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국내 ‘한국 핵무장론’,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2021년 12월 7일
업데이트: 2021년 12월 7일

북한이 대륙간탄도탄(MIRVed ICBM), 순항미사일(C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핵추진 잠수함(SSN), 변칙기동 탄도미사일(pull-up BM), 극초음속 미사일(HGV, HCM) 등 지금까지 핵강국들의 전유물이었던 전략무기들까지 개발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보면서 서방의 전략가들은 북한이 넘지 말아야 할 ‘레드 라인(Red Line)’을 넘어서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력 고도화가 간단없이 이어지고 중국이 이를 지지·지원하는 현상을 목도하면서 한국에서 자체 핵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최근에는 미국에서도 이제는 미국이 한국, 일본, 대만 등 자유민주주의 동맹국들의 자체 핵무장을 말릴 것이 아니라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이 동맹국들의 독자 핵무장을 만류하면서 대신 핵우산을 제공하여 보호해주는 반확산 정책을 고수해왔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꽤나 파격적인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이에 그동안 자체 핵무장을 주장해왔던 한국의 정통 우파들은 “그봐라, 이제는 미국도 생각을 바꾸려고 하지 않느냐”라고 반길 수 있겠지만, 무작정 그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 우파의 핵무장론과 좌파의 핵무장론이 있듯 미국에서 한국 핵무장을 지지하는 인사 중에도 친동맹파와 반동맹파가 있기 때문이다.

우파의 핵무장론과 좌파의 핵무장론

한국에서 자체 핵무장 주장이 나온 배경은 북핵 고도화로 재래군사력과 미국의 핵우산만으로는 핵위협을 억제하기 어렵다는 판단이었지만, 최근에는 중국이 미·러 핵군비통제 체제에 동참하기를 거부하고 자체 핵군사력의 양적 ·질적 증강에 매진함에 따라 동북아 전체의 핵균형을 위해서 미국이 전술핵을 이 지역에 재배치해야 하고 그것으로 부족하면 아시아 동맹국들의 핵보유를 권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가세하고 있다. 이런 것이 ‘한국 우파의 핵무장론’이다.

같은 맥락에서, 북핵 위협이 경계선(threshold)을 넘어가면 핵무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핵억제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아산정책연구소와 미국의 랜드연구소가 공동 작성하여 금년 4월에 발표한 연구보고서는 북한의 핵무기가 80~100개를 넘으면 한미 양국은 지금까지의 설득과 외교 방식을 넘어 선제공격, 참수작전 등을 포함하는 적극적인 핵억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무기 병기화 사업’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2017.9.3 |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그런가 하면, 북한의 핵무기도 통일되면 우리 모두의 것이 되므로 시비하지 말고 가만히 두어야 핵무장 통일한국을 기대할 수 있다는 좌파의 핵무장론도 있다. 이것이 좌파적 논리인 이유는 매우 분명하다. 북한 만이 핵을 보유한 상태, 다시 말해, 북한이 한국을 해칠 결정적인 수단을 가진 반면 한국은 그렇지 못한 핵비대칭 상태에서는 한국 주도의 자유민주 체제하의 통일은 가능하지 않다.

이 상태에서 통일이 된다면 북한식 주체통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즉, “북핵도 통일되면 우리 것”이라는 주장에는 주사파들의 ‘붉은 마음(赤心)’이 숨겨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주장에는 좌우 이념과 무관하게 이상론적 민족주의 생각을 앞세운 ‘순진파들’도 가세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1990년대 김진명의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촉매 역할을 했었다. 남한이 핵보유 북한과 손을 잡고 일본을 혼내주는 스토리가 상당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면서 민족주의적 감흥을 불러일으켰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친동맹파의 한국 핵무장론과 반동맹파의 한국 핵무장론

2019년 7월 미국 국방대학교(NDU)에 속한 일단의 장교들은 연구보고서를 통해 동북아의 핵안보가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제는 미국이 전술핵을 이 지역에 재배치하여 한국 및 일본과 공동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제4차 핵태세검토서(NPR)를 발행하면서 사용 가능한 전술핵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공약한 것에 대해 전술핵의 효용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그렇게 주장한 것이다.

