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22년의 5대 안보 이슈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2022년 12월 31일 오후 7:37 업데이트: 2022년 12월 31일 오후 7:37

2022년 임인년(壬寅年)이 저물었다. 끝자락에서 되돌아봐서 다사다난하지 않은 해는 없다는 말이 있다. 세상사가 그렇고 인생살이가 그런 것이다. 안보 문제와 관련해서도 지구촌 곳곳에서 많은 사건이 발생했다. 그중에서도 세계 안보질서를 심하게 흔들고 2023년 계묘년(癸卯年)의 안보질서에도 여파를 미칠 5대 안보 이슈를 꼽아 보자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3연임 확정, 일본의 재무장 선언, 중국의 대(對)중동 외교공세와 중국-사우디 밀착, 북한의 핵·미사일 증강과 대남 도발 등이 유력하지 않을까 싶다.

첫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신냉전 대결구도를 재확인시켜주면서 많은 화제를 만들어낸 2022년 최대의 안보 사건이었다. 군사적 초강대국 복귀를 원하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소련의 일부였던 과거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떨쳐내지 못한 채 이웃 주권국을 불법적으로 침공한 것이어서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러시아를 규탄하고 미국을 위시한 서방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섰지만, 신냉전의 반대편에 선 나라들의 친러시아 행보도 선명하게 드러났다. 유엔총회가 3월 2일과 10월 12일 두 차례에 걸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점령지 합병을 규탄하는 결의를 채택했을 때 140개가 넘는 나라가 찬성했고 반대한 나라는 매번 5개뿐이었지만, 북한과 벨라루스는 연거푸 반대표를 던지며 ‘일편단심’을 과시했다. 중국은 러시아군과의 합동훈련을 통해 전략적 결속을 과시했고, 이란은 샤헤드-136 자폭 드론을 대량으로 러시아에 제공하고 있으며, 북한도 탄약과 미사일을 제공한다는 의혹을 받았다.

신냉전의 중간지대를 고집하는 나라들도 있다. 예를 들어, 인도는 4개국 안보협력체인 QUAD의 일원으로 대중(對中) 견제에는 서방과 협력하지만 러시아에 대해서는 비판을 자제하면서 서방의 대러 제재에 불참하는 이중적 자세로 미국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물론, 중국이 4천 km의 국경을 공유하는 경쟁국이라는 사실, 러시아가 지역적으로 중국의 배후국이자 인도가 비동맹 외교를 펼치던 시절부터 우호국이었다는 사실, 러시아의 석유가 인도의 에너지 수급의 안정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 등이 인도의 이중적 행보를 설명하고 있지만, 개운치 못한 여운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만들어내고 있는 여타 화제도 많다. 우크라이나군의 예상외 선전, 예상보다 훨씬 더 열악한 것으로 드러난 러시아군의 전투력, 팜플렛 성능에 못 미치는 러시아 무기 등이 화제가 되고 있고, 전차들이 대전차 미사일과 드론 공격의 희생물로 전락하면서 생긴 ‘전차 무용론’과 드론이 저비용·고효율 공격무기로 각광받으면서 등장한 ‘드론 예찬론’이 향후 전쟁 양상을 어떻게 바꿀지도 관심거리다. 국내의 전쟁 반대론과 징병 기피에 시달리는 푸틴 대통령의 입지가 어떻게 달라질지도 궁금하다.

둘째,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3연임이 국제 안보환경에 미칠 영향도 만만치 않다. 시 주석은 10월 공산당 제20차 당대회, 그러니까 주석의 임기를 5년씩 2회로 제한한 헌법 제79조 3항을 삭제한 개헌 이후 처음으로 열린 당대회에서 예상대로 3연임을 확정함으로써 사실상 종신 집권을 확보했다. 권력의 핵심인 정치국과 정치국 상무위를 비롯한 핵심 요직들이 사진핑의 측근들로 채워지면서 태자당, 상하이방, 공청단 등 주요 파벌들이 권력을 나누어 갖던 전통적인 파벌정치가 사라지고 시진핑 1인 체제가 등장했다. 당연히, 이런 중국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착잡하다. 2012년 집권 이래 줄곧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외치면서 군사력을 증강하고 ‘전랑(戰狼) 외교’를 앞세우고 팽창주의 행보를 고수해온 것이 시 주석이다. 시진핑의 통치 아래 중국은 남중국해와 서해를 내해화(內海化)하면서 일대일로 (一帶一路) 계획을 통해 중화(中華)의 그림자를 여러 대륙에 드리웠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중국이 미국 주도의 기존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강력한 ‘현상타파 세력’으로 부상하고 ‘중국 경계론’이 확산되는 중에 등장한 시진핑 1인 체제가 대만 통일 시도, 전랑외교 강화, 미·중 대결 악화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중·러의 ‘묻지마’식 북핵 두둔이 한반도의 핵위기 도래로 이어질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세 번째는 일본의 재무장 선언이다. 12월 초 일본 정부는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 등 3대 국가전략서를 통해 사실상의 재무장을 선언하고 자위대를 ‘전쟁을 할 수 있는 군대’로 선포했다. 또한,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을 위협국으로 그리고 한국, 미국, 대만 등을 협력대상국으로 규정하고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방위비를 GDP의 1%에서 2027년까지 2%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과 관련해서는 ‘반격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증강하겠다고 밝혔다. 필요시 ‘선제 종심타격’을 가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고는 2023년도 방위비를 금년보다 26%나 늘리면서 GDP 대비 1.19%인 6조8천억 엔(66조 원)으로 확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나토(NATO) 회원국들이 군비증강에 나서는 중에 일본의 재무장 선언은 신냉전 대결구도를 심화시키고 동아시아에서의 군비경쟁 시대를 가속화할 것이다. 일본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미국은 ‘즉각적 환영’을 그리고 중국은 ‘결연한 반대’를 표명했지만, 일본의 재무장은 결국 중·러·북의 팽창주의적·공세적 기조가 초래한 결과다.

