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법원 “성 정체성에 따른 호칭 요구 강요는 위헌”

2021년 7월 20일
업데이트: 2021년 7월 21일

재판부 “자신이 원하는 성 호칭, 타인에게 강요하면 표현의 자유 침해”

 

미국 캘리포니아 항소법원이 노인요양환자의 성 정체성 주장과 일치하지 않는 대명사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요양소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준 주(州)법을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최근 미국 성전환(transgenderism) 운동 관련 판결 중 드물게 패소한 사례다.

법원은 지난 16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 주의회가 2017년 캘리포니아 보건안전법에 추가한,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LGBT)의 권리 보호 조항이 수정헌법 제1조에서 보장한 발언의 자유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보건안전법 제1439.51조 (a)(5)항에서는 “장기요양시설 거주자가 자신이 선호하는 명칭과 대명사를 명확히 고지했을 경우, 이와 다른 명칭과 대명사를 고의적, 반복적으로 지칭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규정했다. 예컨대 한 할아버지가 자신을 ‘할머니’라고 불러 달라고 요구했을 경우, 할머니 외에 다른 명칭으로 부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주의회 민주당 소속 스콧 위너 상원의원은 개정안 도입 당시 “성소수자(LGBT) 노인들이 기존 양로원법에 적용되지 않는 특별한 어려움에 처해 개정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은 학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성 정체성’(Gender identity) 논란이 뜨겁다. 개념 자체가 과학적인 것인지, 정치적 주장인지에 대해서도 견해가 엇갈린다. 과학적 근거에 정치적 주장이 섞여 둘을 완전히 가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태생적 성별과 성 정체성은 언어적으로는 명확히 구분된다. 하지만 현장에 적용하기는 만만치 않다. 성 정체성 개념을 받아들인 공공기관이나 개인들도 신분을 기록하는 문서에 성별과 성 정체성을 별도로 기입하는 실정이다. 성 정체성 자체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의 진보성향 지역에서는 성 정체성 도입에 적극적이다. 뉴욕주는 인권법을 개정해 개인이 선호하는 대명사를 사용하지 않는 단체(회사)나 개인에 최대 25만 달러(약 2억8천만원) 벌금을 부과한다.

소셜미디어 기업들도 성 정체성 수용에 앞장서고 있다. 트위터는 사용자들이 트랜스젠더의 성별을 틀리게 부르거나(misgendering), 성 정체성을 바꾸기 전 이름으로 부르는 행위(dead naming)을 제재하고 있다. 예컨대 이름을 제인에서 존으로 바꾼 사람을 옛 이름인 제인으로 부르면 안 된다.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자기 프로필에서 총 58개 성 정체성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번 재판에서 요양원 성소수자 노인들의 호칭에 관한 캘리포니아 보건안전법 규정이 “매우 모호하고 광범위하며 언론의 자유, 종교의 자유, 사상과 신념의 자유 행사를 침해한다”며 판사 3명 전원인치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장기요양시설 LGBT 입소자에 대한 차별을 근절하려는 입법부 의도가 합법적이며 칭찬받을 만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재판부는 이 조항이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을 경우, 발언의 내용을 제약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는 원고 측 주장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호칭에 관한 조항이 차별을 없애는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제약한다며, 기존 법률에서도 반복적이고 고의적인 괴롭힘이나 차별적 언어 사용을 금지하고 처벌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했다.

재판부는 “사업장 환경을 고려할 때, 해당 법 조항에서 금지한 발언은 적대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정도로 심각하거나 만연해있지 않다”며 “또한 금지된 발언이 입소자의 치료나 관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이번 재판은 캘리포니아의 한 납세자 단체가 주의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데 따른 것이다.

에포크타임스는 민주당 소속인 론 보타 캘리포니아 주 법무장관에 관련 논평을 요청했지만 기사 발행 전까지 응답받지는 못했다.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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