이에 더하여, 2021년 10월 7일에는 다트머스대의 제니퍼 린드(Jennifer Lind) 교수와 대릴 프레스(Daryl Press) 교수가 워싱턴포스트지에 게재한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만들어야 하는가(Should South Korea build its own nuclear bomb?)”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이제는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하고 미국은 이를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현재 핵무기의 확산을 방지하는 비확산체제의 헌법에 해당하는 NPT, 즉 핵무기비확산조약의 제10조는 “회원국은 자국의 핵심적 이익(supreme interests)을 심각하게 위태롭게 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3개월 전에 탈퇴를 통고하고 조약에서 탈퇴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북한이 1993년 NPT탈퇴 소동을 벌였을 때 그리고 2002년에 탈퇴할 때 원용한 것이 바로 이 조항이다.

린드 교수와 프레스 교수는 북핵 위협에 일방적으로 노출된 한국도 이 조항에 따라 NPT를 탈퇴할 권리를 가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의 우파 핵무장론자들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중국과 북한이 핵무력 증강에 매진하는 중에 미국이 동맹국들의 독자 핵보유를 만류하는 비확산 정책을 고수하는 경우 동북아와 한반도의 전략적 균형이 중국과 북한 쪽으로 기울게 된다는 전략적 판단 하에서 이에 대처하는 동맹이 역량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한국의 핵무장을 지지한다. 이것이 친동맹파의 한국 핵무장론이다.

카토연구소의 더그 밴도우 연구원 | 화면 캡처

그런가 하면, 미국에는 반동맹 입장에서 한국 핵무장을 주장하는 인사들도 있는데, 대표적인 인물이 워싱턴 소재 카토연구소(KATO Institute)의 더그 밴도우(Doug Bandow) 박사다. 밴도우 박사는 “한국이나 일본과 같이 부유한 나라들을 지켜주기 위해 미군을 주둔시킬 필요가 없다”면서 오래전부터 동맹 폐기와 주한미군·주일미군 철수를 주장해온 사람이다. 밴도우 박사는 지난 11월 2일 인터넷 매체 내셔널 인터레스트(National Interest)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미국이 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핵우산으로 한국을 지켜주어야 하나?”라고 반문했고, 11월 6일자에서도 “한국을 지켜주기 위해 미국이 감수해야 하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고 강변했다.

이런 사람들이 주장하는 한국 핵무장론은 지극히 반동맹적이다. 이들의 주장은 한 마디로 미국은 한국의 독자 핵무장을 반대할 필요가 없으며 한국이 핵무장을 통해 스스로를 지키든 말든 미국은 한반도로에서 손을 떼라는 것이다. 이렇듯 미국 내에서 한국의 핵무장을 지지하는 인사들은 친동맹파와 반동맹파로 나뉘어지며, 그들이 비록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동기와 목적은 완전히 다르다. 한국 국민은 이런 차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한반도, 핵무기 화약고가 되나?

그럼에도 한국에게 있어 당장의 핵무장은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 미국이 기존의 반확산 정책을 비꾸지 않은 상태에서의 한국 핵무장은 동맹의 파탄을 초래할 수 있다. 때문에 한미동맹이 한국안보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축이 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동맹합의가 없는 상태에서의 핵무장 강행은 의미도 없고(meaningless) 지향점도 분명하지 않은(pointless) 선택일 뿐이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의 한국 핵무장 지지론이 등장하는 것은 한반도 및 동북아의 전략적 환경이 악화되는데 따라 미국의 반확산 정책이 ‘동맹국의 핵무장 지지’로 선회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이런 의미에서 한국에게 필요한 전략적 선택은 꾸준히 미래에 대비하는 것이다. 즉, 당장 핵무장을 추진하지는 않더라도 언젠가 필요하게 될 수 있는 핵무장을 위해 잠재력을 축적하고 있어야 한다.

물론, 최상의 시나리오는 중국과 북한이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서방세계가 그들의 무제한적 핵무력 증강과 그로 인한 핵비대칭성을 무한정 참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중시한다면 분명 더 좋은 방향의 길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재로서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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