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국 대공황과 뉴딜, 자의적 해석이 빚은 한국판 뉴딜 패착 ②

조동근
2021년 9월 4일
업데이트: 2021년 9월 4일

오피니언

1편에서 이어집니다.

문재인 정부가 ‘한국판 뉴딜’로 명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을 위기 극복의 전범(典範)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내심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을 통해 루즈벨트 대통령을 닮고자 했을 수도 있다. 루스벨트의 뉴딜은 성공한 정책이었는가. 이글의 전편에서 보았듯이 확답하기 어렵다. 실패했다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만약 미국의 뉴딜이 위기 극복의 전범이었다면, 위기에 처한 많은 나라에서 뉴딜을 벤치마크 했을 것이다. 장기간 침체에 빠진 일본은 ‘일본판 뉴딜’을 내놨을 것이다. 2차 대전 이후 경제력이 많이 쇠락한 영국과 프랑스도 ‘영국판 뉴딜’ ‘프랑스판 뉴딜’ 정책을 내놨을 것이다.

이 지구상에 어떤 나라도 그 나라 이름을 따서 ‘**판 뉴딜’을 얘기하는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만 ‘한국판 뉴딜’로 추종하고 있다. 참으로 흥미롭다. 그렇다고 우리가 미국과 밀월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만큼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된 정부도 없다. 그럼 왜 한국판 뉴딜인가. 이유는 간명하다. 큰 정부로 가는, 예산을 한없이 팽창시킬 수 있는 길이 ‘한국판 뉴딜’이기 때문이다.

2020년 7월 14일 서울 용산역 역사 내에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앞으로 5년간 160조원을 투입하는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하는 장면이 생중계되고 있다. | 뉴스1

◇ ‘한국판 뉴딜’로 작명한 이유…손쉬운 예산 팽창 명분

미국 뉴딜이 성공적이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의 1930년대 대공황은 ‘통화정책의 실패’로 야기된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s)은 1921년 중반에서 1929년 중반까지 통화 공급을 60% 이상 늘렸다. 그 덕분에 대공황이 오기 직전까지, 재즈 시대(Jazz Age)라 불리는 ‘역대급 호황’을 누렸다. 통화 팽창은 인위적 호황을 유발했다. 대공황은 ‘역대급 호황장에 따른 역대급 하락장’이 그 본질이었다. 대공황을 호황(Boom)과 불황(Bust)의 사이클로 인식하는 것이 타당하다.

1920년대 지속적인 통화팽창으로 미국에는 ‘대공황의 씨앗’이 이미 싹트고 있었다. 1929년 후반에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인플레이션을 수습하기 위해 통화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일부 투자자들이 통화량 감소로 주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하고 주식을 매도했는데 당시 자본시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관계로 ‘일부 주식매각이 동조화되어’ 주식투매로 이어진 것이다. ‘검은 목요일’(Black Thursday, 1929, 10. 24)은 대공황의 ‘원인’이 아니라 호황의 거품이 터진, 즉 ‘현상’인 것이다.

당시 루즈벨트는 정부지출 부족이 대공황을 야기한 것으로 오해하고 대규모로 정부지출을 증가시켜 유효수요를 창출했다, 1933년부터 시작된 뉴딜정책으로 미국경제는 주가가 회복되고 실업률이 감소하는 등 경기회복의 징후를 보였지만 1937년 초부터 다시 침체에 빠졌다. 주식시장과 고용시장에 ‘더블 딥’ 현상(회복 후 침체가 다시 찾아옴)이 나타난 것이다. 뉴딜 정책이 유효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과다 정부지출에 따른 비효율의 누적과 시장의 원활한 작동을 방해하는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길어야 2~3년에 종식될 불황기간이 10년(1929~1939)으로 길어진 것이다. 2차 대전이 발발하면서 역설적으로 전쟁 특수(特需)가 대공황을 종식한 것이다.

대공황 당시 정부가 적극적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민간부문이 그만큼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30년대에는 지금과 같은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GM 같은 거대기업이 존재하지 않았다. 정부가 가장 영향력이 큰 경제주체였기 때문에 적극적 역할을 수행했던 것이다. 대공황 당시 루즈벨트 정부는 공공건물에 새가 둥지를 틀지 못하게 새를 쫓고 풀 더미가 바람에 날아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사람을 고용했다. 문재인 정부는 거의 80년 전의 뉴딜을 쫓아 ‘빈 강의실에 불을 끄는’ 단기 일자리를 만들었다.

