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의원 “종전선언 추진은 무리…차기 정부에 부담”

이윤정
2021년 12월 3일
업데이트: 2021년 12월 3일

종전선언, ·미 간, ·북 간 입장·해석 달라
, 미국 입장 반영된 종전선언 받아들일지가 관건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에 대해 “차기 정부에 부담을 주는 외교 안보 문제”라고 규정하며 “임기 내 종전선언의 무리한 추진을 포기하는 게 현명하고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최고위급 외교관 출신의 탈북민 태영호 의원은 12월 2일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태 의원의 발언은 임기 말 문재인 대통령이 공을 들이고 있는 종전선언에 반대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에서는 종전선언을 남북, 북미 대화를 끌어내는 마중물로 활용해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를 이뤄내겠다는 종전선언 ‘입구론’을 주장한다. 태영호 의원의 말은 전쟁이 완전히 끝나고 평화협정이 체결돼야 비로소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할 수 있으며, 주한미군 철수 등 북한이 요구하는 선결 조건에도 불구하고 종전선언을 밀어붙이는 것은 남북한 대치 국면 속에서 안보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반대하는 국내 보수 진영의 논리와 궤를 같이한다.

12 2일 오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동상이몽의 남··미 종전선언 그 한계와 전망 : 북한 비핵화와 국군포로 문제를 중심으로세미나가 열렸다. 조태용 의원실과 국회글로벌외교안보포럼, 북한인권단체인 ()물망초와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Transitional Justice Working Group)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는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조태용·박진·김석기·허은아·서정숙·지성호·윤주경·강민국·김정재 의원·이태규 국민의당 의원·박선영 사단법인 물망초재단 이사장·정수한 ()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장·이영한 TJWG 대표·신희석 TJWG 법률분석관이 자리를 함께했다.

태영호 의원은 종전선언에 대해 한미 간, 남북 간 의견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태 의원은 종전선언에 대한 한미간 입장차이를 들어 “(언론에서) 한미간 종전선언 문구에 거의 합의됐다는 보도가 나오지만, 미국은 종전선언이 정전체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북한의 비핵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문구를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9월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연속 이틀째 담화를 발표하면서 선결 조건을 제시했다. 김여정이 발표한 선결 조건은 ‘이중기준’과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고 남북 간 ‘상호 존중’ 원칙에 합의하자는 것이다. 자신들의 미사일 시험 발사만 도발로 규정하는 것을 ‘이중기준’으로, 한반도에 미국 전략무기를 배치하는 것을 ‘적대시 정책’의 사례로 언급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선결조건은 종전선언을 둘러싸고 한미간에 이견을 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국 정부는 종전선언이 법적 구속력 없는 정치적 선언이라 주장하며 이를 비핵화 협상의 입구로 활용하자는 논리로 미국을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종전선언이 한미간 외교에서 이슈로 부각된 지난 2007년 이래 줄곧 ‘종전선언을 위해서는 북한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지난 10월 26일(현지 시간) 제이크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브리핑에서 “종전선언에 대해 정확한 순서, 시기, 조건에 관해 다소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다”라고 말해 종전선언에 대한 한미간 온도 차를 드러낸 바 있다. ‘종전선언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설리번 보좌관은 “핵심적인 (대북) 전략 구상에 있어선 근본적으로 의견이 일치한다”고 전제한 뒤 이같이 답했다. 설리번 보좌관의 발언은 한국 정부가 종전선언을 위해 미국을 설득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간에 이견이 있음을 공식 확인한 것으로 해석됐다.

태영호 의원은 북한이 주장하는 ‘선결 조건’에 대해 북한이 종전선언을 북한에 유리한 쪽으로 이끌어가려 한다면서 “남북이 현시점에서 종전선언을 통해 ‘상호 존중’ 원칙에 합의한다면 북한은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에 기초하고 있는 남한의 안보 구조를 존중해주는 대가로 핵 무력에 기초한 북한의 안보구조를 ‘존중’해 줄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북한이 2018년 문 정권이 제안한 종전선언이 비핵화와 연결되자 완강히 부인하던 것과 달리 올해 제안한 종전선언에는 호응하는 모습을 보인 것과 관련 “김여정이 9월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에서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 흥미롭다고 평하였는데 이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비핵화 입구론’을 비핵화를 위한 사전 조치나 앞으로 추가적인 조치 없이도 가능한 종전선언, 즉 비핵화 문구가 전혀 없는 종전선언이라고 본 것이다. 다른 하나는 문 대통령이 언급했던 종전선언 제안에 유엔사 언급 없이 한미동맹만 언급했기 때문에 유엔사 해체가 가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들어서다”라고 풀이했다.

