우리는 숨죽여 살아야 합니다. 주변인, 소수자로서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김용선 중국동포한마음연합총회 명예회장은 반중 정서의 화살이 한국 내 조선족에게도 향한다고 이같이 밝혔다.

 

조선족 향한 혐오

여기 조선족들만 사는데 여권 없는 중국인도 많아서 밤에 칼부림이 자주나요. 경찰도 잘 안 들어와요. 웬만하면 밤에 다니지 마세요.”

2017년 개봉한 영화 <청년경찰>에서 나온 대사다. 이에 재한조선족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려 해당 영화가 조선족 집단 거주지인 대림동을 ‘범죄 소굴’로 묘사한다며 제작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영화 <황해>, <신세계>, <차이나타운>, <범죄도시> 등으로 조선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더욱 심해졌다. 여기에 일부 조선족이 연루된 보이스피싱 범죄, ‘수원 시신훼손 사건(오원춘 사건)’, ‘대림역 칼부림 사건’ 등 조선족이 저지른 강력 범죄들이 잇따라 보도되며 ‘조선족=강력범죄’라는 선입견은 고착화됐다.

조선족이 강력 범죄의 원흉이라는 주장은 사실일까?

형사정책연구원이 2018년 발간한 ‘한국의 범죄현상과 형사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내국인의 인구 10만명당 검거인원 지수가 외국인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김 명예회장은 “조선족의 범죄율은 내국인의 절반”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다른 국가 외국인들은 대부분 3~5년 이후 본국으로 돌아가지만, 조선족은 대부분 가족과 함께 온다”며 “벌금을 3백만원 이상 내게 되면 강제 추방을 당하고 가정은 풍비박산 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적별로 살펴보면 10만명 당 범죄자 검거 인원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몽골(2016년 기준)이었다. 그다음으로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러시아 순이었다. 중국은 전체 조사대상 16개국 가운데 7번째로 중위 수준이었다.

 

조선족에 대한 반감, 이해합니다

지명광 조선족탈중공연합회 대표는 “조선족에 대한 반감을 가진 한국인들을 이해한다”라고 에포크타임스에 전했다.

해당 단체는 지난 7월 1일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중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공산당 정권이 100여년 동안 시행해온 모든 불법, 인권 유린, 죄악을 고발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명광 대표는 조선족들이 서울에서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를 가져 한국 사회에 충격을 안겨준 사건을 언급했다.

“한국인들이 조선족들을 상당히 적화된 단체로 보고, 많은 조선족들이 많은 피해를 입겠구나 싶었습니다.”

지명광 대표는 “중국공산당 독재 국가에서 자란 조선족들이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이 한국인들에게 상당히 불쾌감을 줬을 것”이라며 “조선족에게 가진 감정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지 대표는 “그렇지만 조선족 중에도 자유민주주의 가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용기 내서 독립적인 사고를 갖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밝혔다.

 

/취재본부 이가섭 기자 khasub.lee@epochtimes.n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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