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증유의 혼란’ 2022년 국제질서 해독법

박상후 /국제관계,역사문화평론가
2022년 02월 7일 오후 4:31 업데이트: 2022년 02월 7일 오후 4:31

국제정치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위기, NATO와 러시아의 대립,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러시아 중공의 밀월, 중국 공산당(중공)과 미국의 극한 대립이 서로 연동돼 유라시아 정세가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중공에 집중하는 듯하면서 러시아를 적대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는 러시아와 중공을 더욱 밀착시키고 있습니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은 댜오위타이 영빈관에서 시진핑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이 회담에서 푸틴은 양국이 우의와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계속 발전시켜왔다고 말했습니다. 양국의 교역액은 1400억 달러에 이르렀고 2000억 달러라는 목표를 향해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양국이 하이테크와 그린(재생 에너지) 어젠다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합작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또 최근에는 러시아의 에너지 부문 기술자들이 중국에 하이드로카본을 공급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방법을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극동 러시아에서 100억m³의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계약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러-중 정상회담에서 푸틴과 시진핑은 공조를 과시했습니다. 공동성명에서 시진핑은 NATO의 확대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나타냈습니다.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해 푸틴의 입장을 적극 지지했습니다. 푸틴은 그 반대급부로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대만해협의 위기도 높아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지난달 22일 블룸버그는 시진핑이 푸틴에게 “동계올림픽 기간에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신화통신에 기고문을 보내 러중 양국의 긴밀함을 과시했습니다. 그리고 중공과의 협력으로 유럽과 미국의 경제 제재를 견제할 것임도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처하는 푸틴은 아주 대담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푸틴은 1월 24일 쿠바의 미구엘 디아즈 카넬 대통령과 화상회담을 가졌습니다. NATO의 확장을 자제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미국의 문턱인 쿠바에 미사일을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고 서방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폭스뉴스 기자가 바이든에게 푸틴 대통령의 움직임을 그저 기다리고 있느냐고 질문하자 바이든은 무슨 바보 같은 질문이냐고 중얼거렸다고 CNN이 보도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아르헨티나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과도 양자 회담을 가졌습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푸틴에게 아르헨티나가 러시아의 남미 관문 노릇을 해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1990년대부터 아르헨티나는 미국 의존도가 심화됐으며 이 때문에 IMF 부채도 발생했다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미국과 IMF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러시아와 협력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러시아는 벨라루시와 연합 군사훈련을 벌이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미국이 동유럽에 3000병력을 배치한다고 발표하자 러시아는 벨라루시에 Su-25SM 지상공격기를 배치했습니다. Su-25SM은 미국의 A-10에 해당하는 탱크킬러입니다.

뿐만 아니라 S-400 트라이엄프 방공미사일 부대도 벨라루시에 전진배치했습니다. S-400은 최대사거리 400킬로미터, 레이더 탐지거리 700킬로미터에 마하 12의 속도로 나는 미사일입니다. 저고도 순항미사일과 미군의 B-2 폭격기, F-35 스텔스 전투기에도 위협적인 무기로 ‘러시아판 사드’로 불리기도 합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장은 벨라루시에서 벌이고 있는 연합군사훈련을 참관했습니다. 지상근접 지원기 Su-25와 다련장 로켓, T-80, T-90전차, BMP보병전투차, 지뢰개척 장비, 전투헬기 등 다양한 무기를 동원한 대규모 공지합동 훈련이었습니다.

러시아는 북쪽에서 벨라루시, 북동쪽에서 우크라이나 국경, 동쪽에서 돈바스인근, 남쪽에서는 크림반도에서 우크라이나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습니다. 만약 전쟁이 발발하면 며칠 내로 우크라이나 군을 궤멸시킬 태세입니다.

NATO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루마니아의 전력을 증강하고 있습니다. 미군이 증파되는 국가도 이들 국가 위주입니다. NATO의 균열은 심각합니다. 메르켈의 친러·친중 노선을 승계하고 있는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수물자 지원에서 발을 빼고 있습니다. 헬멧 5천 개만 지원한다고 밝혔을 뿐입니다.

2021년 12월 초 영국 외교부장 리즈 트러스가 에스토니아에서 NATO 배속 영국군 전차 챌린저 2에 올라탄 장면입니다.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가 1986년 서독을 방문해 치프틴 전차에 오른 유명한 장면을 그대로 따라 한 겁니다.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지키겠다는 푸틴에게 보내는 일종의 제스처였습니다.

NATO 회원국 가운데 그나마 우크라이나에 대전차 미사일을 지원하고 있는 나라는 영국과 미국뿐입니다.

현재 동유럽 NATO 병력 배치를 보면, 에스토니아에 영국군, 라트비아에 캐나다군, 리투아니아에 독일군, 폴란드에 미군·영국군 위주로 전개돼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위기가 닥쳤을 때 NATO 회원국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출병할 가능성은 미지수입니다. 아직까지 그 정도의 결심을 밝힌 나라는 없습니다. 결정적으로 우크라이나는 NATO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무력시위만 할 뿐 적극 개입하기는 무리입니다.

