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국과 서방이 중공에 끌려다니는 이유

박상후 /국제관계,역사문화평론가
2022년 01월 23일 오후 5:51 업데이트: 2022년 05월 28일 오전 11:31

미국과 서방세계가 중국 공산당(중공)에 대해 인권탄압, 무역분쟁, 타이완 문제, 남지나해에서의 자유항해 등 여러 가지 이슈를 들어 표면적으로는 아주 강력하게 압박하고 있습니다.

중공의 막나가는 호전적인 행태에 대해 뭔가 가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절박감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먹히는 것 같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 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남지나해 동지나해에 있어서의 군사적 포위압박은 그럴 듯해 보입니다. 그렇다고 당장 중공과 서방이 전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뭐라 확언할 수 없습니다. 벌써 몇 년째 긴장의 수위만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경제 제재도 그렇습니다. 서방 각국기업들의 전선이 통일되지 않고 있습니다. 1월 17일 일본의 카메라제조업체 캐논(Canon)이 32년 동안 주하이에서 운영해오던 공장을 철수하기로 했습니다. 1317명에 달하는 캐논의 근로자들은 1인당 최저 30만위안(약 5600만원), 고위층은 100만위안(약 1억8천만원)의 퇴직 위로금을 받습니다. 파산한 중국기업이 한푼도 주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거액입니다.

캐논이 주는 위로금은 법정표준 이상의 금액으로 중공 국유기업에서 일하다 일자리를 잃어버린 이들이 앙심을 품고 있습니다. 국유기업에서 27년을 일하다 나오게 돼 받은 금액이 4만2천위안(약 780만원)에 불과한데 캐논이 30만위안에서 많게는 100만위안을 준다고 하니 오히려 일본을 욕하고 난리가 났습니다

관영매체들은 캐논이 중공 국유기업 근로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기 위해 선동 차원에서 고액을 지급했다고 비난까지 합니다. 그러나 현지인들은 양심적인 일본 기업이 중공의 소위 ‘민족기업’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대중 공동전선과 각자도생의 모순

캐논, 도시바 등 일본 기업들의 중국 철수가 잇따르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도 있습니다. 세계 자동차의 최강자 토요타는 중국 시장에 상당한 집착을 보이면서 전기차 전략을 발표하고 더 많은 모델을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토요타의 기존 가솔린 모델 가운데는 크라운이 오랫동안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북미시장에 투입됐던 풀사이즈 세단 아발론도 인기가 높습니다. 그러나 톈진 도시 봉쇄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이치 자동차와의 합작법인 공장이 문을 닫았습니다. 이치 토요타는 2021년에만 86만대를 팔아 전년 대비 8%의 성장을 거둔 바 있습니다.

중국 시장은 탈출하는 기업들도 많지만 새롭게 의욕을 보이는 기업도 많습니다. 이익 창출이 본질인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 대해 양극단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거대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몸을 사리고 있습니다. 시장이 힘이고 기술표준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테슬라는 인권탄압의 대표 지역으로 서방세계의 지목을 받고 있는 신장 위구르의 수도 우루무치에 신규 대리점을 개설했습니다. 테슬라의 경우 미국이 본사이지만 상하이, 베를린에 기가팩토리를 가지고 있고 일론 머스크도 미국이 아닌 남아공 출신이라 국적에 크게 얽매이지 않습니다. 조국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시장이 조국입니다.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는 테슬라와 경쟁하기 위해 전기차 플래그쉽EQS를 중공 시장에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BMW는 이와는 좀 다른 전략으로 기존 내연기관 SUV를 대거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독일 정치권 역시 중공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총리인 올라프 숄츠는 메르켈의 친중 정책 기조를 계승하고 있습니다. 다만, 녹색당 출신인 안나레나 베어보크 외교장관은 인권을 내세우며 중공을 압박하는 것 같은 스탠스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베어보크 장관은 지난 20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화상회담에서 “하나의 중국 정책을 추구하겠다”며 중공과 확고한 파트너쉽을 이어가기로 하는 등 이중적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유럽연합(EU)을 이끄는 독일을 비롯해 서방세계가 중공에 끌려다니는 결정적 이유는 바로 기후변화 대응입니다.

