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노벨경제학상, 도덕적 해이에 대한 포상인가

제프리 A. 터커
2022년 10월 30일 오후 1:43 업데이트: 2022년 10월 30일 오후 3:13

우리 시대는 아이러니로 가득 차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유능한 전문가들, 특히 우리 삶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이 도리어 암울한 세상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또 다른 아이러니를 목도하고 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 더글러스 다이아몬드 시카고대 교수, 필립 딥비그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교수 등 3명이 올해 노벨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 선정 이유로 ‘은행과 금융위기에 대한 연구에 기여한 공로’를 들었다. 특히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부실로 인해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중앙은행의 대응을 예로 들었다. 당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은 은행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썼다. 이 ‘양적완화’라는 표현은 ‘사회적 거리두기’ 못지않게 완곡한 표현이다.

바로 이 대응책이 2020년 봄 이후 국가 봉쇄, 지역 봉쇄 터널을 지나면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위기를 불러왔다. 그렇다면 2008년에는 이 정책이 효과적이었는데 2020년에는 왜 작동하지 않았을까?

2008년과 2020년의 상황은 큰 차이가 있었다. 중앙은행이 은행에 지급하는 예금 금리가 높기 때문에 2008~2010년의 정책은 ‘양적완화’를 냉장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은행과 증권사들은 적어도 서류상으로는 기꺼이 자본 재편을 했다. 사람들은 이 같은 조치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까 불안해하며 기다렸지만 인플레이션은 오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우리는 40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고, 유럽은 에너지 가격 통제를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연준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수요 둔화의 여파로 주택 시장 전반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고안된 높은 금리는 불과 1년 전에 형성된 거품을 터뜨렸다. 이제 주택 시장이 냉각되면서 모기지 회사들은 근로자들을 해고하고 있다.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슬금슬금 7%를 넘어섰기 때문에 주택 시장이 2008년처럼 가라앉지 않았을 뿐이다(실제로는 여전히 마이너스이다).

2020년의 상황이 2008년과 다른 이유는 단순하다. 이번에는 중앙은행이 개인과 기업의 은행 계좌로 직접 현금을 입금하는 양적완화 방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인들은 한동안 현금이 풍부했다. 게다가 금리까지 낮아 주택시장의 거품이 형성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현금이 바닥나자 가격 혼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은행들은 금리를 인상해 인플레이션을 잡으려 하지만, 그것은 전 세계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가 침체하는 상황에서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불러올 뿐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2008년의 사태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오히려 우리는 거대한 위기 상황에서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 것이 비용이 들지 않는 사업이라고 잘못 배웠다. 은행은 항상 구제받을 것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은행 시스템을 살릴 테니 불리할 게 없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전 세계 모든 중앙은행이 불과 2년 반 전에 그렇게 하기 위해 협력했다. 우리는 지금 따져 묻고 싶다. “당신들은 (그런 일을 하면서 향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는가?”

여기 전통적인 교환방정식에 기초한 매우 간단한 모델(아래 도표)이 있다. 바로 통화량과 가격 사이의 관계이다. 세 나라가 색깔별로 구분돼 있어서 가격 반응을 뚜렷이 볼 수 있다. 이것은 매우 구식 모델로 수많은 복잡한 요인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관계가 존속되고 있다. 지폐를 인쇄하고 1년 동안 새로운 현금이 유통되면서 가격이 조정되는 것을 보게 된다.

그 관계는 심지어 붕괴된 글로벌 공급망, 러시아에 대한 제재 등 여타 요소들을 제쳐두고서도 놀라울 정도로 명백하다.

자료: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데이터(FRED) | 제프리 A. 터커

사람들은 버냉키가 2008년에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금융 시스템이 무너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시장 행위자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줄 수 있는 기회를 미리 없애버리는 조치였다. 그로 인해 리스크에 대한 조심성과 이성을 상실한 모든 기관이 구제됐다. 그 결과 은행, 정치인, 정책 입안자들이 자신들의 행위에 책임을 지지 않는 등 도덕적 해이에 빠졌다.