◇5년간 160조 투입한다는 한국판 뉴딜의 개념도

[그림-3] 한국판 뉴딜의 구조 | 기획재정부
2020년 7월 14일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회복을 위해 마련한 국가 프로젝트인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확정·발표했다. 정부가 확정·발표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 따르면 2025년까지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 등 세 개를 축으로 분야별 투자 및 일자리 창출을 꾀하고 있다. 디지털 뉴딜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정부 인프라·서비스 등 우리 강점인 ICT를 기반으로 디지털 초격차를 확대하고, 그린뉴딜은 친환경·저탄소 등 그린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안전망 강화는 경제구조 재편 등에 따른 불확실성 시대에 실업불안 및 소득격차를 완화하고 지원하는 내용으로 쨔여 있다. 정부는 해당 분야들에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입해 일자리 190만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그림-3]은 한국판 뉴딜의 개념도를 나타낸 것이다. 미국은 뉴딜을 ‘정책 프로그램’으로 인식하고 접근한 반면 한국은 ‘국가프로젝트’로 인식하고 있다. 만약 한국판 뉴딜을 통해 미래의 한국의 경제정책을 다시 짜는 것이라면 ‘프로젝트가 아닌 정책 프로그램 또는 정책 패러다임’으로 접근하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

◇한국판 뉴딜의 도덕적 해이…사업규모 부풀리기

박형수 의원이 ‘한국판 뉴딜 사업별 2021년 예산안 현황 및 신규사업’ 국감자료를 분석한 결과 총 32개 부처 642개 사업 중 계속사업은 453개, 신규사업은 189개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판 뉴딜이 ‘보여주기식 대국민 쇼’에 불과한 전시성 행정이라는 비판이 대두된 배경이다.

2021년 뉴딜사업 예산 21조3000억원 중 84%에 달하는 17조8000억원이 기존 계속사업이라는 것이다. 신규 사업에는 3조5000억원이 편성되는 데 그쳤다. 신규 사업 예산 3조5000억원 중 ‘뉴딜펀드 출자예산’ 6000억원은 사업투자 예산이 아니다. 이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신규 사업에 투자되는 뉴딜 예산은 2조9000억원(13,6%) 뿐인 셈이다.

세부사항을 들여다보면 ‘도덕적 해이’마저 감지된다. 환경부의 계속사업인 4615억원 규모의 ‘노후상수도 정비사업’을 ‘그린뉴딜 사업’으로 포장했다. 대법원의 계속사업인 ‘등기업무전산화사업’(2021년 447억원) 및 ‘가족등록업무 전산화사업’(2021년 188억원)을 ‘디지털 뉴딜 사업으로 포장’했다. 디지털뉴딜 사업에 포함된 보건복지부의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구축 및 운영’ 예산(2021년) 790억원은 한국사회보장정보원(2009년 설립)의 직원 인건비 및 운영비 예산이다.

정부가 전무후무한 경제 및 고용 위기 상황 속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 경제에 획기적인 변화와 투자를 이끌어 내겠다고 기획·홍보한 한국판 뉴딜사업이 보여주기식, 이벤트성 ‘대국민 쇼’였음이 드러난 셈이다.

◇ 혈세로 손실보전 하겠다는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정부는 올해부터 5년 동안 매년 4조원씩 총 20조원을 민관 합동으로 조성해 한국형 뉴딜사업에 투자하겠다고 한다. ‘한국형 뉴딜’의 후속 금융지원 사업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20년 9월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뉴딜펀드 조성 방안을 보고하는 모습 | 연합뉴스

