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요동치는 핵질서와 핵종말의 공포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2022년 09월 29일 오후 2:03 업데이트: 2022년 09월 29일 오후 2:03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국제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명분 없는 침략 전쟁과 그로 인한 후유증으로 러시아 국내 정치의 불안정성이 증폭되고 있으며, 푸틴이 발표한 9월 21일 자 예비군 30만 명 동원령에 반발하는 러시아 젊은이들의 국외 탈출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에서의 ‘나토(NATO) 대 러시아’의 군사 대결도 격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영토적 야욕을 재확인한 나토가 지난 6월 말 나토 정상회의(NATO Summit)를 통해 러시아와 중국을 ‘위협 세력’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처하는 신전략개념(New Strategic Concept)을 채택한 것에서 보듯,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떤 양상으로 종결되든 전후(戰後) 새로운 군비경쟁 시대가 전개될 것은 확실해 보인다. 금년 10월로 예정된 제20차 공산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되면 중국의 팽창주의 기조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서방 진영에 대결하는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등 권위주의 독재세력의 전략적 공조가 강화되면서 글로벌 차원에서의 신냉전 대결구도도 한층 더 경화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를 유엔에서 축출하려는 움직임도 간파되고 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서방 국가들을 중심으로 러시아를 유엔안보리에서 축출하기 위한 유엔헌장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엔안보리는 북한의 화성-15 대륙간탄도탄 발사에 대한 제재 조치로 2017년 12월에 채택한 안보리결의(UNSCR) 2397호를 끝으로 중·러의 거부권에 막혀 북한의 계속되는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의 제재 결의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자신이 가진 거부권을 통해 침공을 규탄하는 안보리 결의를 가로막는 황당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유엔의 개혁을 요구하는 회원국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은 당연한 결과다. 한 마디로, 미국 주도의 기존 국제질서에 대한 중국의 저항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핵사용을 위협함에 따라 핵질서 붕괴와 핵종말(Nuclear Armageddon)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핵사용 전략(Nuclear Warfighting Strategy)’의 채택에 더하여 최근에는 ‘대남 선제 핵사용 불사’까지 외치는 북한도 이런 우려를 키우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핵종말 위협하는 러시아의 핵사용

이미 수차례에 걸쳐 핵사용을 위협했었고 체르노빌과 자포리아의 원전을 공격하여 방사능 공포를 불러일으켰던 푸틴 대통령이 9월 21일 예비군 동원령을 발표하면서 또다시 핵사용 위협을 반복했다. “러시아의 통합성이 위협받는다면 가용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면서 핵사용 원칙을 강조했고, 서방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의식하면서 “우리의 공격 방향이 그쪽으로 바뀔 수 있다”고도 했다. “결코 허풍이 아니다”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실제로 서방 전문가들도 푸틴 대통령이 한두 개의 소형 전술핵을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러시아군이 기대했던 신속한 승리가 무산되고 서방국들의 무기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군의 선전(善戰)에 밀려 수세에 빠진 현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어떻게든 패배라는 불명예를 피하면서 전쟁을 종식할 방법을 찾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래서 더 많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의지를 과시하는 선에서 서방의 보복을 촉발하지 않으면서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얻어낼 방법, 즉 ‘종전을 위한 확전(escalate to de-escalate)’ 방안으로 핵사용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우크라이나군도 러시아 전략군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러시아가 핵을 사용할 경우 미국을 위시한 서방의 핵대응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그것이 핵질서 붕과와 핵전쟁 발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다분하다.

물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하여 전술핵을 사용하더라도 미국과 나토가 비군사적 대응을 검토할 수는 있다. 즉, 대러시아 제재를 크게 강화하여 러시아를 완전히 고립시키거나 러시아 내부의 반푸틴 세력을 부추기는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핵전쟁으로의 확전을 두려워하여 핵보복을 엄두 내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하여 더 많은 핵위협을 가할 수 있으며, 북한과 같은 핵보유 불량국가들에도 동일한 유혹을 느끼게 할 수 있다. 게다가 1994년 미국, 러시아, 영국 등이 ‘부다페스트 안전보장각서(Budapest Memorendum on Security Assurance)’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의 보전을 보장해주면서 우크라이나로 하여금 1991년 소련 해체후 자국에 잔류했던 1700여 개의 핵무기를 폐기하거나 러시아에 반환하도록 했던 사실에 비추어 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자체가 합의 위반이며, 거기에 더하여 핵까지 사용하고 미국과 나토가 이를 방관한다면 엄중한 합의 위반이 된다. 그래서 푸틴 대통령의 핵사용은 서방의 군사적 대응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군사적 대응에도 재래식 대응과 핵대응이라는 두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재래식 대응이란 재래무기로 러시아의 핵발사 기지나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군을 타격하거나 나토가 직접 전쟁에 개입하여 러시아군을 패퇴시키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 경우 푸틴은 서방이 핵대응을 포기하는 것으로 오판하여 더 많은 전술핵 사용으로 서방의 의지를 꺾으려 할 수 있으며, 러시아가 미국보다 10배나 많은 소형 전술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러시아의 핵사용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러시아가 추가적 핵사용을 자제한다고 하더라도 나토와 러시아 간 전면적 재래전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서방으로서는 동일한 강도의 핵대응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이 경우 북극해나 시베리아에 핵폭탄을 발사하여 대량 인명 피해를 피하면서 푸틴에게 핵사용을 멈추지 않으면 핵전쟁이 불가피해짐을 경고하거나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침략군을 타격할 수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이에 굴하지 않고 한 단계 더 강력한 수준의 핵사용으로 서방의 의지를 꺾으려 한다면 서방 역시 동일한 논리로 러시아의 추가 핵대응 의지를 잠재우기 위해 좀더 강력한 핵대응을 할 수 있어 이 순간부터 핵전쟁은 ‘확전의 사닥다리(Ladder of Escalation)’를 타고 더 큰 핵전쟁으로 확전될 수 있으며 이론적으로는 지구 멸망을 초래할 ‘종말 핵전쟁(Nuclear Armageddon)’으로 비화될 수 있다.

핵질서 유지와 핵전쟁 예방에 책임감 느껴야

지난 50여 년간 유지되어 온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을 중심으로 하는 핵질서는 핵군축 대화를 거부한 채 일방적으로 핵무력을 증강하는 중국, 핵무력을 양질적으로 키우고 핵전략을 강화하는 북한, 핵무기를 향한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는 이란 등에 의해 이미 요동치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핵사용 없이 종결된다 하더라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그 자체가 너도나도 생존을 위해 핵보유를 추구하는 대혼돈을 초래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런 마당에 군사적·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푸틴 대통령의 핵사용 위협이 핵질서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푸틴 대통령은 핵사용을 통해 무탈하게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받아내고 원하는 목표들을 달성할 가능성이 없음을 인지해야 한다. 러시아의 핵사용은 1945년 히로시마·나카사키 이후 80여 년간 준수되어 온 핵 불사용(Nuclear Taboo) 전통을 깨면서 반드시 서방의 핵대응을 초래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인류의 멸망을 위협하는 종말핵전쟁으로 갈 수 있다. 러시아와 북한은 물론 다른 모든 핵보유국은 이 점을 유념하여 핵전쟁 예방에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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