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제20대 대선 주요 토픽이 된 페미니즘

오세라비 /작가·미래대안행동 공동대표
2022년 03월 7일 오전 9:25 업데이트: 2022년 03월 11일 오후 2:17

페미니즘으로 인한 남녀 갈등, 대선국면에서 재점화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10~11월 각 당의 대통령 후보가 확정되면서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하여 이제 며칠 후면 당선자가 결정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부각된 주요 이슈 중 한 가지가 페미니즘으로 인한 남녀갈등 문제였다. 일명 이대남 vs 이대녀로 불리는 20대 남녀 간의 성별 갈등 문제가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때 남녀갈등의 핵심으로 부상한 의제는 바로 여성가족부 폐지, 존치 혹은 강화였다. 대선 국면에서 중요 이슈로 떠오른 남녀갈등 문제가 여성가족부 존폐 여부로 집약된 것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발생한 102030세대 남녀 갈등은 대선을 계기로 또다시 갈등이 증폭된 것이다. 우리나라 페미니즘 갈등 양상은 국내를 넘어 일본은 물론이요, 서구 많은 나라들이 주목하고 있다. 페미니즘의 원산지인 유럽, 영미권 국가들조차 페미니즘 이슈로 한국의 젊은 남녀들처럼 양 진영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반목하는 전례는 드물기 때문이다. 해외 주요 언론들은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어느 후보가 승리할지 큰 관심을 보이면서, 한편으로 대선 주요 토픽 중 하나로 페미니즘 갈등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페미니즘에 대해 비판적 입장인 필자에게 외신 기자들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여러 차례 있었다. 해외 언론들의 평가 또한 한국의 페미니즘 갈등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남녀 갈등이 일으키는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가 이렇게까지 커졌음에도 국내 여·야 정치인은 누구 할 것 없이 여기에 대해서는 외면하거나 시치미 떼기로 일관했고, 현재도 마찬가지다. 한국 페미니즘의 대중화는 2015년부터 이른바 영페미니스트(Young-Feminist)라고 부르는 급진 페미니스트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이뤄졌다. 물론 페미니즘 운동의 추동력은 과거부터 꼭대기에서 여성계 권력을 행사하는 페미니스트들에게서 나왔다이 시기를 기점으로 여혐(여성혐오), 남혐(남성혐오) 논쟁이 심화되어 현재 이르는 동안, 햇수로 따지면 8년째 남녀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성 대결 조장한 정치권, 미디어, 식자층의 무책임

그럼에도 앞에서 지적했듯 정치권은 아전인수 격으로 젊은이들의 남녀 갈등 문제를 그때그때 활용할 뿐, 정작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근본적인 문제는 도외시하였다. 주류 미디어계, 정치권, 강단, 식자층은 일방적으로 페미니스트 편을 들며 오히려 성 차별을 조장하였다. 여기에 출판계 역시 때를 만난 듯 페미니즘 서적을 쏟아내며 페미니즘 운동 흐름에 앞장섰다.

때문에 남녀 갈등은 페미니즘과 연관된 어떤 사회적, 문화적 이슈가 터지거나, 주요 선거가 있을 경우 번번이 양쪽으로 나뉘어 성 대결로 치닫고 있다. 페미니즘 이론은 과거에도, 현재도 변함없이 여성을 남성 중심 사회의 희생물로 부각한다. 페미니스트 집단은 분노할 구실을 남성들에게서 찾으며 남성 전체를 과도하게 일반화한다. 여성 혐오에 대항한다는 명분으로 남성 혐오로 맞선다. 건강한 남성성 자체를 병적이고 위험한 것으로 간주하는 동시에 건강한 여성성마저 부정한다. 필자가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끝없이 남녀를 갈등 관계로 만들고 성 대결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그중에서도 오랜 기간 여성단체에서 활동한 여성 의원들은 친페미니즘 정책을 밀어붙였다. 페미니즘 전성기를 맞아 여성가족부의 지원하에 많은 페미니스트 단체들이 정부, 지자체로부터 보조금, 운영지원금을 받았다. 자연스레 이와 관련된 직업 페미니스트들이 증가하며 페미니즘 담론을 주도했다. 이미 페미니즘 운동이 클라이맥스에 달했던 2018년 무렵 페미니즘에 대한 남녀의 의견은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당시 여론조사 결과에도 그대로 반영되었으며, 주목할 점은 20대 남녀의 페미니즘에 관한 의견이다.