넷째, 심상치 않은 중국의 대중동 외교 공세와 중국-아랍권의 밀착 움직임도 국제질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다. 중∙러∙북의 위협에 맞서는 미∙일 등 서방의 대응이 강력해지는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은 12월 8일 사우디를 방문하여 34개의 각종 협약에 서명하고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 협정’을 체결하여 양국 관계를 격상시켰으며, 지금까지 달러로 결제하던 석유 수입 대금을 인민폐로 지불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12월 9일에는 제1차 중국-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에 참석하여 걸프만 6개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기로 합의했으며, 21개 아랍연합 국가 정상들과의 제1차 중국-아랍 정상회의를 가지고 식량, 에너지안보 등 8개 영역에서 ‘중국·아랍 운명공동체’ 구축에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이 금지하고 있는 화웨이 기술을 통해 중동에 5G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문제도 논의했다. 이렇듯 중국은 최근 악화된 미국-사우디 관계의 틈새를 파고 들면서 발빠른 대중동 외교를 펼치고 있다.

최근 미국-사우디 관계가 약화되면서 중동에서의 미국의 존재감이 감소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국이 국내에서 쉘오일을 개발함에 따라 중동 석유 의존도가 감소하면서 사우디의 전략적 가치는 하락했고 걸프만 주둔 미국 군사력도 축소되었다. 사우디가 이란을 ‘이슬람 혁명 수출국’으로 경계하는 중에 미국이 2015년 이란과 핵관련 합의(JCPOA)를 체결한 것, 2018년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의 배후로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한 것 등도 양국 관계를 악화시킨 요인들이었다. 중국은 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인 사우디와의 밀착을 시도하고 있으며, ‘페트로 달러’를 밀어내고 ‘페트로 인민폐’ 시대를 개막하고 싶어 한다. 중국의 이러한 외교공세에 아랍권이 적극 화답한다면 향후 국제 안보지형에 적지 않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중동에서 미-중 패권경쟁이 불붙을 수도 있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북한의 핵문제와 미사일 문제다. 동아시아의 빈국인 북한이 고집스럽게 핵개발을 지속해온 것 자체가 주목거리였지만, 북한이 핵무기의 실제 사용을 전제하는 ‘핵무력 정책법’을 제정한 것은 더욱 놀라운 일이었다. “핵무력의 사명은 유사시 초기에 적의 전쟁 의지를 소멸시키는 것”이라는 김여정 당 부위원장의 5월 5일 자 담화는 사실상 ‘대남 선제 핵사용 불사’를 선언한 것으로 한국 내에서 핵무장 요구가 분출하는 또 한 번의 계기가 되었다. 임인년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 횟수와 수량에 있어 신기록을 기록한 해이기도 하다. 북한은 2022년 동안에만 42차례에 걸쳐 100발의 미사일을 쏘았는데, 그 돈으로 식량을 구입했더라면 북한 주민 모두가 반년을 먹을 수 있는 분량이었을 것이다. 이렇듯 북한은 세계의 이목을 끌면서 핵무력 고도화와 미사일 발사를 계속했으며, 드론 도발로 2022년을 마감하고 있다. 12월 26일 다섯 기의 드론을 한국 영공에 침투시킨 것은 1953년 정전협정과 2018년 남북군사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사건이었고, 한국의 윤석열 정부가 드론 도발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공언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제 한국은 신냉전의 대결구도가 동북아와 한반도에 복잡다단한 영향을 미치는 중에 그리고 백절불굴(百折不屈)의 동기와 의지로 증강되고 있는 북한 핵무력의 면전에서 2023년을 맞아야 하고 이후에도 국가 생존을 이어가야 한다. 당장은 북핵 위협을 억제할 독자역량과 동맹역량이 긴요하고, 일본의 방위력 증강이 한국 안보에 순기능을 하도록 선도하는 한·미·일 안보협력도 필요하다. 물론, 이는 산적한 안보 과제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에 앞서 새해부터 정말 보고 싶지 않은 것은 북한이 도발을 했는데도 ‘내탓, 네탓’ 다툼을 벌이는 정치권의 모습이다. 정쟁을 하다가도 외부 도발이 있으면 곧바로 똘똘 뭉치는 이스라엘 정치인들을 제발 좀 배우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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