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공안부 2인자 요구에 ‘中 차기 권력자 예측 알고리즘’ 개발”

중국의 빅테크 규제와 공산당 권력암투秘史①
강우찬
2022년 07월 17일 오전 11:42 업데이트: 2022년 07월 17일 오전 11:42

중국 시진핑 당국이 중국 거대 기술기업(빅테크)들을 강력한 규제로 길들이기한 배경에 관한 새로운 내용이 폭로됐다.

공안부 2인자였던 쑨리쥔(孙力军) 전 공안부 부부장이 중국 빅테크 ‘텐센트(騰迅·텅쉰)’에 공산당 고위 인사들을 감시하고 관련 정보를 넘겨줄 것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됐다.

또한 텐센트가 쑨리쥔의 요구로 중국의 최고 권력 집단인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차기 위원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오는 10월 25일 출간 예정인 ‘영향력의 제국(Influence Empire)'(가제)의 주요 내용 중 하나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 기자 루루 이룬 첸(이하 루루 첸)이 쓴 이 책은 텐센트의 성장 과정과 중국의 기술적 야망을 다루고 있다.

쑨리쥔은 현재 기율 위반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는 2018년 최연소 공안부 부부장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지만, 2020년 4월 ‘기율과 법규’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작년 11월 체포되며 낙마했다.

당국은 구체적인 혐의를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 9일 중국중앙(CC)TV 보도에 따르면 쑨리쥔은 전날 법원 심리에서 뇌물수수, 주가조작, 총기 불법 소지 혐의가 적용됐다. 뇌물 수수액은 총 6억4600만 위안(약 1250억원)에 달했다.

쑨리쥔은 시진핑의 당내 최대 라이벌 세력인 장쩌민 계파의 핵심 인물 중 하나다. 그가 중국 빅테크와 은밀한 동맹 관계에 있었음이 사실이라면, 시진핑 정권의 ‘이해하기 힘든’ 빅테크 규제도 앞뒤가 맞게 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20년 11월부터 빅테크 규제를 본격화했다. 이듬해 중반부터는 빅테크 업계에 대한 초강력 규제가 쏟아냈다. 업계가 곡소리를 냈고 정권의 총애를 받던 마화텅 텐센트 회장은 납작 업드렸다.

이전까지 중국 공산당은 테크 기업들에 혜택을 몰아주며 경제 발전과 기술개발을 재촉했다. 테크 기업들은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을 위한 첨병으로 육성됐다.

시진핑 정권이 갑작스럽게 빅테크를 눈엣가시로 여기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의론이 분분했지만 명확한 해석은 나오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회장이 금융당국의 규제를 거침없이 비판하면서 ‘괘씸죄’에 걸렸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였다. 공산당에 필적할 정도로 부유하고 방대해진 빅테크에 대한 견제라는 분석도 있었다.

그래도 중국 공산당이 스스로 키운 테크 기업을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찍어내기’를 한 데 대한 의문은 속쉬원히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빅테크들이 시진핑의 권력에 위협을 가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중국 전문가 린얜은 “쑨리쥔 전 공안부 부부장(차관급)의 이력을 들여다보면 빅테크의 몰락이 그에게서 시작했다는 분석을 받아들이기 쉽다”고 말했다.

쑨리쥔은 2020년 4월 후베이성에서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 방역 업무를 감독하던 중 직위 해임되고 끌려가 조사를 받았다.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인 가운데 일선 현장을 총지휘하던 인물이 끌려간 일은 언뜻 봐도 정치적 사건의 냄새를 풍겼다.

그는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최측근인 멍젠주(孟建柱) 전 중앙정법위원회 서기의 직속 부하로 오른팔 같은 인물이었다.

중앙정법위는 지금은 그 위상이 많이 약화됐지만, 오랜 기간 공안기관과 사법부를 총괄하는 핵심 권력기관이었다.

멍젠주는 2017년 10월까지 중앙정법위 서기로 재직했다. 2013년 3월 시진핑이 국가주석에 취임하고서도 4년 6개월이나 장쩌민의 최측근이 공안권력을 틀어쥔 것이다. 시진핑은 집권 1기 5년 중 거의 절반을 반쪽짜리 권력으로 지내야 했다.

멍젠주의 중앙정법위 서기 퇴임 후에도 공안부에는 장쩌민 인맥이 여럿 있었고, 실세 중 하나인 부부장에는 여전히 쑨리쥔이 자리 잡고 있었다. 준군사조직이나 다름없는 중국의 공안부는 베이징 시내에서 무력을 동원할 수 있는 기관이다.

쑨리쥔은 장쩌민 근거지인 상하이 시정부에서 외사판공실(대외업무 총괄기관) 부주임, 공안부 판공청 부주임, 공안부 1국(국내안전보위국) 국장, 26국(공안부 610 판공실) 국장, 중앙 610 판공실 부주임 등을 거쳐 공안부 부부장에 올랐다.

