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가볍게 앓고 나면 면역력 수개월 유지” 미 연구팀

2021년 8월 1일
업데이트: 2021년 8월 2일

연구 명문 에모리대학 연구팀, 8개월간 18~82세 환자 조사
최대 8개월까지…T세포가 바이러스 기억, 변이에도 면역력
현재 백신은 스파이크 단백질에 집중, T세포 대응은 광범위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사람들은 광범위하고 지속성 있는 면역력을 갖게 되며, 변이에도 어느 정도 저항력을 갖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연구 중심 명문대학인 에모리대학 백신센터가 의생명과학분야 학술지 ‘셀 리포트 메디신’(Cell Reports Medicine)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회복 환자 대부분이 최대 250일까지 중공 바이러스 면역을 나타냈다.

연구팀은 지난 2020년 4월부터 약 8개월에 걸쳐 18세부터 82세까지의 코로나19 환자 254명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혈액샘플을 채취해 조사했다. 연구 대상의 71%는 경증, 24%는 중등도, 5%가 중증 환자였다.

라피 아메드 에모리대학 백신센터 소장은 22일 이 대학 신문과 인터뷰에서 “대다수 환자에게서 면역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면역 글로블린G(IgG) 항체가 더 오래 지속되고 더 서서히 소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환자들이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중화시킬 수 있는, 오래 사는 형질 세포(long-lived plasma cells)를 생성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SARS-CoV-2는 중공 바이러스의 학명이다.

우리 몸은 바이러스 등 ‘항원’(세균, 독소 등)이 침입하면, ‘항체’를 생성해 이에 대응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먼저 ‘항체 생성 면역 세포’가 빠르게 늘어나, 혈관 속을 돌아다니며 바이러스를 발견하면 항체를 만들어 낸다. 이른바 항원항체반응이다.

감염이 해소되면 대부분의 ‘항체 생성 면역세포’는 소멸하지만, ‘장수(長壽) 형질 세포’는 살아남아 적은 양의 항체를 계속 혈액 속에 공급한다. 화재를 진압하고 난 뒤, 꺼진 불도 다시 보는 식으로 대비하는 셈이다.

지난해 10월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연구팀 발표에 따르면, 중공 바이러스(항원)의 침입으로 생성되는 항체는 IgA, IgG, IgM의 3가지다. IgM은 주로 초기 대응에 관여하고, IgG는 전반적인 대응에 관여한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연구에서는 IgA, IgM은 지속기간이 2.5개월로 짧고 IgG는 4개월 정도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번 에모리 대학 연구에서는 코로나19 회복 환자는 장수 형질 세포가 최대 약 8개월에 걸쳐 IgG를 생성해 면역력을 제공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코로나19를 가볍게 앓고 나면 장기적인 항체면역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는 지난 5월 학술지 ‘네이처’에도 실린 바 있다. 워싱턴의대 연구팀은 코로나19 경증 및 중증환자 77명, 감염된 적 없는 11명을 대조해 경증 환자에게서 ‘장수 형질 세포’ 형성을 확인했다.

다만, 연구팀은 중증 환자는 ‘장수 형질 세포’ 형성이 확실치 않다며, 백신 접종으로도 ‘장수 형질 세포’가 생기는지 연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자연적 감염이 ‘장수 형질 세포’를 생성한다는 워싱턴의대 연구 결과는 에모리 대학의 이번 연구와도 맞아떨어진다.

에모리 대학 연구팀은 “자연적인 감염에 대한 면역 반응은 CD4+ T세포, CD8+ T세포가 에피토프(epitopes·항원 결정기)를 보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의 변종에도 어느 정도 보호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피토프는 침입한 물체가 ‘항원’인지, 면역체계가 알아볼 수 있는 부분이다. 현재 백신과 치료제는 바이러스의 인체 침투력과 직결되는 스파이크 단백질 대응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에피토프는 스파이크 단백질 외에 바이러스의 다른 부분에 존재할 수 있다.

바이러스를 창을 든 기사에 비유하면, 백신과 치료제가 창(스파이크 단백질)에 집중하는 반면, 인체 면역계의 T세포는 창끝 외에 기사의 몸통이나 머리, 발 등 다른 부위도 공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변이 바이러스를 상대할 때 의미가 커진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변이가 심하다. 기사가 창을 바꿔 들 경우, 즉 바이러스가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이를 일으킬 경우, 특정한 창에 특화된 백신은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일부 백신이 델타 변이에 무력한 이유다.

하지만, T세포는 변이가 덜한 부분에 대한 공격 방법을 기억하고 있어 여전히 면역력을 나타낼 수 있다. 이는 에모리 대학 연구팀의 결론 중 하나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보호력을 제공할 수 있는지는 현재 각국 방역에서 중대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미국의 신규 확진자 80%는 인도발 변이(델타 변이)다. 델타 변이는 더 강한 전염성과 적응성, 증식능력과 짧은 잠복기 등으로 더 심각한 결과를 낳고 있다. 그외 영국 변이, 남아프리카 변이, 브라질 변이 등도 위협적이다.

에모리대학 연구팀은 또한 코로나19 회복 환자가 감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중중급성호흡기증후군(SARS)에도 안정된 항원항체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 자료는 장수 형질 세포의 생성으로 설명되며, 인간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항원항체 반응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현재의 개념을 반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19 회복환자는 누구도 앓아본 적이 없을 사스(SARS) 바이러스 대한 IgG 항원항체 반응이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중증 환자 사례가 적어 중증 환자의 장수 형질 세포 생성 여부가 확실치 않고, 무증상 감염자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

다만 코로나19 항체가 길어야 4개월 지속한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 달리, 더 오래 지속된다는 결과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백신이 제공하는 면역의 유지 기간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연구팀은 평가했다.

화이자·모더나 측은 백신의 면역 효과가 최대 수년이라고 주장했지만, 조사에 따라 6~8개월 안팎이라는 결과도 나오고 있어 추가 접종이나 교차 접종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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