이에 관해서는 2021년 9월 뉴욕타임스 중문판이 보도한 바 있습니다. 중공은 기회 있을 때마다 미중 관계가 긴장 상태에 이르면 파리 기후협약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해왔습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기후변화는 중대한 위기이며 글로벌 차원에서 가뭄과 폭우를 가중시키고 있는데 세계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미중 양국이 무역·국가안보·인권 문제에서 부단히 긴장 상태를 상승시키면서 지구 온도 상승을 막는 일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논평했습니다.

신문은 또한 미국의 대통령 기후특사 존 케리가 중공을 방문해 톈진에서 중공 측 카운터파트 셰전화 기후변화 특별대표를 만나 설전을 주고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케리 특사는 방중 당시 미니버스에 태워져 빈관(賓館)급 숙소에 보름간 격리되는 수모도 겪었습니다.

왕이 부장은 나중에 케리 특사를 만나 누구도 예외 없이 중국에 오면 격리조치를 취한다면서 기싸움에서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중문판 기사에서 중공의 의중을 잘 포착했는데,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이래 중공의 영향력을 빼앗는 데 골몰했다면서 특히 중공이 쿼드(QUAD) 결성에 큰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미국이 일본·호주·인도와 쿼드를 만든 것으로도 모자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까지 설득해 사상 처음으로 나토 정상회의가 중공을 “체계적 도전”으로 규정하게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중문판에서는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중공 총서기와 화상회담을 갖고 “미중 양국은 공동으로 어려움을 극복한다”고 했으면서도, 미국이 우위인 상태에서 경쟁한다는 이중적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중공을 적으로 보는 동시에 파트너로도 보는 모순된 입장이며, 이는 양립할 수 없는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미국의 대중 관계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기후변화 협조이며, 케리 특사가 중공 특별대표와 글래스고에서 서명한 기후변화행동 연합성명은 7년 전 미중양국의 관계가 급격히 내리막길을 걷던 시기 발표한 연합성명보다 함량이 떨어진다고 낮게 평가했습니다.

동시에 미국의 대중 강경노선이 탄소배출 감소를 위한 노력을 해치고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탄소배출 감소를 위해서는 태양광이 필요하고 태양광 패널을 가장 저렴하게 생산하는 곳이 중국인데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계승해 중공과 대립하고 있다는 겁니다.

뉴욕타임스 중문판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산 태양광 패널 기술에 관세를 부과하고 태양광 패널 생산라인이 신장 위구르 지역에 있다는 이유로 제재를 가하는 등 태양광의 산업 공급망을 붕괴시키려 하는데, 이는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하려는 것 아니냐고 꾸짖기도 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 국제체제는 바이든이 취임한 후 미국을 2021년 1월 파리기후협약에 복귀시키면서 중공의 협조를 구하게 된 상태입니다. 중공은 자국의 탄소배출량이 절정에 이르는 2030년부터 탄소중립에 노력해 2060년에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2021년 11월에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UN기후변화 대처회의 COP26에서는 중공의 에너지 사용을 감안해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조건으로 중공의 석탄 사용을 용인했습니다.

실제로 중공의 12월 석탄 생산량은 3억8천만톤으로 전년 대비 7.2%나 급증했고 2021년 전체로 보면 40억 7천만톤으로 전년 대비 4.7% 늘었습니다. 중공은 세계 최대의 석탄 생산국인 동시에 소비국으로 전 세계 이산화탄소의 27%를 배출합니다.

이는 미국과 서방세계에 있어 중공을 다루기가 가장 어려운 점입니다. 멀쩡한 셰일가스를 중단시키고 소위 ‘그린 에너지’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바이든 정권의 취약점이 에너지 정책입니다.

중공이 수틀릴 경우, 어느 날 ‘우리는 기후변화 공동대응 안 하겠다’는 식으로 강짜를 부리면 전 세계의 가장 중요한 이슈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습니다.

-박상후의 시사논평 프로그램 ‘문명개화’ 지면 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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