구체적으로 5개 공모(公募)펀드 운용사가 ‘디지털·그린 뉴딜분야의 상장·비상장 기업이 발행하는 전환사채 등에 투자하는 사모(私募)펀드’에 간접투자 하겠다는 것이다. 5개 공모펀드 운용사가 하위운용사 9곳의 10개 사모펀드에 나눠 투자하는 구조이다. 일종의 ‘사모·재간접·공모펀드’이다. 복잡해 보이지만, 공모펀드로 일반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모집해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지난 3. 29일 1차로 ‘2000억원 규모’의 펀드상품을 출시했다. 일반투자자 대상으로 1370억원을 모집했고 정부가 산업은행과 ‘한국성장금융’을 대리인으로 선순위 200억원, 후순위 400억원 총 600억원을 투자했다. 펀드운영사도 30억원을 후순위로 투자했다. 국민참여형 뉴딜펀드는 출시 당일 일부 펀드 상품이 ‘완판’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인기를 끌은 이유는 ‘사실상의 원금 보장’ 옵션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집된 총 2000억원 중 후순위 투자 430억원은 손실에 대비한 일종의 완충자금이다. 펀드가 손실을 보는 경우 후순위 투자액부터 손실을 메꾸는 데 전용된다. 펀드 수익률이 ‘-21.5%’이어도 원금 보장이 된다는 얘기는 ‘후순위 430억’ 투자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즉 “-430 /2000”가 –21.5%의 근거인 셈이다.

펀드수익률과 개인투자자 수익률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펀드 수익률이 15.7%이면, 개인투자자 수익률 20%이고, 펀드수익율 –50%이면, 개인투자 수익률 –36.3%”이다. 이처럼 개인투자자에게 유리한 수익률 구조이기 때문에 펀드가 인기를 모은 것이다. 투자자들이 책임져야 할 손실보전을 정부가 메우는 구조라면, 이는 국민 혈세로 손실분을 메꾼다는 것으로 그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표-1]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운용 수익률(단위 %). | 에포크타임스
특정 기업의 특정 뉴딜 사업에 대한 투자가 사업적으로 타당하다면 그 기업은 자체적으로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정부의 손실 보전이 옵션으로 들어간 뉴딜 펀드를 판매하는 것은 ‘우량 기업으로 흘러 들어갈 자금을 정부가 주도하는 뉴딜펀드로 끌어모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림-3]에서 정부는 ‘마중물’과 ‘촉매역할’을 하겠다고 표방하고 있지만 국민참여형 뉴딜펀드를 보면 정부가 선수(player)가 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민참여형 뉴딜펀드의 최근 운영 실적이 공개됐다. [표-1]에서 보듯이 최근 4개월간 운영실적은 모두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다. [표-1]은 3.29일 판매된 1차분에 해당하는 실적이지만 출발이 좋지 않다. 지금은 표면화되지 않아 드러나지 않았지만 판매되는 뉴딜 펀드가 중도 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인 것도 문제를 복잡하게 한다.

◇ 정책적 시사점

문재인 정부는 최소한 경제적 관점에서 성공한 정부로 볼 수 없다.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였지만 ‘철 지난 사회주의 이념’에 예속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더 나아가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라는 정책 슬로건은 잠시 마음을 적실 수 있지만 그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사회주의 이념에 뿌리를 둔 것이다. 모든 사람이 국가만 쳐다보면 어떻게 되겠는가. 사회주의를 동경한 나라는 모두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모든 것을 쥐락펴락하기를 원하면 민간부문은 점차 위축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실패는 ‘정부의 과다지출’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부의 간섭과 통제가 경제를 질식시킨 것이다. 한국판 뉴딜은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면 모든 것이 풀린 수 있다는 거대한 착각”이 그 출발점이다.

우리 경제정책의 근원적 오류(mother fallacy)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상태에서 ‘성공했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미국 뉴딜’을 맹목적으로 베낀 것이 ‘한국판 뉴딜’이다. 한미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한국판 뉴딜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해외사례를 벤치마크 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려면 ‘우리에게 필요하고 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는 것’을 벤치마크 해야 한다. 좌파이면서도 우파식 시장개혁을 단행함으로써 통일 독일을 탈바꿈시킨 ‘슈뢰더의 하르츠 개혁’을 배워야 한다. 슈뢰더는 하르츠 개혁으로 유럽의 병자란 힐난을 일시에 날려버렸다.

문재인 정부는 ‘사람중심 포용국가’를 외치지만 현실의 정책효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식상한 정치구호에서 벗어나야 한다. 노동개혁과 시장개혁을 꾀할 때 대한민국은 달라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루스벨트가 아닌 대처, 레이건, 슈뢰더’를 벤치마크 해야 한다.

/조동근·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