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지정학적 목표는 흑해 장악

박상후 /국제관계,역사문화평론가
2022년 03월 4일 오후 5:32 업데이트: 2022년 03월 4일 오후 5:47

2014년 우크라이나 마이단 혁명 당시 오데사에서는 비극이 발생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의 폭력에 Trade Union 건물로 피신한 러시아계 주민 43명이 산 채로 불타 숨졌습니다. 

극단적인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이 건물에 화염병과 수류탄을 던져 피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순식간에 43명이 불타서 죽거나 질식사했습니다. 

건물 밖으로 뛰어내리는 이도 있었습니다. 건물에 불이 났지만 소방차는 한 시간 뒤에나 나타났습니다. 러시아계가 피해를 당했으니 일부러 늑장을 부린 겁니다. 

러시아는 이를 오데사 학살, 또는 우크라이나가 저지른 제노사이드라고 부릅니다. 

폭력의 광기는 우크라이나 남부 휴양도시 오데사를 뒤흔들었습니다. 네오 나치 계열의 우크라이나 폭도들이 러시아계 주민만 보면 사냥이라도 하듯 무차별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보도한 서방의 매스미디어는 별로 없었습니다. 러시아는 무조건 사악하다고 규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극악한 범죄지만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은 전혀 반성하지 않습니다. 2019년 오데사에서는 오히려 이를 경축하는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당시 폭력을 휘두르다 부상을 당한 이들까지 우크라이나 깃발을 들고 거리를 행진합니다. 네오 나치 계열의 민병대까지 나서서 러시아인을 말살하자는 구호를 외치기도 합니다. 러시아에 대한 증오가 극에 달했습니다.

스탈린이 홀로도모르 우크라이나인들을 기아로 숨지게 한 데 대한 적개심으로 우크라이나인들은 2차 대전 때 독일 나치 편을 든 역사가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사람이 참혹하게 학살당했지만 오데사에서는 추모행사 하나 제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그나마 러시아계가 오데사 학살 추모행사를 갖는 곳은 돈바스 지역입니다. 2017년 도네츠크 공화국에서 열린 3주기 추모행사입니다.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모두 우크라이나 국민방위군 산하 아조프 대대등 친(親)우크라이나계 민병대로부터 8년 동안 괴롭힘을 당한 지역입니다. 우크라이나계 민병대가 민가와 학교 가리지 않고 다연장 로켓과 박격포를 쏘는 지역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됐습니다. 오데사와 함께 극단적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사람들입니다. 

돈바스 지역부터 마리우폴, 헤르손, 크림반도, 오데사를 잇는 라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돈바스와 오데사의 제노사이드를 응징하면서 우크라이나 남부지역을 장악하는 게 푸틴의 또 다른 의도일 수 있습니다. 

러시아군은 3월 2일 흑해 연안의 항구도시 헤르손을 점령했다고 밝혔습니다. 푸틴이 전쟁 명목으로 내세운 돈바스 해방작전의 목표 중 하나인 도네츠크 바로 아래가 마리우폴입니다. 여기서 서쪽으로 베르댠스크, 헤르손, 오데사가 이어집니다. 푸틴은 여기에도 공세를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들 도시를 공략하면 지중해로 통하는 흑해를 장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해운 물동량의 3분의 1이 지중해를 지나는데 러시아로서는 특히 흑해에 경제적 사활이 걸려 있습니다. 러시아가 그토록 원하는 부동항도 여러 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헤르손을 장악한 러시아군은 마리우폴에도 맹공을 퍼붓고 있습니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러시아가 도심 기반시설과 민간 거주지역을 포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리우폴은 우크라이나 제1의 수출항입니다. 마리우폴이 장악되면 우크라이나의 경제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게 됩니다. 

러시아군의 포격을 당한 마리우폴 시내는 정전이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흑해에서 지중해로 나가거나 들어오려면 보스포러스·다르다넬스 해협을 거쳐야 하는데 1936년 몽트뢰 협약에 따라 터키가 독점 관할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전시상황이 발생하는 바람에 해협을 봉쇄하긴 했지만 그 전에 러시아에 이 같은 방침을 미리 귀뜸해 줬습니다. 

터키는 NATO 회원국이지만 경제 제재에는 동참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국제 여론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해협을 봉쇄하는 것이니 양해해 달라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길게 보고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세심함이 나타납니다. 

