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반정부 시위 진화하려 중국 기술로 인터넷 차단”

2021년 7월 14일
업데이트: 2021년 7월 14일

쿠바 혈통 미 공화당 의원 주장…국제감시단체도 비슷한 보고서
유일한 인터넷 제공 업체, 화웨이 등 中 기업 장비로 시스템 구축

쿠바 정부가 ‘독재 타도’와 ‘자유’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메신저와 인터넷 차단에 중국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 공화당 소속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최근 트위터를 통해 “쿠바에서 인터넷이 차단되고 있다”며 “중국이 만들고 판매하고 설치한 시스템을 활용한다”고 말했다.

쿠바 혈통인 루비오 의원은 지난 11일 쿠바에서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자, 트위터에 “(쿠바 정권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리는 동영상이 전 세계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인터넷과 휴대전화 서비스를 곧 차단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쿠바가 중국의 인터넷 차단 시스템을 도입한 데에는 양국이 모두 공산당 일당독재 국가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배경이 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인터넷 차단 방화벽과 주민 감시 시스템을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이 시스템을 다른 독재 국가에도 수출해 주민 억압을 돕고 있다.

쿠바에서는 일요일이었던 지난 11일 수도 아바나와 산디에고 등 주요 도시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산주의 독재 정권 종식과 자유 확대를 요구하는 시위가 발생했다.

공산주의 국가인 쿠바에서 거리 시위는 반(反)혁명죄로 감옥에 갈 수도 있는 범죄다. 이는 시민들이 투옥을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의 상황에 처했음을 시사한다.

시위가 발생한 직접적 계기는 경제난에 코로나19가 덮치면서 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가중된 생활고라고 로이터 통신은 현지 주민들의 입을 빌려 전했다.

인터넷 보급이 확대되면서 쿠바의 젊은이들이 외국의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를 자주 접하며 변화의 열망을 품게 된 것도 주된 요인으로 평가된다.

이는 비슷한 처지의 중국 공산당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 외국 소셜미디어를 극력 차단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AP통신에 따르면, 시위대는 집결 지점에 대한 정보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하고 현장을 생중계하며 쿠바인들의 열망을 국제사회에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

이에 쿠바 당국도 시위 발생 당일인 11일 오후부터 일부 도시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중단하기 시작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시위 발생 다음 날인 12일 국제 검열연구단체인 네트워크개입공개연구소(OONI)는 쿠바가 시위 와중에 왓츠앱, 텔레그램, 시그널 등 메신저 앱을 차단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런던에 본사를 둔 인터넷 모니터링 회사인 넷블록스 관계자도 이날 AP통신에 “페이스북, 왓츠앱, 인스타그램, 텔레그램이 차단됐다”고 말했다. 트위터는 차단 여부가 확실치 않지만, 쿠바 당국이 원한다면 언제든 가능하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쿠바 공산혁명을 이끈 지도자 체 게바라는 자유와 권리를 주장했지만, 그 혁명의 결실로 탄생한 쿠바 정부는 체제 비판적인 발언을 검열하고 반체제 인사들을 자주 “괴롭힘, 폭행, 비난, 연금, 인터넷 차단, 가택이나 사무실 습격 및 압수 수색, 임의 체포”로 억압한다는 게 비영리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보고서에 실린 내용이다.

민주주의와 정치적 자유도를 조사하는 비정부기구 프리덤하우스는 쿠바의 인터넷 자유도에 대해 100점 만점에 22점을 주며 “자유롭지 않다”고 평가했다.

쿠바에서는 인터넷 접속 가능 지역이 제한됐고 이용 요금도 비싸지만, 2017년부터 가정용 인터넷 서비스 보급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2018년 말부터는 쿠바의 유일한 인터넷 제공자인 국영통신사 ETECSA가 모바일 인터넷도 확대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와 함께 중국의 기술로 인터넷 감시망을 구축하리라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영국 런던의 국제분쟁 연구기관인 IWPR는 작년 12월 보고서에서 ETECSA의 주요 기술 공급업체 3개사가 화웨이, ZTE 등 중국 기업이라고 밝혔다.

쿠바 정부가 가정용 인터넷 보급을 확대하던 2017년에도 OONI는 “중국 통신 대기업 화웨이가 쿠바의 인터넷 인프라를 지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에서는 “(쿠바에서) 차단된 웹사이트의 서버 헤더가 화웨이 장비를 가리켰다”면서 “실제로 화웨이가 인터넷 검열을 어느 정도까지 하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쿠바가 화웨이의 액세스 포인트를 활용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쿠바 국영통신사인 ETECSA의 로그인 포털에 중국어로 작성된 댓글이 있었고, 와이파이 접속 포털에서는 중국어로 된 코드가 발견된 점을 근거로 “ETECSA가 중국인 개발자를 고용해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또한 서버의 HTTP 헤더에 서버명 ‘V2R2C00-IAE/1.0’이 포함돼 있었는데 이는 화웨이의 네트워크 관리 소프트웨어인 이사이트(eSight)에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V2R2C00-IAE/1.0이 화웨이의 네트워크 시스템과 관련됐다는 내용은 작년 6월 스웨덴에 본부를 둔 언론자유감시 비정부기구 큐리엄(Qurium) 미디어 재단에서 확인한 바 있다.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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