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국도 놀란 한국의 핵무장 여론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2023년 01월 30일 오후 12:03 업데이트: 2023년 01월 30일 오후 6:56

2023년 1월 18일 미국의 3대 싱크탱크 중 하나인 워싱턴 소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한반도위원회(Commission on the Korean Peninsula)가 북핵 위협에 대한 미국의 대북정책과 확대억제(Extended Deterrence) 정책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내용이 파격적이다. 지금까지 미국의 정부, 의회 및 학계에서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물론 미 전술핵 재배치에 있어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중에 나온 CSIS 보고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북한의 선제 핵사용 및 전술핵 운용 전략 등 확연하게 달라진 핵안보 환경을 설명하고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를 위한 준비에 착수할 것을 건의했다. 다음 날인 19일 존 햄리(John Hamre) CSIS 소장은 화상 간담회에서 “국민의 70%가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응답한 한국의 여론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에서 북핵 위협에 대한 거대한 자각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한·미 양국의 북핵 위협 자각 운동

윤석열 대통령은 1월 2일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 “미국 핵전력을 한·미가 공동으로 기획·연습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고, 11일 국방·외교부 업무보고에서는 “우리의 과학기술로 오래 걸리지 않고 핵 보유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용상으로는 일단의 전문가들이 주장해온 ‘단계적 핵균형론,’ 즉 현 단계에서는 미국의 전술핵 운용이나 재배치를 통해 북핵과의 균형을 추진하고, 그것으로 부족하면 제2단계에서는 동맹 합의 아래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논리를 수용한 것이다. 여기에 대해 국내 정치권 일각에서는 ‘극소수 강경론자들만을 의식하는 위험한 발상’으로 비난하고 있지만, 현재 이런 유(類)의 비아양거림은 ‘비난을 위한 비난’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의 여론조사들을 보면 대부분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대다수가 북한의 핵 포기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인식하에 핵무장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1월 16~17일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하여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6.6%가 북한의 핵포기 가능성이 낮다고 답했고, 73.1%가 한·미·일 안보협력이 필요한 것으로 답했으며, 이것을 포함한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약70%가 자체 핵무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월에 「통일과나눔」 재단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20~30대 응답자의 68%가 핵무장을 지지한 것을 보면 젊은층도 북핵 문제를 예민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적지 않다. 수치 자체가 5~6년에 비해 10% 이상 높아진 것이며 연령층, 보혁 성향 차이, 출신지역 차이 등을 초월하여 한국 국민의 과반수 이상이 북한 핵포기에 대한 비관적 인식, 북핵 위협에 대한 군사적·원칙적 대응의 필요성, 북핵 대응에 있어서 동맹 및 일본과의 협력의 중요성 등에 공감하고 있으며 진보성향과 보수성향 응답자 간 그리고 영남 또는 호남출신 응답자 간 차이가 크지 않다는 사실이 이런 결론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즉 최근 여론조사들은 핵무장 찬성 비율에 있어 대구·경북이 80%에 가까운 높은 수치를 보이지만 광주·전라를 포함한 여타 지역에서도 70%에 육박하는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런 결과는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왜곡된 당내 공천구도, 지역정서, 선전선동 등이 크게 작용하는 선거에서는 좌성향 정치세력이 선전하기 때문에 좌파 세력이 정치지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실제로 좌파적 의식을 가진 국민은 소수에 불과함을 의미한다.

이런 분석이 윤석열 정부의 미래 행보에 의미하는 바도 매우 크다. 윤 대통령의 핵 관련 발언은 일부 정치인들이 비난하듯 ‘극소수 강경파만을 환호하게 만드는 정치적 발언’이 아니며 그보다는 갈 데까지 간 북핵 위협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하기를 원하는 국민적 여망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미국의 조야에서 전술핵 재배치나 한국의 자체 핵무장에 공감하는 의견들이 표출되고 있음도 그것들이 북핵 위협에 대한 한국의 국민적 자각과 여망을 대변하는 것임을 미국인들이 인지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최근 미국에서 금기시되어왔던 ‘전술핵 재배치’나 ‘한국 핵무장’ 표현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 외교협회(CFR)의 안(Jennifer Ahn) 박사, 펜실베이니아대의 왈든(Arthur Waldron) 교수, 다트머스대의 프레스(Daryl G. Press) 및 린드(Jennifer Lind) 교수, 슈라이브(Randall Schriver) 전 미국 국방부 인도태평양 담당 차관보, 브룩스(Vincent Brooks) 전 주한미군사령관 등이 한국의 핵 여론에 직·간접적으로 공감하는 견해들을 내놓고 있다. 1월 18일 CSIS가 발표한 보고서는 이런 공감들을 두루 대변하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동 보고서를 통해 CSIS는 나토식 한미 공동 핵기획(nuclear planning)을 위한 장치 마련, 확대억제전략협의그룹(EDSC)의 재가동, 한·미·일 3국간 track-1.5 전략협의 확대, 잠수함발사 핵탑재 순항미사일(SLCM) 또는 미 전략 폭격기의 한반도 상시 배치(continuous presense), 북한 미사일을 상승단계에서 요격하는 국가미사일방어망(NMD) 구축, 핵탑재 해상발사 순항미사일 개발 프로그램 부활, 전술핵 재배치에 대비하는 기반(groundwork for possible redeployment of U.S. low-yield nuclear weapons) 구축, 도상계획 연습(tabletop planning exercise) 등을 건의하고 있다. 요컨대 현재 한·미 양국에서 북핵 위협에 대한 자각운동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것이 윤 대통령의 발언이 ‘말폭탄’으로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제1단계 핵균형 조치 서둘러야

윤 대통령의 발언이 ‘일회성 정치발언’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 한국 정부는 호시우보(猛視牛步)의 자세로 후속 조치들을 찾아나가야 한다. 즉 북핵 문제들을 냉철하게 직시하면서도 당장 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구분하여 할 수 있는 것부터 우직하게 추진해나가야 한다. 우선은 전술핵 재배치를 통한 핵균형이 한국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체제 내에 머물면서 그리고 한미동맹을 흔들지 않으면서 취할 수 있는 조치인 반면 핵무장은 NPT 탈퇴가 수반되어야 하고 미국이 기존의 반확산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는 한 동맹에 마찰을 초래할 수 있는 ‘차원이 다른’ 조치임을 인식해야 한다. 한미동맹이 제공하는 안정성이 한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기초가 되어 왔음을 감안하면 동맹의 합의가 전제되지 않은 핵무장 강행은 득보다 실이 많은 선택이며 한국 정부는 이런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때문에 당장은 동맹국의 핵역량을 통한 ‘남북 간 핵균형’을 위해 동맹외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며 이를 통해 미 전술핵의 한국 또는 인근 지역 재배치, 해상·해저 발사 전술핵의 한반도 해상 상시 배치, 동맹조약 개정을 통한 핵우산 명시, 북한 핵공격을 가정한 핵대응 연합작계 수립 및 훈련 등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연합대응 체제를 확립·운용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제2단계 핵균형, 즉 독자 핵무장을 통한 핵균형을 위해서는 즉시 ‘한국판 맨하탄 프로젝트’에 착수하여 핵무기 생산 자체만을 제외한 모든 핵무장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 이는 NPT 체제 내에 머물면서 추진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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