2018년 12월에 2~3일간 국민일보가 비영리 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과 함께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에 의뢰해 한국사회 갈등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20대 남성은 75.9%가 페미니즘을 반대한다고 답했다. 반면 20대 여성은 64.0%가 페미니즘을 지지했다. 이 여론조사의 구도는 그대로 유지돼 2021년 4월 7일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결과로 나타났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몰표를 행사한 20대 남성들의 표심을 두고 정치권의 지축이 흔들렸다. 

4·7 보궐선거 당락을 가른 중요한 원인 중 한 가지는 정부 여당이 제도나 정책을 지나친 페미니즘 관점으로 시행한 데 있다. 다시 말해 문재인 정부의 과도한 친페미니즘 정책과 예산 투입이 문제였다여기에 페미니스트계의 정치권력 강화와 이익집단화된 여성단체들의 권력 확대는 필연적으로 젊은층의 남녀 갈등을 부추겼다. 이 시기 이후부터 여·야 정치권은 이대남 vs 이대녀 갈등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페미니즘 운동이 만들어낸 부작용과 페미니즘 비판 진영에 대한 본질적 이해는 크게 부족했다.

여성가족부 존폐 여부 

2030남성들의 표심은 제20대 대선 국면에서도 스윙보터로서 위력을 발휘했다. 이들이 정치적 목소리를 높일 때마다 여·야는 이대남, 이대녀 사이를 오락가락, 우왕좌왕하며 시류에 편승하는 행보를 계속했다. 이런 가운데 하나의 좌표로 등장한 의제가 여성가족부 존폐 여부였다. 페미니즘이 전성기를 누리는 동안 여가부는 특히, 2030남성들로부터 성차별 조장, 세금낭비, 부처 간 업무 중복으로 행정적 낭비, 부처 이기주의, 여성에 편중된 정책과 예산 집행 등을 했다는 이유로 성토 대상이 되어왔던 것이다.

여론을 의식한 듯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전격 공약으로 발표했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이보다 앞서 ‘성평등 가족부로 확대·개편’을 내걸었다. 문제는 여·야 할 것 없이 여가부를 폐지하든, 확대. 개편하든 어떠한 논의도 부재했다는 점이다. 여가부 등 18개 부처는 정부조직법 제26조에 의거해 대통령 통할하에 두도록 명시돼 있다. 여가부 폐지 혹은 명칭을 바꾸더라도 정부조직법 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해야 한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의석수와 우호적인 정당의 의석수를 합치면 여가부 폐지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될지 불투명하다. 게다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과연 얼마나 협조적으로 나올지 의문이 든다. 

또 하나의 문제는 올해로 설립 21년째를 맞는 여가부가 맡고 있는 여러 업무에 대한 논의가 전제되어야 함에도 이에 따른 논의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여가부 업무는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양성평등, 청소년, 가족, 인권보호 업무인데 대부분 여성정책에 편중되어 있어 남성들의 불만은 물론 국민 여론 절반이 여가부 폐지에 동의하는 현상을 낳았다. 여기에 여가부 산하 5곳의 공공기관도 어떻게 할 것인지 포함되어야 한다. 중앙행정부 한 곳을 폐지한다는 것은 이처럼 여간 복잡한 문제가 아니다.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이어야 한다

3월 9일 대선 이후 펼쳐질 정치권력 향방에 따라 젊은 남녀 갈등 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한국 사회의 병폐였던 지역 갈등이 사라진 자리에 남녀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위에서 파악한바 수년째 계속되는 남녀 갈등에 대해 정치권의 무능함, 태평함은 욕을 먹어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무책임했다. 도대체 남녀 갈등을 이렇게까지 방조하고도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긴 했던 걸까. 

머지않아 차기 정부가 탄생한다. 현재 우리 사회의 난제는 첩첩이 쌓여있다. 페미니즘 갈등은 젊은 남녀들의 불만에 그치지 않는다. 결혼을 하지 않으니, 자녀도 낳지 않는다. 인구절벽이라는 현실을 수도권 대도시 거주자는 체감하지 못할지라도 이미 진행 중이다. 지방 소멸은 가속화돼 지자체 89곳이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보육과 양육에 저출산 관련 예산을 투입할수록 출산율은 감소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페미니즘이 기승을 부리면 부릴수록 젊은 세대의 연애 리스크를 가중시킨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현대 페미니즘은 가족제도, 결혼제도에 크나큰 타격을 입혔다. 페미니스트들은 정치적 이익, 정치적 압력을 위해 증오를 키우는 데 일조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한국 사회를 위해 페미니즘은 반휴머니즘(antihumanism)아닌 휴머니즘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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