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美 긴축 우려 속, 한·미 통화스와프 연장 물 건너가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2021년 12월 14일
업데이트: 2021년 12월 15일

낙타 허리 부러뜨린 바늘 한 점

낙타 허리에 바늘을 얹었더니 낙타 허리가 부러졌다는 말이 있다. 물론 과장된 어법이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미세한 부담에 균형이 무너질 수도 있다. 이를 뒤집어 보면 낙타 허리 짐에서 바늘 하나 무게를 덜어주었더니 낙타 허리가 온전해졌다는 말이 된다. 경제주체의 심리와 기대(expectation)에 크게 영향을 받는 ‘외환시장의 안정성’을 이야기할 때 인용되는 논리이다.

실제로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발(發) 금융위기 당시, 한국은행과 미국 연준(federal reserve)이 체결한 ‘3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가 금융위기를 진정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외환위기 등 비상시에 ‘한국 통화를 상대국(미국)에 맡기고 상대국 통화(달러)를 차입’할 수 있도록 맺은 계약이다. 통화스와프는 외환보유고 이외의 외환유동성 확보의 ‘추가적인 수단’으로 기능한다.

당시 통화스와프 일지를 인용하면, 한국은행은 2008년 10월 30일 미 연준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한다. 그리고 그해 12월 2일, 통화스와프를 기초로 기업에 경쟁입찰 방식으로 외화대출을 시행해 기업에 달러를 공급해 주었다. 그 후 2009년 2월 4일과 2009년 6월 26일에 각각 통화스와프 만기를 6개월 연장했고, 미국발 금융위기가 진정되면서 2010년 2월 1일 통화교환계약을 종료했다. ‘2008. 10. 30 ~ 2020. 2. 1’ 간 진행된 한·미 통화스와프가 한국경제의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한국은 2009년에 맺은 한·미 통화스와프로 환율을 방어하고 플러스 경제성장률을 이끌어냈다. 2009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7%’로서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마이너스 성장률과 극적인 대비를 이뤘다. 2010년에 한국이 ‘G20 의장국’이 된 것도 기실(其實) 2009년에 정(正)의 성장률을 실현했기 때문이다.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준 미국에 고마워해야 하는가? 그 전에 한 가지 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2008년의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는 ‘미국발(發)’이라는 사실이다. 미국의 은행이 신용이 좋지 않은 가계에 주택담보대출(sub prime 모기지)을 무분별하게 해줘 벌어진 정책 실패가 ‘미국발 금로벌 금융위기’ 인 것이다. 미국이 저지른 실패로 전 세계가 고통을 받은 것이다. 더 역설적인 것은, 전 세계적으로 금융경색이 진행되자 정책 실패를 저지른 당사자인 미국의 달러가 ‘안전자산’으로 더욱 각광받은 것이다. 달러를 확보하려는 세계 각국의 노력이 달러를 더욱 희소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당시 달러값은 천정부지로 뛰었고 원화 가치는 폭락했다. 하지만 한미통화스와프로 제한된 금액이지만 달러화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 경로가 열리자, 낙타 허리에서 바늘 하나를 덜어준 것에 불과하지만, 금융시장이 안정화되고 원화 가치도 회복됐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유발된 양적 완화(QE)

주시하다시피 2020년 1월 말에 중국 우한을 발화점으로 정체 불상의 호흡기 질환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호흡기 질환은 ‘코로나-19’로 명명됐으며,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펜데믹과 사투를 벌였다.

미국 연준은 코로나 펜데믹에 대처하는 차원에서 기준금리를 0.0%대로 내리고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를 시행했다. 미국은 경기회복을 위한 양적 완화의 일환으로 2020년 3월부터 연준을 통해 매월 1200억 달러의 채권(국채 800억 달러, MBS 400억 달러)을 민간으로부터 사들였다. 채권을 사들인 만큼, 달러가 시중에 풀린 것이다.

미국 연준은 채권 매입 20개월 만인 2021년 11월 테이퍼링(채권매입 규모의 점차적 축소)을 결정했다. 테이퍼링은 채권매입 규모를 매달 150억 달러씩(국채 100억불, MBS 50억불) 축소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테이퍼링 속도를 유지하면 2022년 7월 자산매입 규모는 零(zero)이 된다. 테이퍼링 종료 후 연준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이상 과거 미국의 기준금리 변화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래 그래프는 1999년~2018년 간의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변화를 표시한 것이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2000년 6.5%를 찍고 있다. 이는 뉴밀레니엄과 맞물린 소위 ‘닷컴 버블’을 제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끌어올린 결과이다. 닷컴 버블은 결국 붕괴했으며, 미국은 닷컴 버블 붕괴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2004년까지 1.0%의 저금리 기조를 유지했다.

2004년 중반부터 연준의장이었던 ‘그린스펀은’ 서브프라임 거품을 제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꾸준히 올려 2007년 중반에 기준금리는 5.25%에 달했다. 사전 예방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발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는 현실로 나타났으며 연준은 위기 수습 차원에서 2008년 중반에 기준금리를 ‘0.0~0.25%’로 내렸다. 그 후 2015년 중반까지 초저금리를 유지했다. 연준은 그 후 2016년에 금리를 ‘원 클릭’(one click) 인상해 0.25~0.50%를 유지했다. 추가적 금리 인상의 신호탄이 된 것이다.

