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中 공안 비공식 ‘해외 파출소’ 운영 의혹 조사

강우찬
2022년 10월 17일 오후 3:09 업데이트: 2022년 10월 17일 오후 3:43

인권단체 “중국, 30개국서 해외 파출소 설치”
토론토의 중국인 밀집지역 3곳 운영 의혹 제기
캐나다 외교부 “엄중한 사안…사실관계 조사 중”

중국 당국이 캐나다에서 비공식 ‘해외 파출소’를 설립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가 진행 중이다.

캐나다 연방하원은 최근 청문회에서 중국 당국이 캐나다 영토 내에 이른바 ‘해외 파출소’로 불리는 법 집행기관을 설치·운영 중이라는 보고서에 관해 논의했다.

외교부 동북아시아 국장인 웰던 앱은 “이 보고서에서 제기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양국 간 체결한 수사협력에 관한 조약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캐나다 정부는 중국에 엄중하게 항의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9월 국제 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중국 공안당국이 전 세계 30개국에 비공식 ‘해외 파출소’ 50곳을 설치해 현지에서 해외 도피자를 추적하거나, 중국 민주화 활동가 등을 상대로 인권탄압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보고서 링크).

중국 공안당국이 ‘해외 110′(110은 중국의 범죄신고 전화번호)으로 홍보하고 있는 이 시설은 중국 공안부 산하 푸젠성 푸저우시 공안국과 저장성 칭톈현 공안국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별로는 스페인에 9곳, 이탈리아에 4곳, 영국·캐나다·프랑스·포르투갈에 각 3곳, 헝가리·덴마크에 각 2곳, 미국·아일랜드·일본에 각 1곳 설치됐으며 남미 브라질·아르헨티나·칠레에도 있는 것으로 보고서에서는 밝혔다.

캐나다에 있는 중국 공안의 해외 파출소 3개소는 모두 중국인들이 밀집한 토론토에 몰린 것으로 파악됐다. 캐나다 현지 매체 글로브앤드메일은 3곳의 주소지를 직접 찾아가 본 결과 개인주택, 중국계 상인들이 운영하는 상점건물, 중국계 상인회 사무실이었다고 보도했다.

중국 공안 ‘해외 파출소’ 지도. 30개국에 총 54곳이 표시됐다. | 세이프 디펜더스 보고서

세이프가드 디펜더스 공동 설립자 겸 국장 피터 달린은 에포크타임스에 “보고서 발표 이후 미국과 유럽 몇몇 국가의 경찰 및 정보기관 관계자가 찾아와 브리핑을 요구했다”며 “최소한 몇몇 국가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달린 국장은 또한 “보고서는 중국 국영매체와 중국 공안부 발표 내용을 토대로 해외 거점을 확인했다”며 “우리가 조사한 것 외에도 더 많은 거점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번 발견은 우연히 이뤄졌다. 중국과 관련해 다른 사안으로 조사를 하던 중 지난 2018년 7월 5일자 신화통신 기사에서 푸젠성과 저장성 공안당국의 해외 파출소 시범운영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해당 기사에서는 해외 파출소 시범사업을 중국 10개 성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중국 정부 통지문에 대한 언급도 담겨 있었다. 따라서 푸젠성과 저장성을 제외한 최소 8개 성에서 비슷한 시설을 외국에 몰래 운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달린 국장은 말했다.

신화통신의 1월 보도에 의하면, 중국 국무원은 2018년부터 해외 도피사범에 대한 특별작전을 계획해왔으며, 2018년 7~9월 푸젠성을 포함한 10개 성에서 모의 훈련을 진행했다.

또한 2019년 4월에는 이상의 10개 성에 저장성을 추가해 총 11개 성에서 2차 모의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신화통신에 보도됐다.

중국 당국의 해외 파출소 설립은 상대국의 치안권을 무시한 무례하고 불법적인 처사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 공안당국에서 공개한 ‘해외 110’. | 화면 캡처

캐나다 하원 청문회에서 외교부 동북아 국장인 앱은 캐나다와 중국 사이에 체결한 조약 중에서 상대국에 법 집행기관 사무실 설립을 허용하는 조항은 없다고 확인했다.

이 청문회에서 캐나다 의원들은 이번 사건이 사실이라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보수당 소속 마이클 충 의원은 “중국 당국이 해외에 설치한 파출소가 현지에서 중국계 캐나다인들을 협박하고 중국 귀국을 종용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면서 “이는 위법일 뿐 아니라 주권 침해, 국제법 위반, 외교적으로 엄중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충 의원은 “외교부가 이에 대해 중국에 강력하게 항의했느냐”면서 “외교적 대응도 중요하지만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앱 국장은 “사실 확인 중”이라면서도 “캐나다 외교부는 외국에 대한 중국의 간섭이 심해지고 있다는 증언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정기적으로 (중국 측에) 우려를 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국가안보·정보위원회 보고서를 언급하며 캐나다 내정에 간섭하는 최대의 외국 세력은 중국이라고 덧붙였다.

보수당 라켈 단초 의원은 외교부의 조사 상황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요구했으나, 앱 국장은 “조사 중인 사건에 관해 너무 상세하게 밝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답변을 피했다.

캐나다 이민국(IRCC)은 이번 의혹과 관련해, 심각한 사안으로 여기고 관계당국과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공안의 해외 파출소인 ‘해외 110’은 대외적으로는 해외 중국 교민들을 대상으로 한 경찰·행정 서비스센터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세이프가드 디펜더스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관은 해외 도피사범 추적 및 귀국 설득과 중국 민주화 활동가, 반체제 인사 등을 추적, 감시 등이 주된 임무다.

중국 당국이 해외교민 대상으로 운영하는 경찰·행정 서비스센터로 홍보하는 ‘해외 110’ 관련 사진. 배경에 중국 오성홍기와 주재국 국기가 보인다. | 화면 캡처

중국 공안부는 최근 지난해 4월부터 올해 7월까지 약 23만명의 해외 화교를 설득해 “자발적으로 귀국”시켰으며, 귀국한 이들을 범죄 혐의 등으로 형사 고발했다고 발표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귀국 설득’이 중국 공산당의 해외 도피사범 검거 작전인 ‘스카이넷(天網工程)’의 일환이며 검거대상자의 중국 내 가족·친척에 대한 협박, 구금 등을 동원한 강요라고 밝혔다.

또한 보고서는 중국 당국이 해외에 둔 현지 요원이나 대리인을 통해 검거대상자나 반체제 인사, 인권활동가를 끊임없이 협박하고 괴롭히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인권단체 ‘홍콩워치’의 공동설립자 겸 이사 에일린 캘버리는 캐나다 의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중국 정권이 해외에 비공식 파출소를 설치해 운영했다는 소식은 매우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캘버리 이사는 “그들은 아무런 법적 제약, 제지,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대놓고 그런 일을 벌이고 있다”며 “그들은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협할 수 있다. 나는 수십 년간 캐나다에서 살았지만 이제는 두렵다”고 말했다.

그녀는 의회가 관련법을 제정해 중국 당국의 해외 법 집행기관 관련 인원을 ‘외국정부 대리인’으로 정식 등록하고 관련 활동을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대책을 제시했다.

한편, 캐나다 의회에는 ‘외국정부 대리인 등록 법안’이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을 발의한 레오 호사코스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외국의 간섭과 협박에 진지하게 대처해야 할 때가 됐다”며 캘버리 이사의 제안을 지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