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길, 24절기] 경칩(驚蟄), 천둥이 치고 만물이 생동하는 봄

연유선
2024년 03월 4일 오후 4:26 업데이트: 2024년 03월 4일 오후 5:02

아직은 쌀쌀한 바람에 몸이 움츠러들지만, 벌써 봄의 세 번째 절기 경칩입니다.

경칩, 한자로 먼저 살펴보면 놀랄 경에 숨을 칩.

천둥이 치는 소리에 미물들이 놀라서 땅에서 튀어나온다는 뜻입니다.

이 무렵에는 대륙에서 남하한 한랭전선이 통과하면서 천둥이 치곤 하는데요.

이 때문에 옛사람들은 경칩에 치는 천둥소리를 듣고 개구리와 벌레들이 땅에서 나온다고 생각했습니다.

개구리를 경칩의 상징처럼 쓰는 이유는 개구리가 온도에 민감한 양서류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온도에 민감한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를 보고 계절을 추측하고 농사를 지은 것이죠.

중국 후한 시대에 쓰인 ‘한서’에 따르면 경칩의 원래 이름은 ‘열 계(啓)’ 자를 쓴 ‘계칩(啓蟄)’이었다고 합니다.

‘계칩’에서 ‘경칩’으로 바뀐 이유는 중국 전한의 6대 황제 경제(景帝) 때문입니다.

그의 본명(휘)이 유계(劉啓)였기 때문에 왕이 쓰는 이름에 들어간 글자를 사용하지 않는 ‘피휘’ 관습에 따른 것이었죠.

경칩에는 보리 새싹의 성장 상태를 보고 농사의 해(홍수, 가뭄 등의 재해)를 예측했으며 동식물들이 죽지 않도록 밭과 논에 불을 놓는 걸 금지했다고 합니다.

또한 어린아이를 돌봐 주고, 고아나 자식 없는 노인을 보살폈으며 길일을 택해 백성이 토지신에게 제사를 지내게 했습니다. 「예기(禮記)」「월령(月令)」에는 “식물의 싹을 보호하고 어린 동물을 기르며 고아들을 보살펴 기른다”라고 적혀 있죠

또 경칩은 흙을 만져도 탈이 없는 날로 여겨 담벽에 흙을 바르기도 했습니다.

경칩에는 새로 자란 냉이와 달래, 쑥 등을 먹으면서 건강을 챙겼고, 단풍나무나 고로쇠나무의 수액을 마시기도 했는데요.

조선 세조 때 강희맹이 편찬한 ‘사시찬요(四時纂要)’에는 “경칩 날 남녀가 마주 보면서 은행을 깨 먹었다. 처녀, 총각들은 이날 날이 어두워지면 동구 밖에 있는 암수 은행나무를 도는 것으로 사랑을 증명하기도 했다”고 나옵니다.

만물이 생동하는 경칩을 맞아 청춘뿐만 아니라 곳곳에 사랑이 넘쳐 나는 봄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Track : 서리꽃 (Frost flower) / Composer : 눈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