평시에 두 해협 통과에 제한이 없는 흑해 연안 국가는 러시아를 포함해 모두 6개국입니다. 이 가운데 터키, 불가리아, 루마니아는 NATO 회원국입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와 조지아는 NATO 회원국이 되고자 하는 나라입니다. 모두 러시아를 잠재적 적으로 간주하는 국가들이기 때문에 군사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푸틴으로서는 흑해 장악이 필요합니다. 우크라이나는 아직 NATO에 가입하지 못했지만 만약 가입한다면 러시아로서는 치명적입니다. 

2018년 5월 푸틴은 러시아 본토와 크림을 연결하는 3킬로미터의 교량 개통식에 참가했습니다. 직접 트럭을 운전하면서 감격스러워했습니다.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를 다리로 이어 러시아와 완전히 지리적·경제적으로 통합이 완료됐기 때문입니다. 폭 3킬로미터의 케르치해협을 다리로 이음으로서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고 아조프해의 영유권도 잠식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아조프해가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지만 군사력이 열세라 러시아에는 먹혀들어가지 않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이 하리코프와 키예프를 겨냥한 대공세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정확한 전황은 알 수 없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군의 피해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전과라고 알리는 러시아군 피해만 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5700명의 병력, 198대의 전차, 29대의 항공기, 850대의 장갑차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보유한 전차 대수는 12000대에 이릅니다. 전체 전력으로 보면 사실 미미한 수준입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전차부대에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로 맞서고 있습니다. 록히드 마틴과 레이션이 1996년 공동 개발한 미사일로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 사용된 바 있습니다. 길이 1.2미터 무게 22킬로그램인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로 2.5킬로미터 밖에서 전차를 격파할 수 있습니다. 발사한 뒤 계속 유도해야 하는 토우미사일과는 달리 쏘고 나서 사수가 이동해도 되는 Fire and Forget 기능에다 장갑이 얇은 전차의 윗부분을 타격할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재블린 미사일을 수호신으로 여겨 마리아 막달레나 이콘을 패러디한 도안까지 만들었습니다. 명칭은 세인트 재블린입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같은 이름의 웹사이트도 만들어 모금운동도 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시민들은 화염병으로 병사들은 재블린으로 러시아군을 격파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러시아군은 아직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지 않고 있습니다. 

같은 슬라브인인 우크라이나의 대량 인명살상을 꺼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220밀리미터 열압력 로켓탄 24기, 최대사정거리 6킬로미터인 위력적인 포병무기 Tos-1A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아직 나타나지도 않았습니다. 러시아군의 전술교리에 따르면 기갑부대의 진격에 앞서 적진을 초토화하는 무기가 바로 Tos-1A입니다. 

우크라이나 선전만 보면 러시아군이 연전연퇴하는 것 같지만 아직까지 러시아가 살살하고 있다는 추론도 가능합니다. 우크라이나 전황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도와 러시아군에 대항하기를 원하는 외국인에게는 비자를 면제해주고 여러 편의를 베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민간 외국인 자원자로 구성된 국제방위군 구상으로,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우크라인스카야 프라브다에 따르면 이 정책은 3월 1일부터 시행됐습니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를 응원하며 도쿄에서 시위를 벌였던 다수의 일본인들도 지원했습니다. 수십 명의 일본인들이 주일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참전할 의사를 밝혔습니다.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일본의 숙적이란 인식이 반영된 겁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싸우겠다고 밝힌 이들은 전직 자위대원, 프랑스 외인부대 경력자도 포함됐습니다.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의료, IT, 통신, 소방특기자도 환영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주일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지금까지 6만 명의 일본인들이 1700만 달러를 기부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마츠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이유야 어찌됐든 우크라이나 여행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미 우크라이나 대피 권고를 내린 상황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은 키예프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대사관을 잠정 폐쇄했습니다. 일본인들 수백 명은 지난주 토쿄에서 러시아 규탄시위를 갖고 우크라이나 편에 확실히 섰습니다. 말로 우크라이나에 립서비스 하는 게 아니라 전장에 가겠다고 자원하는 행동파도 의외로 많았습니다.

-박상후의 시사논평 프로그램 ‘문명개화(126) 지면 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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