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불능 치닫는 상하이 코로나…홍콩 매체 “관리들 비협조적”

하석원
2022년 04월 9일 오후 4:35 업데이트: 2022년 04월 9일 오후 5:58

상하이 관리들, 장쩌민파 상하이방 다수
“시진핑 측근 당서기 지시에 소극적 대응”

중국 ‘경제수도’ 상하이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계속되면서, 시진핑 정권에 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중국 공산당은 상하이 방역에 전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15개 성정부와 인민해방군에서 총 4만 명의 의료진을 상하이로 파견했으며, 시 공안 5만 명이 전원 비상 근무에 돌입했다.

중국 온라인에는 상하이의 격리지역 주민들이 냉장고를 아파트 베란다에 내놓고 “식량이 떨어졌다”고 항의하거나 동시에 “식량이 없다”고 절규하는 영상이 떠돌고 있다. 격리 기간 신장 투석을 받지 못해, 가족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는 영상도 게재됐다.

격리로 인한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거리로 나온 주민을 공안이 붙잡아 연행하거나 그 자리에서 머리를 밀어버려 수치심을 주는 장면도 포착됐다. 세계 경제 2위 대국이지만, 인권 방면에서는 최악의 후진국으로 평가되는 공산주의 중국의 민낯이다.

코로나 감염 환자들은 범죄자가 아니라 자신 역시 피해자이지만, 환자 이송버스에 강제로 탑승해 격리지역으로 이송되고 있다.

상하이시 당국은 의료 지원을 위해 15개 성에서 ‘의료진’이 파견됐다고 밝혔지만, 중국 웨이보 등지에는 시내를 순찰하는 공안병력이 담긴 영상이 확산됐다. 이들은 다른 지역에서 파견된 ‘지원인력’이지만 의료진이 아니라 공안들이다.

상하이를 빠져나가는 주요 도로 톨게이트에는 방호복을 입고 소총으로 무장한 인원들이 바리케이트를 설치하고 차량을 통제했다. 시내 곳곳에서도 소총으로 무장한 방역 요원들이 심심찮게 목격됐다.

방역 요원들이 소총으로 무장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당국의 예상보다 상하이 봉쇄가 길어지고 있으며 2500만 명이 거주하는 대도시에 살벌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는 점이다.

공안병력이 늘어났다는 지적과 관련, 상하이시 당국은 “지역사회 통제 강화를 위해 상하이시 공안 5만 명이 전원 비상근무 중”이라며 다른 지역에서 병력이 증원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상하이 관리들이 방역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상하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올해 말 3연임 확정을 노리는 시진핑 정권에 악재로 작용하지만, 상하이 관리들은 이를 ‘남의 일’로 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상하이 관료사회의 특유의 복지부동과 부패가 더해지면서 중앙정부와의 방역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분석도 더해지고 있다.

지난 6일 홍콩 명보는 시진핑의 한 측근 발언을 인용해 그가 상하이 관리들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은 평가를 내린 바 있다고 보도했다.

명보는 “선훙광(沈紅光) 전 상하이 조직부장에 따르면, 시진핑은 상하이 관리들에 대해 ‘사람에 달라붙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전했다. 이는 시진핑이 공직생활 중 상당 기간을 보냈던 푸젠성, 저장성 관리들과의 비교 평가로 이해된다.

푸젠성과 저장성에서는 관리들이 시진핑에게 아첨하며 ‘패거리’를 이뤘지만, 상하이 관리들은 실무에만 집중할 뿐 시진핑 파벌과의 인맥 형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명보는 “상하이 관리들은 계산이 빠르다. 중국 공산당 상하이 시(市)위원회의 천량위(陳良宇) 서기가 실각하자, 당시 상하이 관료사회가 상당히 동요했고 너도나도 시진핑과 거리두기를 했다”고 전했다.

천량위는 시진핑의 라이벌 세력인 장쩌민 계파 ‘상하이방’의 주요 인물 중 하나다. 장쩌민은 상하이방의 대표주자로 천량위를 밀었지만, 그는 2006년 후진타오·원자바오 정권 시절 부정부패 혐의로 실각했다.

상하이방은 서둘러 대타를 찾았고, 그렇게 발탁된 인물이 시진핑이다. 시진핑은 2007년 3월부터 10월까지 상하이 서기로 근무했고 그해 말 차기 지도자로 확정됐다.

그러나 자신들의 ‘보스’인 천량위 대신 낙점된 시진핑을 상하이 관리들은 반기지 않았고, 결국 시진핑은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상하이 관리들에 대해 ‘사람에 달라붙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상하이 서기는 리창(李強)이다. 리창은 시진핑이 저장성에 근무하던 시절의 측근이다. 시진핑이 상하이 서기에 자신의 옛 수하였던 리창을 임명한 이유는 명확하다. 여전히 상하이에서 건재한 상하이방과 장쩌민파 관리들을 견제하려는 목적이다.

리창 서기는 시진핑 정권의 ‘제로 코로나’를 유지하려 하지만, 상하이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은 사실상 통제 불능에 빠졌다. 상하이의 일일 신규 확진자는 1만 명대를 훌쩍 뛰어 넘으면서 2020년 초 우한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와 관련, 명보는 중국 소식통을 인용해 “일부 상하이 관리들은 현장을 이탈해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 몇몇 지역은 책임자가 자리를 비워 군의관이 방역을 지휘하는 상황이다. 상하이 공직사회에서는 ‘지도부가 잘못된 정책을 펴고 있고, 중간층은 제대로 지휘를 하지 않으며, 말단 관리들은 능력이 부족하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고 전했다.

즉 시진핑 정권은 권력에 위협이 될 정도로 악화된 상하이 상황을 어떻게든 완화하려 하지만, 상하이 관리들은 비협조적으로 응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혼란상은 시진핑 정권에 화살로 돌아가고 있다.

여기에 당국에 ‘당하지만 않겠다’는 시민들의 폭로도 더해지면서, 상황은 더욱 혼란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

중국 온라인에는 한 상하이 시민이 지역 질병통제센터 관계자와의 전화통화를 녹음한 파일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 관계자는 “경증 환자나 무증상 환자는 자가 격리하는 게 좋다”며 “병원에 가지 말라”고 권했다. 병원이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한 “전문가가 말을 해도 (관리들) 아무도 안 따른다”며 “현재 코로나19는 정치적 질병이 됐다. 엄청난 인력과 자금을 투입하고는 있지만, 세계 어느 나라가 시 전체를 봉쇄하고 전수검사를 하는 식의 방역을 하나”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절망적”이라며 녹취록을 공개해도 좋다고 말했다. 추후 중국 네티즌들의 조사를 통해 이 관계자는 상하이 푸둥신구 질병통제센터 감염방지과 주웨이핑(朱謂萍) 주임으로 확인됐다.

녹취록이 공개되자, 상하이 질병통제센터는 긴급통지를 발표해 “모든 관계자들은 시민과의 상담 때 중앙정부 방역 방침에 따라야 한다”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