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 미 하원 통과…공화당 이탈 0표

“민주당, 정치적 자살...미국식 민주주의에 선전포고”
잭 필립스
2019년 12월 19일 업데이트: 2020년 1월 2일

미국 연방 하원이 지난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했다. ‘직권남용’과 ‘의회방해’의 두 가지 혐의에 대한 투표 집계 결과 양당 의원들은 대부분 당 노선에 부합하는 투표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미시간 주 배틀크리크 시 집회에 참여해 하원 표결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는 민주당 주도의 탄핵 정국이 ‘불법적’이고 ‘위헌적’이라고 규정하고 “우리에게는 아직 공화당에 유리한 표결이 하나 남았다. (이번 일은) 민주당 의원들의 정치적 집단 자살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은 미국식 민주주의에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이번 탄핵은 범죄행위 없이 벌어지는 최초의 탄핵이 될 것”이라며 “민주당은 탄핵 제도의 가치를 깎아내렸다. 앞으로 대통령들은 전화 한 통화만으로도 탄핵 당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민주당 대통령이 새로 선출되면 공화당이 하원 다수를 차지해 민주당 대통령을 어떤 이유로든 탄핵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국부들께서 우려하고 원치 않으시던 상황이지만 벌어지고 말았다. 언론들이 공정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재선 캠프 측도 성명을 냈다. 브래드 파스케일 선거대책본부장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사이의 차이는 어느 때보다도 더 극명해졌다. 대통령이 수만 명의 미시간 주민들과 집회를 가지고 미국의 성공과 위대함을 기리고 있을 때 민주당은 워싱턴에서 냉철하게 계산된 3년에 걸친 탄핵 사기극을 완성하고 6300만 미국인들에 반하는 표결을 했다. 이 표결에서 양당제의 의의를 보여준 것은 반대표 투표자들 뿐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스케일은 이어 “민주당의 정치극을 향한 지지가 쇠락해가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굴하지 않고 미국인들을 위한 승리를 쌓아 나갈 것이고, 국민들은 내년 11월 그를 다시 선출함으로써 대통령의 노력에 응답할 것이다”고 말했다.

스테파니 그리샴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대통령이 “현재 하원이 외면하고 있는 질서회복, 공정성, 적법절차 등의 가치를 상원이 회복해 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대통령은 다음 절차를 위한 준비를 마쳤고, 완벽한 무죄 판결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표결 당일 양당은 종일 탄핵 찬반 주장을 펼쳤다. 의원석에서 미국 국기에 대한 맹세를 낭독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오늘 우리는 미국 국민의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말문을 열었다.

펠로시 의장은 “수 세기에 걸쳐 미국인들은 목숨 바쳐 국민의 민주주의를 지켜 왔다. 그러나 지금은 매우 슬프게도 우리 건국자들이 그렸던 공화국의 모습이 백악관의 행동으로 인해 위협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오늘 나는 하원의장으로서 엄숙하고 침중한 마음으로 미합중국 대통령 탄핵 토론 개회를 선언한다. 당장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는 직무 유기를 범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펠로시 의장 뒤를 이어 단상에 오른 더그 콜린스 공화당 하원 법사위원회 간사는 “이번 탄핵 소추는 추정에 근거하고 있다”며 탄핵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번 탄핵소추는 설문을 통해 국민을 회유할 수 있는 방법을 사전에 알아낸 후 실시됐다. 오늘 이 날에 수많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지만, 그 안에서 공정성이나 진실은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마이크 로저스 공화당 의원 역시 “오늘 하원이 다루는 안건은 오롯이 대통령을 향한 근원적 증오에 기초한다. 탄핵 소추는 사기극이자 마녀사냥이며, 적법한 절차에 의해 선출된 미국 대통령에 대한 쿠데타에 버금가는 행동이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하원 법사위원 하킴 제프리스 의원은 “미국에서는 그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며 당원들과 의견을 같이 했다. 또한 데이비드 시실린 민주당 의원은 “이번 탄핵 소추는 역사에 전례를 남기기 위함이 아니다. 준법정신을 결여한 대통령이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게 하기 위함이다”고 강조했다.

탄핵 조사가 지속된 지난 몇 달 동안 공공연하게 혐의를 부인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화요일 하원 입법 위원회가 2개 탄핵 조항을 하원 표결에 부치기로 결정하자 펠로시 하원의장에 보내는 비판적 서한에서 다시 한 번 항변의 뜻을 밝혔다.

서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으로서 권력을 남용했다고 주장하고 “당신들의 행동은 많은 매체에서 말하는 ‘트럼프 발작 증후군’(Trump Derangement Syndrome)에 들어맞는 전형적 사례이고, 슬프게도 그 이상일 수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발작 증후군’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로, 트럼프 반대자들이 근거 없이 트럼프에 관련한 모든 사안에 반사적으로 분노하고 반대한다는 의미의 조롱으로 사용되던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나아가 탄핵 표결이 시작된 시기를 언급하며, 미국 국민들이 2020년 11월에 있을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을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국민들이 2020년 대선에서 당신과 민주당에 책임을 물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국민들은 당신들의 사법문란과 권력남용을 쉽게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원조금을 빌미로 우크라이나 정부에게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 아들 헌터 바이든에 관한 수사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헌터 바이든은 부패 혐의가 제기된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 부리스마 홀딩스의 이사직에 올랐었다.

바이든 부자는 혐의를 부인했으나 공화당은 조 바이든이 부리스마를 조사하던 빅터 쇼킨 당시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을 해임시켰다는 사실을 스스로 말하는 내용의 영상을 제시했다. 오바마 행정부 관계자들은 부패를 저지른 것은 쇼킨 검찰총장이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공화당원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 법사위원회 위원장은 향후 있을 상원 탄핵 재판이 새로운 증인 출석 없이 하원에서 제시된 증거에만 기초해 신속하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되기 위해서는 상원의원 총 100명 중 3분의 2 이상이 탄핵에 찬성해야 한다. 현재 공화당의 상원 의석은 총 53석으로 탄핵이 가결되려면 공화당 의원 최소 20명이 이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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