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단체, 중국 진출한 다국적 기업에 “공급망 정보공개” 압박

류지윤
2021년 4월 1일
업데이트: 2021년 4월 1일

총 5조 달러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투자자 단체가 H&M 등 다국적 브랜드에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사업부서 퇴출 등을 압박했다.

중국 신장 지역의 강제노역과 관련해 사회적, 종교적 가치관을 가진 서방 사회 구성원들의 대응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50여 명의 투자자가 모인 이 단체는 H&M, 휴고보스, 자라 모기업인 인디텍스 등 40여 개 다국적 기업에 전체 공급망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인권침해 대응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사건은 종교적, 사회적 가치관을 가진 투자자들이 글로벌 브랜드에 인권 의식을 요구하면서 중국과 사업관계를 유지하려는 브랜드가 향후 적잖은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을 시사했다.

‘인권을 위한 투자자 연합'(Investor Alliance for Human Rights·인권투자연합)의 프로젝트 매니저 애니타 도렛은 일부 기업이 중국 거래업체와 소셜미디어 비난 여론을 의식해 자사 홈페이지에서 강제노역 제품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표현을 삭제하거나 신장 면화 구매를 늘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도렛 매니저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기업은 공급업체의 자세한 사정을 파악하는 데 힘을 쓰지 않는다 . 투자자로서 우리는 투명성과 책임감을 원한다”며 “이는 그들의 일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들이 모른다면 누가 알겠나”라고 말했다.

인권투자연합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단체는 160여 개 기관 투자자 및 단체와 협력관계에 있으며 총 5조 달러 이상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또한 ‘종파를 초월한 기업책임센터'(ICCR)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 단체는 종교단체,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종교적 가치관을 지닌 다양한 구성원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H&M, 버버리, 나이키, 아디다스 등은 글로벌 브랜드는 과거 신장 강제노역에 대해 보였던 관심으로 인해 중국 공산당 조직과 언론의 주도 아래 중국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을 겪어야 했다.

이번 불매운동은 미국, 영국, 캐나다, 유럽연합(EU)이 거의 전례 없는 수준으로 일치단결해 중국 신장 지역에서 벌어진 소수민족 인권탄압 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한 직후에 이뤄졌다. 중국 공산당은 모든 인권 침해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재미 중국문제 전문가 헝허(横河)는 “중국은 서방 관리들에게 제재를 가했지만 보복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을 것”이라며 “서방 의회 의원이나 학자들은 중국에 묶인 예금이나 부동산이 없다”며 “이빨도 안 들어가니까 이번에 부드러운 걸 물었다. 바로 기업이다”라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이 서방 각국과 외교적 갈등을 서방 기업들에게 화풀이 한 데에는 서방 기업들이 약간은 부채질한 부분도 있다. 외국 기업들은 경제적 손실을 위협받을까 봐 장기간 중국 공산당과 정부를 향해 유화적인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수십 년간 영업해온 외국 기업은 대부분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신경을 건드릴까 봐 몸을 사렸고, 이는 관제 민족주의 불매운동이 항상 효과를 거두는 빌미가 됐다.

미국의 유명 헤지펀드 투자자인 헤이맨 캐피탈 창업자 카일 배스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중 정책 결정권이나 미국의 패권을 민간에 넘긴다면, 민간은 백이면 백, 도덕보다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할 것”이고 지적했다.

베스는 “중요한 건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적, 도덕적 차원에서 인종 학살과 반인륜 범죄를 저지른 나라들과는 함께 일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업들은 중국에서 돈 벌기에 안달이지만, 현실은 사악한 정권이 사람들을 상대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H&M 홈페이지의 인권 페이지에는 지난 26일을 기점으로 2020년 신장 강제노동에 관한 우려성명 링크가 사라졌다. 하지만 인터넷 주소를 입력하면 성명서 페이지를 여전히 열어 볼 수 있다.

반면 자라 모기업인 인디텍스 홈페이지의 강제노동 관련 성명은 지난 25일부터 접속이 차단됐다.

이번에 40여 개 다국적 기업에 전체 공급망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구한 인권투자연합은 다국적 기업이 신장 관련 성명을 삭제하거나 변경한 것은 중국 공산당의 경제적 보복을 우려해서지만, EU 등 여러 시장에서는 기업에 공급망 정보공개 규약이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중국 시장에 의존하던 글로벌 기업들이 갈수록 중국을 제외한 국제사회로부터 도덕적 압력을 받게 된다는 의미다.

앞서 중국-EU상공회의소는 미국의소리(VOA)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상업의 정치화가 진행되면서 딜레마에 빠진 유럽 기업들이 늘고 있다. 유럽의 여론은 기업에 사회적 책임감을 명확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공급망에서까지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려 하면 중국에 맞서려는 것으로 보여 중국인들의 강력한 반발을 사게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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