태영호 의원은 “이제 관건은 과연 북한이 미국의 입장이 반영된 종전선언을 받아들일지 여부다. 북한은 유엔사 해체 없는 종전선언, 북한 비핵화 협상의 시작점이 될 수 있는 ‘비핵화 입구’ 종전선언은 거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 의원은 북한이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부터 일관되게 한반도에서의 미군 철수를 주장해오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북한은 평화협정 체결에 대해 한반도에서 진정한 평화를 가져오고 전쟁을 종식시킬 의도가 아닌 미군의 한반도 철수를 위한 공세적 카드로 사용해왔다. 1958년 북한에서 중국군이 철수한 것을 근거로 남한에서의 주한미군 철수를 계속 주장했다. 2005년 9월 9일에 6자회담(남·북한·미·중·일·러)을 통해 ‘9·19 공동선언’ 합의에 이르렀으나 북한은 북미평화협정체결과 주한미군 철수 입장을 고수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는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 북한이 2006년 본격적인 핵실험을 시작하면서부터 북미 양측이 비핵화 접점을 찾지 못해 교착상태에 빠졌다.”

그러면서 “종전선언은 말 그대로 전쟁을 포기하고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정치적 선언이며 당연히 ‘상호 존중’ 원칙이 핵심이다. 종전선언을 통해 상호 존중 원칙에 합의하는 순간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주는 결과가 생긴다. 종전선언을 통해 남북이 상호 존중 원칙에 합의하면 한미는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할 명분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태 의원은 종전선언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입장과 해석이 다르다고 했다. 그는 “북한은 2018년 9월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언급한 지 4일 후인 9월 29일 북한 이용호 외무상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의 일방적인 무장 해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10월 2일 북한은 다시 ‘종전선언은 결코 누가 누구에게 주는 선사품도 아니고 비핵화 조치와 바꿀 수 있는 흥정물이 더더욱 아니다’라며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종전선언 언급을 정조준해서 반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과 만난 지 불과 며칠 되지 않아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언급했는데 북한이 이렇게 크게 반발했다는 것은 결국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평양에서 종전선언을 논의했으나 입장과 해석에서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내용도 2018년과 비교해 달라졌다는 게 태영호 의원의 설명이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9월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 이후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촉구해왔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의 내용이 최근에 와서 달라졌다. 문 대통령 임기 초인 2018년에는 ‘선(先) 비핵화, 후(後) 종전선언’ 방식을 제안했지만, 올해 종전선언에선 ‘선 종전선언, 후 비핵화’로 바꿨다. 종전선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북한 입맛에 맞는 종전선언을 제안해 대선용 남북 이벤트를 추진하려는 모습이 보인다”고 꼬집었다.

태영호 의원은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로 있던 2016년 탈북해 대한민국으로 망명했다.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참사(2004~2008), 북한 외무성 유럽국 부국장(2008~2013)을 지냈고 망명 후 국가안보전략원 자문연구위원(2017~2018)을 거쳐 2020년 21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12월 2일 오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동상이몽의 남·북·미 종전선언 그 한계와 전망 : 북한 비핵화와 국군포로 문제를 중심으로’ 세미나가 열렸다. | 태영호 의원실 제공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종전선언과 비핵화의 연동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남북관계의 진전과 항구적 평화구조 정착을 위한 종전선언의 필요성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전제한 뒤 “정부는 종전선언의 실질적 진전과 함께 국민적 합의와 국제적 공감을 얻으려면 비핵화와 연동한 종전선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종전선언이 유엔사 해체 및 주한미군 철수 등 북한의 정치적 공세와 선전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제기하며 “문 대통령이 제안한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간의 종전선언 논의는 비핵화 로드맵과 함께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남북한, 북미 간 상호신뢰와 약속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오로지 종전선언만을 위한 종전선언은 남북관계 진전이 아니라 남북 간 갈등과 불신을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6·25전쟁 기간 중 북한군 및 중공군에게 생포돼 포로가 됐으나 정전 협정 체결 후 북한에 강제로 억류돼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국군포로’ 문제도 다뤘다. 정수한 (사)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장은 6·25전쟁이 끝나고 68년이 지났지만 ‘국군포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국군포로 송환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자료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략 5만~8만여 명의 국군포로들이 북한에 강제로 억류됐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그동안 총 80명의 국군포로가 북한을 탈출해 한국으로 귀환했고 2021년 11월 말 현재 15명이 생존해 있다. 2000년 이후 정부는 남북적십자회담과 장관급회담 등에서 국군포로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북쪽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없다’는 북한의 억지 주장에 ‘국군포로’라는 명칭 대신 ‘전쟁 시기 행불자’라는 애매모호한 용어를 사용하는 등 실효성 있는 조치가 뒤따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 취재본부 이윤정 기자 yunjeong.lee@epochtimes.nyc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