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3년전 수립한 ‘인도-태평양 전략’ 기밀 해제…배경은?

류지윤
2021년 1월 16일
업데이트: 2021년 1월 16일

중국 공산당의 대미 방위선 겨냥한 미군의 군사전략
중 고위층 가장 두려워하는 참수 작전 시사 가능성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United States Strategic Framework for the Indo-Pacific)’을 기밀 해제했다. 임기 말에 갑작스럽게 내린 조치에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이 전략(PDF 링크)을 수립해 3년째 시행하고 있다. 이 전략은 3년 전 중공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주요 위협이라는 점을 분명히하면서 수립한 제1열도선 방어 전략이다.

제1열도선과 제2열도선은 중화인민공화국의 군사전략 개념이고, 전력 전개의 목표선이자 대미 방위선이다.

제1열도선과 제2열도선 | 연합

명확한 지침 세 가지

미국은 중공이 제1열도선에서 미군의 1차 방어선을 하루라도 빨리 무너뜨리고 싶어 안달한다는 점, 태평양으로의 진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 특히 탄도미사일 핵잠수함이 거침없이 태평양으로 진입해 미국 본토를 언제든지 위협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잘 알고 있었다.

중공의 군사적 확장을 막기 위해 3년 전 트럼프가 정한 세 가지 지침은 다음과 같다.

▲충돌 발생 시 중국(중공)이 제1열도선 내 해공(海空)에서 지속적인 우위 점유 저지 ▲대만을 포함한 제1열도선 국가들 방어 ▲제1열도선 외 모든 분야 주도

이 세 가지 지침은 단순한 수동적 방어가 아니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방어 지침이다. 또 이 전략은 제1열도선 국가와의 연대를 어떻게 높이는지, 관련 국가가 방어력을 높일 수 있도록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간단히 서술했다.

2020년 초 서태평양에 루스벨트호를 배치한 것을 포함해 지난 3년간 서태평양에 미군을 확대 배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루스벨트호는 2020년 말 정비를 거쳐 서태평양으로 재배치됐으며, 현재 필리핀해를 순찰하며 예정되어 있던 전술적 위치로 들어갔다.

또한 2020년 4월 중국의 항공모함 랴오닝호가 제1열도선을 통과하자 위의 지침을 바탕으로 미군이 B-1B 폭격기를 괌에 배치했으며 F-35B 스텔스 전투기를 탑재한 강습상륙함, USS 아메리카(LHA-6) 역시 중국 연해에서 계속 순찰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3개의 항공모함 함대가 필리핀해에 집결해 남해에서 이중(二重) 항모작전을 펼쳤으며 레이건호도 서태평양을 순찰하다 11월 겨울 휴식기에 달해서야 입항했다. 2020년에는 서태평양에서 미군과 동맹국들이 번갈아 훈련하면서 동해, 필리핀해, 남해에서 인도양에 이르기까지 제1열도선 방어의 세 가지 지침을 완전히 구현했다.

현재 트럼프 정부가 갑작스레 기밀 해제한 세 가지 지침은 지난 수십 년 사이 미국 정부가 가장 명확하게 공개한 제1열도선 방어 지침으로, 2021년을 시작하며 중공 정권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이 세 가지 지침은 관심의 대상인 대만해협 보호 약속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전략적 측면과 아울러 전술적 측면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전면 반격식의 방어

첫 번째 지침은 충돌 발생 시 중공이 제1열도선 내 해공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점하지 못하게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미군이 작전 중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때 미군은 단순 방어가 아니라 주동적으로 중공의 주요 해공 공격력을 파괴해 위협 능력을 잃게 한다는 의미다. 중공의 항공모함과 주력 구축함, 잠수함, 중량급 전투기 등이 일차적인 공격 대상이 될 것이다.

실제로 이 첫 번째 지침은 두 번째 지침보다 앞서 놓여있는데, 두 번째 지침에서야 대만을 포함한 제1열도선 지역을 지켜야 한다고 나와 있다.