푸틴은 중국을 방문하기에 앞서 모스크바에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NATO 회원국인 헝가리 총리와 만나 러시아 편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푸틴과의 회담에서 향후 15년 동안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저렴하게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러시아와 EU 간 관계가 험악해지면서 에너지 가격이 치솟자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겁니다. EU와 NATO가 러시아를 최대 안보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는 가운데 푸틴은 NATO의 심장부를 성공적으로 저격했습니다.

오르반 총리는 NATO의 확장을 멈추라고 말하는 푸틴과 함께 나란히 기자회견장에 서기도 했습니다. 오르반 총리는 EU의 단체 행동에 참여하기보다는 개별 국가의 주권을 더 중시하는 지도자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 대비해 NATO는 동유럽 국가에 병력을 증파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헝가리는 이에 미온적입니다. 헝가리 국방부장 티보르 벤코는 NATO의 자국 파병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헝가리 국내에서는 6개 야당이 4월 대선을 앞두고 오르반의 친러시아 움직임을 거세게 비난하고 있지만 오르반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르반은 EU의 러시아 제재가 모스크바보다는 부다페스트에 대한 피해가 더 막급하다면서 서방 측의 제재는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도 말했습니다. 러시아와의 교역에서 헝가리는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문제의 외교적 해결도 주문했습니다.

참고로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자국 출신인 조지 소로스의 흔적을 지워버린 반(反)글로벌리스트 민족주의자입니다.

한편 2월 1일 조지 소로스는 시진핑을 “열린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최대 위협”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그는 후버연구소 회의의 패널로 등장해 2022년은 세계사의 중요한 시점이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소로스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전체주의 정권인 중공이 1936년에 나치 독일이 올림픽을 치른 것처럼 동계올림픽을 개최해 선전전의 승리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2022년에 있을 유럽 각국의 대선과 우크라이나를 노리고 있는 푸틴을 언급하면서 “이런 요소들이 유럽의 미래 운명을 결정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시진핑이 3연임을 노리고 있으며 미국도 11월에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고 했습니다.

소로스는 바이든이 대체적으로 올바른 정책을 취하고 있다면서 중공이 대만을 침략할 경우 오커스(AUKUS·미-영-호주 안보동맹)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시진핑은 필요하면 무력으로 대만을 침공할 태세라고 했습니다.

소로스는 또한 자신이 정치적 자선사업을 시작한 1980년대만 하더라도 미국의 우위는 확실했지만 이제 더 이상 그렇지 않다면서 미국의 단극 시스템이 시들어가고 있음을 시인했습니다.

시진핑이 중공의 역사를 재해석하면서 3연임을 획책하고 있다는 비난도 쏟아냈습니다. 그리고 중공의 부동산, 베이징 동계올림픽 방역정책에 전체주의적 요소가 있다면서 체제 내의 반대도 매우 강하다고 말했습니다.

덧붙여 시진핑이 국내에서 덜 폭압적이고 대외적으로는 평화를 추구하는 누군가에 의해 대체되기를 희망한다고도 밝혔습니다.

소로스의 이 같은 발언은 바이든 행정부 초기 발표된 ‘더 긴 전문(The Longer Telegram)’의 요지와 일치합니다. 중국 공산당은 그대로 존속시키되 시진핑 체제만 갈아치우면 된다는 내용입니다.

시진핑 체제만 교체하면 미국은 다시 중공과 밀월관계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시 말해 상하이방이 시진핑을 제거하고 다시 권력을 잡는 것을 글로벌리스트는 선호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푸틴, 중공의 시진핑, 헝가리의 오르반 같은 인물들이 모두 조지 소로스 입장에서는 눈엣가시입니다.

푸틴의 러시아는 공산주의와 결별한 시장경제체제입니다. 또 오랫동안 집권하고는 있지만 독재라고 하기보다는 권위주의 정권으로 규정해야 맞습니다. 싱가포르의 리콴유나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가 그렇듯이 장기집권이 독재는 아닙니다.

미국도 민주당과 트럼프의 공화당을 분리해서 봐야 됩니다. 바이든의 미국을 자유민주주의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반면 중공의 시진핑은 공산주의의 탈을 쓴 전체주의 파시스트 정권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시진핑 덕분에 세계가 중공의 속성을 파악하게 됐습니다.

덩샤오핑의 도광양회는 세계를 정복할 때까지 속이고 속이자는 것에 불과합니다. 개혁개방을 했다고는 하지만 톈안먼 유혈 진압으로 인민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게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덩샤오핑에 이은 장쩌민의 ‘통치철학’은 조용히 티 내지 말고 돈이나 챙기자는 것이었습니다. 서방과 가까이 지내며 무역으로 이익을 취하고 월가를 조용히 점령하자는 겁니다.

시진핑의 무모한 도발이 아니었더라면 전 세계는 중공에 먹히는 줄도 모르고 정복됐을 겁니다. 시진핑은 자신의 3연임을 위해 전 세계와 싸우면서 자국 경제를 초토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시진핑은 괜찮은 차악(次惡)입니다. 당장 무너지는 것보다는 미국이 정상화되는 시점까지 정권을 유지하다 공산당 체제까지 함께 붕괴되는 게 바람직합니다.

-박상후의 시사논평 프로그램 ‘문명개화’ 지면 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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