그 후 꾸준히 금리를 인상해 2018년 4/4분기에는 2.25% 수준에 이른다. 트럼프 행정부 때의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 과열을 방지하가 위한 ‘선제적 금리 인상’의 성격이 짙다. 이렇게 인상된 금리는 코로나 펜데믹 확산으로 다시 제로 수준으로 떨어진다.

미국 금리 인상 시나리오별 스트레스 테스트

향후 미국의 금리 인상 경로는 다음 중 하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하나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후 선제적 금리 인상’ 경로인 2015년 4분기~2018년 4분기의 속도와 폭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 기간 미 연준은 ‘9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2.25%포인트’ 인상했다.

또 다른 경로는 ‘서브프라임 거품 방지를 위한 금리 인상‘ 경로로 2004년 2분기~2006년 2분기의 속도와 폭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 기간 미 연준은 ’17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4.25%포인트‘ 인상했다. 만약 미국이 내년 7월을 기점으로 ‘경로 2’를 선택한다면 세계 경제는 그 충격을 흡수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경로 2’ 같은 급격한 금리 인상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경로 1과 경로 2는 성격이 다르다. 경로 1은 ‘선제적인 금리 인상’이고 경로 2는 ‘치유적인 금리 인상’이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천문학적으로 풀린 돈을 회수하고 ‘공급망과 원자재난’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 압력을 제어하기 위한 금리 인상이라면 논리적으로 볼 때 ‘경로 2’에 가깝다. 선제적 예방이 아닌 치유적 목적의 금리인상이라면 그만큼 금리 인상은 가혹할 것이다.

미국 금리 인상 충격을 흡수할 대한민국의 방파제, 튼실한가?

전술한 바와 같이 한·미 통화스와프는 외환보유액과는 다른 ‘유동성 공급’ 경로인 것이다. 예를 든다면 건기(乾期)를 대비해 마련한 양수기인 셈이다. 미국 연준은 2020. 7.30일에 한국은행과 그해 12월까지 유효한 ‘600억 달러’ 규모의 스와프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2020.12.17.일에 2021. 6월까지 6개월 계약을 연장했다. 그 후 2021년 6월 17일, 9월 17일에 각각 3개월씩 동(同) 계약을 연장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통상적으로 6개월 단위로 연장하던 것을 3개월로 연장 주기를 단축한 것이다. 현재는 2021년 9월 17일에 체결된 계약에 의거 유효기간 안에 있지만 ‘내년에 계약을 연장할 것인지’에 대해 언급이 없다. 과거의 예에 비춰보면 연장계약이 만료되기 상당 기간 전에 연장 여부에 대한 협상이 있어 왔는데 이번에는 움직임이 없다.

2021. 11월 현재, 우리의 외환 보유액은 4,640억 달러다. 일견 충분한 규모의 와환보유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외환보유고 중 ‘현금성 자산 비중’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현금성 자산 비중인 ‘달러 현금 및 주식보유 비중’은 12.7%에 불과하다.

‘적정 외환보유고’를 얼마로 볼 것인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물론 다다익선이지만 외환보유의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반드시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통상적으로 고려되는 기준은 ‘3개월 치 수입금액’ 상당액의 외환을 보유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무역 규모를 감안할 때 월 500억 달러씩 3개월분에 해당하는 외환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3개월 치 수입분인 1500억 달러는 이미 충족하고도 남는다.

‘자본시장개방’도 고려사항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약 2700조원이며, 보수적으로 외국인의 보유비중을 1/3로 잡으면 외국인과 기관이 900조원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이 같은 날 한국 증시를 떠날 리는 없지만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팔고 한국을 떠난다면 그만큼 달러가 빠져나갈 것이다. 그만큼 대비하라는 것이다.

또 다른 변수는 단기외채 비중이다. 우리나라의 단기외채 비중은 약 30%이다. 단기외채도 계약기간이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단기외채를 같은 날 갚은 일은 없지만 일단 ‘상한(上限)’으로 생각해 둘 필요는 있다. 1997년 IMF사태의 한 요인이 ‘단기외채’의 위험성을 간과한 것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가 간 비교를 위해서는 ‘달러 표시 경상 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중도 좋은 지표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상 GDP를 1.6조 달러로 잡으면 ‘GDP 대비 외환보유고(4600억달러)’ 비율은 약 1/4이다. 이는 대만의 83%, 사우디아라비아의 65%에 비해서는 작은 값이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소화기로서는 충분하다. 600억 달러 규모의 추가적인 달러 공급 저수지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본격화되었을 때, 자본유출과 원화가치 하락을 막는 ‘안전판’의 구실을 충분히 해낼 것으로 판단된다. 전술한 바와 같이 2021년 11월 현재 외환보유고 4640억불 중 현금성 자산 비중이 낮음을 감안할 때 한·미통화스와프가 수행할 외환시장의 균형추로서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한국과 미국 모두 윈윈(win-win) 할 수 있는 카드이다. 미국도 계약을 연장한다고 추가적인 비용이 드는 것이 아니다. 그럴 개연성은 높지 않지만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에 한국의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진다면, 미국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기대에서 벗어나 시종일관 정치적으로 친중 노선을 견지했다. ‘전략적 모호성’은 언어적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에 경사되어 미국에 소홀’한 것으로 즉, 친중경미(親中輕美)로 미국에 읽혔다면 한국은 국익(國益)에 반하는 ‘자승자박’의 악수를 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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