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은 역사적 사실” 홍콩시민들 추모기념관으로 발길

2021년 6월 1일
업데이트: 2021년 6월 1일

“촛불집회가 열리지 않게 돼 기념관을 찾았습니다. 매우 슬픕니다.”

1일 오후 홍콩 몽콕에 위치한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시위 추모 기념관에서 만난 한 여성은 이렇게 말하며 한켠에 마련된 헌화대에 꽃을 놓았다.

자신을 ‘캐런’이라고 밝힌 이 여성은 혼자 방문했는데 같은 시간 기념관 내에는 그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20대 젊은이들이 20여명 있었다.

또 노년의 부부를 비롯해 중장년층으로 보이는 이들이 10명 정도 찾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방역 수칙 준수를 이유로 수용 규모보다 적은 인원을 시간대별로 사전예약을 받아 입장시키고 있는 기념관은 30명 정도 들어차니 이미 복작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작은 공간이다.

하지만 이곳의 열기와 진지함은 너른 공간을 채울 수 있을 만큼 밀도가 높고 크게 느껴졌다.

기념관은 전시품 정비를 위해 지난 4월 중순 문을 닫았다가 지난달 30일 재개장했는데, 그 사이 톈안먼 추모 촛불집회가 또다시 불허됐기 때문이다.

홍콩 6.4 톈안먼 추모 기념관 | 연합뉴스

홍콩 정부는 1990년부터 매년 6월 4일 저녁 빅토리아 파크에서 이어져온 촛불집회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를 이유로 불허했다.

그러나 시민사회에서는 코로나19는 표면상의 이유일 뿐이며 이제 중국처럼 홍콩에서도 톈안먼 시위의 흔적이 사라지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촛불집회를 주최하고 기념관을 운영하는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의 주석과 부주석 1명은 2019년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혐의로 현재 수감 중이다.

친중 진영에서는 지련회의 5대 강령 중 ‘일당 독재 종식’과 ‘민주 중국 건설’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련회의 임원인 리처드 초이는 지난달 31일 홍콩 빈과일보에 “기념관의 전시는 법적 테두리 안에 있지만 당국이 이를 단속할지는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정치적 상황을 볼 때 기념관 방문객들도 관람의 위험을 고려해야한다”고 밝혔다.

홍콩 6.4 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 기념관의 전시품. | 연합뉴스

하지만 기념관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은 이어지고 있다.

이날 기념관에서 만난 지련회 측 인사는 “재개장일이 일요일이라 그날 더 많은 관람객이 찾았다”고 밝혔다.

그는 톈안먼의 참상을 찍은 사진이 다수 수록된 기록집을 보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지련회는 2014년 기념관을 세우고 1989년 6월 4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벌어진 참사와 관련한 사진과 영상, 관련 책자와 현장 물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기념관 중앙에 설치된 TV에서는 당시의 긴박했던 순간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언급 자체가 금기시되고 있는 톈안먼 참사의 순간은 이곳 기념관에서 생생히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홍콩의 중국화’를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촛불집회에 이어 기념관마저 문을 닫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홍콩 6.4 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 기념관에 마련된 희생자들을 위한 헌화대 | 연합뉴스

홍콩프리프레스(HKFP)는 “기념관이 재개장한 지난 일요일 자녀들 손을 잡고 기념관을 찾은 부모들이 많았다”며 “이들은 기념관마저 없어질 것을 우려했고 자녀들에게 역사를 알려주려고 했다”고 전했다.

이날 자신을 ‘댄’이라고 밝힌 남성은 “톈안먼 민주화운동은 역사적 사실”이라며 “나는 중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배웠지만 이제 홍콩 학교에서도 톈안먼을 배울 수 없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 카메라를 들고서 전시품들을 신중하게 찍었다.

기념관은 매일 오후 6시까지 운영되지만 오는 6월 4일에는 밤 10시까지 문을 연다.

지련회는 촛불집회 불허로 빅토리아 파크를 찾지 못하는 시민들이 당일 기념관을 찾아 헌화를 할 수 있도록 개장 시간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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