이는 일단 중공과 충돌할 경우 미군이 전면 반격에 나서 중공의 공세를 차단하는 것은 물론 신속한 반격 작전에 돌입할 것이고 작전 범위 역시 대만해협에 그치지 않고 중공이 위협할 수 있는 제1열도선의 해군과 공군 기지 전부를 타격 범위에 포함시킬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미군엔 그럴 능력이 있는 게 사실이다.

미군 F-35B 전투기 | 미 인도태평양 사령부 트위터

미군 반격의 첫 번째 선택은 토마호크 미사일로, 서태평양을 순찰하는 이지스함이나 구축함은 전부 토마호크 미사일을 장착했으며, 최대 사정거리가 2,500km에 달해 중공 연안의 모든 해군, 공군 기지를 커버할 수 있다.

미군은 지난 11일 USS 오하이오(SSGN-726)가 괌에서 다국적 대잠수함 훈련인 ‘SEA DRAGON’에 참가할 준비를 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USS 오하이오는 순항미사일 탑재 원자력 잠수함 네 척 중 하나로, 토마호크 미사일 154발을 장착할 수 있고 그 파괴력은 중공의 해, 공군기지 하나를 파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미군이 공개한 이 사진은 협박의 의미가 크다.

미군은 현재 괌에 B-1B 폭격기를 4대 배치한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B-1B 폭격기를 호위하도록 F-22 스텔스 전투기를 배치했다.

B-1B 폭격기는 대당 24기의 장거리 대함(對艦) 또는 대지(對地)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으며, 사거리는 최소 930km다. 몇 시간 내에 공격이 가능해 미군의 2차 공격 배치로 보이며 B-52 폭격기도 곧 출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군은 항공모함 함재기 없이도 중공의 주요 해, 공군기지를 마비시킬 수 있다.

벙커버스터 개요 | 연합뉴스

참수 작전 가능성 남겨둔 세 번째 지침

세 번째 지침은 비교적 포괄적인 것으로 보인다. 제1열도선 외 모든 분야를 주도해야 한다고 했는데, 사실상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다.

중공은 둥펑(東風) 미사일을 항공모함 킬러라고 자칭하고 있고, 이는 미군에도 위협이다.

이 세 번째 지침에는 중공의 미사일 기지 타격도 포함될 수 있다. 미군은 이미 중공 로켓군 6대(大) 기지와 40개 미사일 여단의 정확한 좌표 위치를 파악했는데, 주로 둥펑-26 및 둥펑-21 중거리 미사일 기지를 겨냥한 것이다.

중공의 핵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둥펑-31, 둥펑-41, 둥펑-5 등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기지도 타격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 이때 일본 기지에 있는 F-35 스텔스 전투기와 인도양 디에고 가르시아 섬에 있는 B-2 스텔스 폭격기도 출동할 수 있다. 미군 잠수정 역시 중공의 하이난(海南)과 칭다오(青島) 2개 핵잠수함 기지를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을 들춰 제1열도선 방어 지침 세 가지를 공개한 것은 충돌 가능성에 대한 미군의 작전 의도를 공개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어느 정도는 작전 계획을 흘린 셈이다. 중공 고위층에 던지는 경고성 메시지로 풀이된다. 미국이 그동안 실행한, 테러집단의 우두머리만 노리고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참수 작전을 시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군의 초대형 관통 폭탄(Massive Ordnance Penetrator), 이른바 벙커버스터이든 소규모 핵 전술 무기든 중공의 지하 지휘소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공 고위층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의 하나다.

또 미군의 MQ-9 드론은 1년 전 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의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사살했으며 지금은 헬파이어 미사일 8발을 장착할 수 있게 됐다.

미군 항공모함은 주로 경계 임무를 맡지만, 함재기가 출격하기만 하면 중공 정권을 무너뜨릴 준비는 돼 있다.

2021년이 시작되자마자 백악관이 기밀 해제한 제1열도선 방어 관련 세 가지 지침에 따른 중공의 추후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