공안부 1국은 ‘정치보위국’으로 불리며 정보 수집을 전담한다. 정치범 단속과 홍콩 문제 등을 전담하며, 공안부 내에서도 초법적 권한을 행사하는 최고 권력기구로 악명 높은 부서다.

26국은 장쩌민 지시로 설립된 파룬궁 탄압 전담 비밀경찰조직 ‘610 판공실’의 공안부 대응 부서다. 쑨리쥔은 26국 국장 재직 후 바로 전국의 610 판공실을 총괄하는 중앙 610 판공실 부주임에 임명됐다.

이는 장쩌민과 계파 권력자들이 쑨리쥔을 상당히 신뢰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610 판공실은 파룬궁 탄압을 주도하며 학살극에 연루된 기관이다. 파룬궁 탄압과 직접 관련이 없는 시진핑 입장에서는 이전 정권이 남긴 추악한 유산이나 다름없다.

파룬궁 수련자들은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 장쩌민 기소 활동을 펼치고 그를 국제형사재판소에 전범으로 기소하는 활동을 지난 20년 가까이 펼쳐왔다.

파룬궁 문제는 물러난 장쩌민 계파 입장에서는 시진핑이 건드려주지 않았으면 하는 블랙박스다. 시진핑은 파룬궁 문제에 대해 공개석상에서 전혀 언급하지 않으며 거리두기를 해왔다. 장쩌민 정권이 청산할 피의 빚으로 그대로 둔 셈이다.

시진핑을 상대로 정변을 시도했다가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장쩌민 계파의 황태자’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 역시 충칭시에서 공안권력을 틀어쥐고 정적들을 제거하는 도구로 삼았다.

보시라이는 충칭시 공안국장에 자신의 오른팔인 왕리쥔을 임명했으며, 왕리쥔을 통해 충칭시의 고위 관리들을 감청·감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였었다.

중국의 <국가정보법>은 국가안보와 관련될 경우 중국의 모든 개인과 기업, 조직에 정보를 요구할 권한을 공안부에 부여하고 있다. 공안부가 공산당의 ‘칼’로 불리는 이유다.

이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에포크타임스에 쑨리쥔 역시 정변을 음모한 보시라이 못지 않게 시진핑을 위협하는 위치에 있었다고 말했다.

쑨리쥔은 베이징 시내에서 언제든 무력을 동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안부 실세 중 하나였다. 시진핑의 목숨을 직접적으로 노릴 수 있는 쑨리쥔은 장쩌민 계파의 카드였고, 장기 집권을 추진하는 시진핑 입장에서는 언젠가 꺾어야할 예봉이었다는 것이다.

2020년 4월 해임돼 조사를 받던 쑨리쥔이 1년 반 만인 작년 11월 체포되면서 최종적으로 낙마한 일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공안권력을 둘러싼 암투에서 완전히 통제권을 틀어쥐게 됐음을 설명한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쑨리쥔이 텐센트에 접근한 것은 필연적 수순일 수도 있다고 했다.

텐센트가 서비스하는 중국의 국민메신저 ‘위챗(WeChat, 微信)’은 가입 시 입력하는 사용자의 개인정보는 물론 채팅 내용, 검색 기록, 결제 내역, 위치 정보와 친구 목록 등 사용자의 거의 모든 정보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동시에 연락을 주고받는 메신저로서의 기능은 물론 본인확인·결제·검색·뉴스보기 정보 그리고 얼굴인식·음성인식 등 바이오 정보까지 수집하고 있어 사실상 ‘국민 감시 앱’이라고 불린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건강코드’ 앱과 결합해 건강 상태까지 수집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특정 사용자의 건강코드를 적색(위험) 신호로 임의 변경해 이동 제한을 걸어버리는 용도로도 쓰일 수 있음이 확인됐다.

이 때문에 중국 공산당 고위층 역시 국민 통제 기능을 가진 위챗이 정치적 반대 세력을 견제하는 무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 위챗과 텐센트를 확실히 장악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루루 첸의 신간 출간 소식을 전하며 “소식통에 따르면 쑨리쥔은 텐센트에 고위 관리의 정보를 제공하라고 요구했다”며 “보복을 두려워한 이 소식통은 익명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작년 9월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쑨리쥔이 ‘사조직’을 키워 이익집단을 형성했다”며 “당에서 제명됐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사조직의 성격과 규모, 활동 내용 등 구체적인 것은 밝히지 않았지만 텐센트와 관련된 인물들도 포함됐을 것으로 추측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에 따르면 당국은 쑨리쥔의 감시 행위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부패 행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감시 행위가 드러났고 이는 중국 정부의 텐센트 타격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텐센트 대변인은 전직 직원 한 명이 개인적인 비리 혐의로 조사받은 사실을 인정했지만, 위챗과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블룸버그 통신은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베이징 지도부가 차기 상무위원 후계자를 예측하는 알고리즘 구축 프로젝트에 대해 알게 되면서 텐센트가 다시 곤경에 빠졌다고 전했다.

–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