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독재국가 지도자들 상대하는 법

2019년 11월 12일 업데이트: 2019년 11월 26일

워싱턴 포스트(WP) 칼럼니스트 마크 티센(Marc A. Thiessen)은 지난 2일 기고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여러 독재정권 지도자와의 만남에 수려한 어휘로 그들을 칭찬했는데도 보수파들의 분노를 사지 않았다”고 전했다. 보수파들에겐 트럼프의 강경한 행동이 그가 한 부드러운 말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지난주 아시아 순방에서 독재국가 원수 세 명을 만났다. 재임 중 북한 땅을 밟은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된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높이 평가했다. 또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을 농담 삼아 언급했다. 트럼프는 시진핑과의 회담에서도 그에게 극찬을 보냈고, ‘전제 조건 없이’ 이란 지도자를 만나고 싶다고도 했다.

티센은 “만약 오바마가 재임 시절, 이 중 한 가지라도 했다면 보수파들은 펄쩍 뛰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왜 보수파들은 트럼프의 이 같은 행동에 분노하지 않은 것일까? 트럼프는 오바마와 달리 북한, 러시아, 중국 공산당, 이란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한 일들이 그가 한 말보다 훨씬 중요해서다.

티센은 “오바마는 반미(反美) 독재자들을 끌어안았을 뿐 아니라 그들에게 많은 돈을 줬고 외교적 양보도 많이 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오바마는 쿠바 독재정권을 국가로 승인하면서 제재를 풀었다. 그런데도 아무 것도 얻은 것이 없었고 쿠바는 오히려 반체제 인사 탄압을 강화했다.

이란과도 오바마는 핵 합의를 끌어냈다. 그러나 당시 미 의회 의원들과 오바마 사이에는 견해차가 컸다. 오바마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는 최선의 합의라 했지만, 의회 비판 인사들은 이런 자기기만적 행동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설령 합의를 한다해도 이란은 이스라엘과 다른 적들로 인해 핵무기를 만들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당시, 의회 공화당원은 ‘이란 이슬람 공화국 지도자’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오바마와 이란 간의 어떤 합의든 차기 대통령이 ‘쉽게’ 철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는 “미 의회가 외교 협상에 직접 관여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핵 협상 체결 이후, 국제사회는 이란에 가한 경제 제재를 해제했다. 동결했던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해외 자산도 해제했다. 이 자금으로 이란은 테러범들과 중동 확장을 노리는 시아파를 지원할 수 있었다.

티센은 “이에 비해 트럼프는 이런 독재자에게 거의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북한의 경우, 트럼프는 입으로는 김정은을 칭찬해도 오히려 강경 방침을 고수한다. 제재 철회나 자산 동결 해제, 국가승인은 커녕 북한 핵심층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고, 제재를 위반한 북한 선박도 억류했다.

지난주 G20에서 트럼프는 푸틴에게 다시 만난 매우 영광이라며 ‘다시는 미국 대선에 개입하지 말라’는 농담도 건넸다. 트럼프는 며칠 전에도 푸틴과 매우 좋은 관계라며 “이런 관계가 많은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G20에 앞서 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와 인터뷰 한 푸틴도 매우 정중하게 트럼프를 언급했고 여러 번 ‘도널드’라며 친근하게 불렀다. 또한 푸틴은 “트럼프가 직업 정치가는 아니지만, 재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유권자들의 기대에 대해서도 아주 잘 알고 있다”고도 했다.

두 정상 간 이렇게 말해도 트럼프는 여전히 러시아에 강경하다. 그는 러시아의 침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무기 판매 및 원조 계획을 승인했다. 영국이 전직 러시아 이중 스파이 독살 시도 사건을 러시아 소행으로 확정 짓자, 곧바로 러시아 외교관 60명에게 추방 명령을 내렸다. 트럼프 정부는 모스크바에 새로운 제재를 명령했고, 러시아의 계약 위반을 들어 러시아와 맺은 ‘중거리 핵미사일 조약’ 철회를 선언했다. 또한 트럼프는 러시아의 지지를 받는 시리아를 두 차례 폭격을 명령했다. 알아사드 정권이 국민을 상대로 자행하는 화학무기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시리아가 국민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또다시 사용하자 트럼프는 알아사드를 지지하는 러시아를 비난하며 “시리아로 미사일이 날아갈 것이니 푸틴은 준비하라”고 트위터를 통해 경고를 날렸다. 트럼프는 지난주 푸틴과 G20 회동을 앞두고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노르트 스트림 2(Nord Stream 2)’ 건설을 막기 위한 새로운 경제 제재를 고려 중”이라고 발표했다.

‘노르트 스트림2’는 러시아 발트해를 거쳐 독일로 공급되는 천연가스관을 설치하는 프로젝트이다. 이를 설치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거치지 않고 독일에 천연가스를 대량 수송한 후 이를 다시 다른 유럽 국가로 보낼 수 있다.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들은 ‘노르트 스트림2’가 동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경제 전략으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티센은 “레이건 대통령 말고 옳은 대통령은 트럼프밖에 없으며, 전직 대통령 중 트럼프보다 더 러시아에 강경한 대통령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시진핑을 칭찬해도 중국 공산당 문제에서만큼은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의 미국 지적재산권 절도 행위 징벌 차원에서 2500억 달러(약 295조500억 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동시에 트럼프는 관세를 무기로 중국 공산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고, 중국 공산당이 규칙을 지키게 하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지난주 미중 정상회의 이후, 트럼프는 또 다른 3000억 달러(약 353조9400억 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유예했지만, “양측의 협상 결과에 따라 언제든 추가 관세 발동을 명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의 경우 트럼프는 이란 지도자와 만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란과의 핵 협정 파기를 선언하고 이란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발동했다. 이로써 이란의 석유 판매는 88% 감소했고, 이란 정부의 수입도 40%나 줄었다. 티센은 “만약 알리 하메네이(Ali Khamenei) 이란 최고 지도자가 트럼프와 사진을 찍길 원한다면 트럼프는 이에 응하겠지만, 이것이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 해제를 의미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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