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상)

LIN YAN
2017년 10월 21일 업데이트: 2019년 11월 3일

미국무역대표부가 10월 10일 워싱턴에서 ‘301조사’ 공개 청문회를 처음으로 열었다. 미국 기업대표와 임원, 전문가들이 각각 서면 및 구두진술을 통해 이번 조사에 협조했다. 하지만 중국의 무역보복과 이에 따른 손실, 나아가 중미간 무역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해 진술서와 증거를 제출한 기업은 극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301조사’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 후 미국 기업을 대변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확고히 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가 11월 중국을 방문하기 전에 조사 결과가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결국 중국이 기존의 방법대로 미국에 타협적 양보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재중 미국기업의 1/3 강제 기술이전

첫 청문회에서 미국기업의 업계 대표는 “중국이 자국 기업에게 미국기업의 기술을 이전하도록 규정해 재중 미국기업들이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청문회에 참가한 미중무역전국위원회는 애플, IBM, 아마존, 구글, 오라클 등 IT 대기업 200개가 포함된 조직이다. 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재중 미국기업의 1/3이 중국에서 기술이전을 요구 받았으며 일부는 “강제 기술이전을 하고도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의 중국 무역행위 조사를 지지한다고 밝힌 미중무역전국위원회의 에린 에니스(Erin Ennis) 부위원장은 기업계는 미국 정부가 베이징과 양자간의 협상을 통해 재중 미국 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지식재산권 침해문제를 점진적으로 해결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녀는 미국의 일방적인 강경책으로 인한 무역전쟁 발발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고 덧붙였다.

상하이 주재 미국 상공회의소 역시 제출한 진술서를 통해 미 정부의 강경책이 중국의 경제개방을 촉진시키는 것은 지지하지만 ‘눈에는 눈, 이에는 이’와 같은 보복성 무역전쟁은 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식재산권침해를 연구하는 비영리단체 ‘미국 지식재산권 침해(Theft of American Intellectual)’가 많은 재중 미국기업을 인터뷰한 바에 따르면 거의 모든 기업이 핵심 기술특허 이전을 중국 정부에게 강요받았다고 전했다.

해당기관의 리차드 일링스(Richard Ellings) 대표는 중국이 가면을 쓴 채 외국기업의 중국 공장 건설을 동의하는 척하며 곧바로 기술이전을 강요해 핵심기술을 빼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가 ‘파워와 레버리지’를 통해 중국의 이 같은 꼼수에 대응해야 한다고 그는 호소했다.

재중 미국기업 40%, 지식재산권 안전에 우려

주중 미국 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17년 <중국상무환경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약 40%의 기업이 데이터 안전과 지식재산권 유출, 중국의 인터넷 검열 제도에 대해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년간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긍정적인 변화를 보인 바 없었다. 54%의 재중 미국 기업은 다른 지역보다 중국의 지식재산권 유출 및 데이터 안전 위협이 더 크다고 밝혔다.

특히 R&D업계의 57%가 향후 2년의 중국정부 관리감독 환경에 대해 ‘부정적’ 또는 ’다소 부정적’이라고 응답했으며, ‘낙관적’ 또는 ‘다소 낙관적’ 이라고 대답한 기업은 10%에 불과했다.

900개의 재중 미국 기업을 회원으로 둔 주중 미국 상공회의소는 영향력 있는 주중 외국 상공회의소 중 하나이자 재중 미국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이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80% 이상의 재중 기업인들이 재중 외국기업이 과거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4곳 중 1곳이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생산설비를 이전시켰거나 계획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기업이 다음 투자 타깃을 중국에서 아시아의 다른 국가나 북미국가로 결정한 것이었다.

올해 4월 이 단체는 재중 미국기업이 수십 년 이래 가장 열악한 무역환경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의 조사 결과도 주중 미국 상공회의소의 보고서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미국무역대표부가 상반기에 발표한 2017년 <특별 301조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8년 연속 지식재산권 우선관찰 대상국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기업계에서 상업기밀 유출 문제는 갈수록 악화되고 심각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기밀유출은 주로 네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퇴사 직원이 메모리 장치를 이용한 유출, 중국과 외국기업의 합작을 통한 유출, 인터넷 해킹을 통한 유출, 상업기밀 소유자에게 ‘의무’를 이행하도록 요구해 중국 정부에 제출하지 않아도 될 정보를 제공하게 하는 것 등이 있었다.

재중 미국 기업은 현재 딜레마에 빠져 있다.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중국 당국의 실질적인 위협에 직면해 있는 반면 무역 보복을 우려해 자국정부에 공개적으로 지원을 요청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 STR/AFP/Getty Images

미국 기업, 당당히 진실 말하고 조사에 협조해야

미국 ‘301조사’의 첫 청문회에서 태양광 업체인 솔라월드 아메리카(SolarWorld Americas Inc)와 아메리칸 슈퍼컨덕트(American Superconductor Corp.)만이 진술서를 제출했다. 이 두 기업은 최근 중국에서 심각한 지식재산권 침해를 겪은 바 있다.

재중 미국기업은 왜 당당히 나서서 대중들에게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것일까?

‘미국 지식재산권 침해’ 단체의 리차드 일링스(Richard Ellings) 대표는 청문회에서 거의 모든 재중 미국기업이 지식재산권 침해 피해 사례를 공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만약 이를 공개했을 시 전제체제인 중국 당국에 의해 제재와 처벌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재중 미국기업들의 태도가 이상하다며 트럼프가 조사를 명령한 것은 중국 정부에게 공평한 무역환경 제공을 요구하는 입장을 분명히 표명한 것이라고 뉴욕의 독립 평론가 주밍(朱明)은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는 재중 미국기업의 밥그릇을 깨려는 게 아니라 기업들의 권익을 되찾아주려는 것이다. 이들이 말하지 않을수록 중국은 더욱 제멋대로 굴며 계속 권익을 침해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카네기 멜론대학교의 브랜스테터(Lee Branstetter) 경제학 교수도 서면진술을 통해 미국기업의 우유부단한 태도가 이번 조사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미국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극단적인 보복조치를 우려해 이번 조사에 적극 협조하지 않는다면 미국정부는 영장발부를 통해 협조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증거를 은닉한 기업에게 법적 처벌을 가해야만 비로소 진상이 공개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이 8월부터 착수한 ‘301조사’에 대해 중국은 극렬하게 반대하며 이에 상응하는 보복에 나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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