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선거 결과 겸허히 받아들여…시위대 요구는 거부”

프랭크 팡
2019년 11월 26일 업데이트: 2019년 11월 27일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구의원 선거에서 야권에 참패하고도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캐리 람 장관은 26일 기자회견에서 ‘시위대 요구사항’에 대해 두 차례의 질문을 받았다. 첫번째 기자가 시위대의 요구를 검토할 것인지에 대해 묻자 그는 공개적인 답변을 피하며, 하루 전 “국민들의 의견을 겸허하고 진지하게 반영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으로 이미 답했다고 넘겼다.

캐리 람 장관의 성명 발표 후 도미니크 라브 영국 외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캐리 람이 홍콩 국민들의 메시지를 진지하게 성찰하겠다고 약속하니 안심이 된다”고 응답했다.

또 다른 기자가 “시위자들에게 무언가 좀 양보할 것인가”라고 거듭 묻자 람 장관은 현재의 시위를 촉발시킨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관해 9월 4일 이미 공식 철회를 선언했다면서 시위대의 요구 수용 가능성을 일축했다.

홍콩 시위대의 5개 요구사항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중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에 대한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람 장관이 송환법 철회를 선언한 후에 자신은 대화를 통해 지역사회에 손을 내밀었으나, 최근 폭력 사태로 이런 절차에 제한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시 시민들과 공개 대화를 시작하고 싶다. 다만 환경이 허락할 때에만 그렇게 할 것”이라고 실마리를 남겼다.

선거를 앞두고 홍콩 거리는 잠잠했다. 이번 선거가 5개월 이상 이어진 ‘시위의 분수령이 되지 않을까’하고 시위대와 범민주 진영은 기대를 걸고 있다.

이번에 선출된 452명 구의원 중 117명이 홍콩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1200명 선거인단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홍콩의 행정장관은 직접선거가 아닌, 1200명 선거인단의 간접선거로 선출된다.

시위는 계속될 전망이다.

대규모 홍콩 시위와 행진을 주도했던 민간인권전선(CHRF)은 선거 결과가 발표된 후 성명을 발표했다. “홍콩 시민들이여! 저항은 끝나지 않았다. 지방 선거는 작은 승리다. 우리는 아직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해 있으며 우리의 행동은 단순히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만이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성명은 홍콩 시민의 보편적인 참정권(행정장관 직선제) 및 경찰의 잔혹성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포함한 시위대의 요구를 반복했다.

24일 구의원 선거에 294만 명이 넘는 홍콩인이 참여해 71.2%의 최고 투표율 기록했다. 전체 452석 중 범민주 진영이 388석을 석권했고, 친중파 진영이 기존의 200석 이상을 잃고 59석만을 차지했다.

람 장관은 이번 선거가 중국과 홍콩 정부를 심판하는 국민투표 성격을 띠었다는 해석을 부정하면서 단지 구 의원을 뽑는 선거라고 선을 그었다.

중국 관영 언론은 선거 이후 별다른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람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 중앙정부로부터 ‘친중파의 참패라는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지시를 받았냐는 질문에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침묵하는 다수’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시위가 6개월간 진행되는 시점에서 존재하지 않는 ‘침묵하는 다수’가 있다고 말하기 보다는 협상할 때가 아닌가?”라고 질문하자 람 장관은 “나는 침묵하는 다수를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단정지었다. 이어 그는 “이번 선거에서 많은 유권자가 정부와 나에게 자신들의 관점과 견해를 밝히고 싶어 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다”고 솔직히 말했다.

류샤오밍(劉小明) 주영 중국대사는 지난 13일 BBC와 인터뷰에서 6월 9일 홍콩 거리에 나온 100만 명이 넘는 사람에 속하지 않은 홍콩인을 상기시키며 ‘침묵하는 다수’에 대해 언급했다.

거리로 나와 홍콩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 2019. 6. 9. | Song Bilong/The Epoch Times

류 대사는 “당신들 매체는 거리에 나온 사람들에게만 초점을 맞추는 게 문제다. 여러분은 침묵하는 다수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BBC에 일침을 가했다.

앞서 11일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도 홍콩 일부 지역 주민들이 폭력에 반대하는 탄원서에 서명했다는 소식과 함께 홍콩에서 ‘침묵하는 다수’가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경찰이 지원 활동을 바란다는 네티즌 KW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이른바 ‘침묵하는 다수’가 범민주 진영이 전체 구의원 의석 중 86%를 획득하는 데 일조했다는 결과를 보여줬다.

득표율을 따져볼 때 친중파는 대략 전체 투표자의 40%. 지난 선거 때 친중파 후보에게 표를 던진 숫자와 별 차이가 없다. 친중파의 패배 이유는 새로운 유권자들이 범민주 진영에 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에서 드러난 ‘침묵하지 않는 다수’에 대해 홍콩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과제로 남았다.

선거 뒷날인 25일, 중국 외교부의 정저광은 테리 브랜스테드 주중 미국대사를 불러 “미국이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며 최근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을 의회에 통과시킨 것에 대해 직접 항의 의사를 표명했다.

홍콩이 중국으로부터 충분한 자치권을 얻어 미국과의 특별한 무역 지위를 얻게 될 미국 법안은 이제 입법 마지막 단계인 미국 대통령의 서명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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