도덕적 해이는 예방하고 바로잡아야 할 사안을 정책이 오히려 강화하고 지속시킬 때 발생한다. 이는 나쁜 짓을 하는 데 대한 보상이다. 2008년 실제로 이런 일이 발생했다. 이자율을 역사적인 수준으로 낮게 유지하고 양적 완화로 유동성을 늘린 버냉키의 조치는 시장을 왜곡했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이 발생하자 연준은 그와 유사한 조치를 더 센 강도로 시행했다. 2008년의 교훈을 다시 되새기게 하는 조치였다.

봉쇄 조치가 발표된 바로 그날(2020년 3월 16일) 연준은 지폐 인쇄기를 가동했고 의회는 주(州) 차원에서 1조 7천억 달러를 지출하는 ‘코로나19 구제법안(CARES Act)’을 마련했다. 만약 이런 조치가 없었다면, 주(州)들은 경제를 정상화하기 위해 속히 봉쇄를 풀었을 것이다. 의회가 현금을 살포하기 시작하자 주지사들은 봉쇄함으로써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마디로 정부 지출이 증가하고 시중의 핫머니가 증가하는 것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1년여 만에 이 두 가지 모두 6-7조 달러 늘었다. 이번에는 2008년의 양적완화 조치에 비해 강도를 대폭 강화해 시행한 것이다.

자료: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데이터(FRED) | 제프리 A. 터커

또한 의회가 갑자기 만들어낸 막대한 부채를 연준이 사들이지 못하거나 사들이지 않는 대안의 세계(alternative universe)에서는 미국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이 상당히 커졌을 것이다. 어쩌면 이미 금융 시장을 완전히 무너뜨렸을지도 모른다. 대신 연준은 의회가 하고 있는 일을 은폐하기 위해 현금화할 수 없는 수표를 발행하느라 바쁘다. 그 결과, 정계와 중앙은행 총재들이 힘을 합쳐 현시대의 거대한 정책적 재앙 중 하나를 영구화했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이러한 조치는 2008년의 경험에서 영감을 얻어 채택됐다. 2008년 당시 비용이 들지 않는 것처럼 보이던 대응 조치는 최악의 교훈을 주었다. 즉, 중앙은행이 물불 안 가리고 덤비면 하지 못하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상황이 어떠한가. 카드 빚이 치솟고, 예금이 바닥나고, 그리고 실질 소득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자료: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데이터(FRED) | 제프리 A. 터커

노벨 경제학상 이야기로 돌아가자.

일각에서는 올해 노벨경제상이 1년여 전에 제안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년 전에 수상위원회가 어찌 알 수 있었겠는가. 법정화폐 인플레이션과 구제금융으로 경제를 살리는 방법을 알아낸 뛰어난 사람들에게 주는 노벨상 수상자 명단을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지옥에서 불타고, 에펠탑 불이 꺼지고, 유럽의 모든 가정이 난방을 걱정하고 있는 시기에 발표하게 되리란 걸.

이성적으로 판단한다면 이 비극의 목록에 세계적인 건강 위기, 급격한 기대 수명 감소,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은 전체 세대의 사기 저하 등을 추가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른바 ‘전문가들’이 한 일들이다. 이 위기는 자유보다 더 나은 세계를 관리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믿는 지식인들의 실험실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제 나머지 사람들은 그 ‘특별한’ 상을 그 ‘잘난’ 사람들에게 주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고, 그럼으로써 또 다른 도덕적 해이가 추가될 것이다.

* 제프리 A 터커는 브라운스톤 연구소의 설립자이자 소장이며, ‘더 베스트 오브 루드비히 폰 미제스(The Best of Ludwig von Mises)’의 편집자이다. 학술지와 대중 매체에 보고서 및 칼럼을 발표하고 있고, 특히 에포크타임스에 경제 관련 칼럼을 발표하면서 경제, 기술, 사회철학, 문화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저서로는 ‘자유냐 봉쇄냐(Liberty or Lockdown)’ 등 10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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