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北 ICBM 발사의 국제적 파장과 한반도 정세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2022년 03월 28일 오후 2:50 업데이트: 2022년 03월 28일 오후 4:37

  2022년 3월 24일 북한이 ‘화성17형’으로 주장하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67분간 비행하면서 최대 고도 6,248㎞에 비행거리 1,090㎞를 기록했다. 2022년 들어 11번째 미사일 발사였다. 정상각도로 발사되면 사거리 13,000km 이상으로 미 동부까지 타격권에 넣을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로써 2018년에 북한 스스로 발표했던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유예하는 모라토리엄은 파기되었다. 3월 26일 북한의 노동신문은 “위대한 인민의 긍지가 하늘땅을 차넘친다”라는 제하의 보도를 통해 ‘주체적 힘의 응결체, 자력갱생의 창조물, 공화국 전략무력의 핵심 타격수단, 믿음직한 핵전쟁 억제수단’ 등의 표현으로 ICBM 발사의 성공을 자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의 관심이 유럽으로 쏠린 상황이라 앞으로 북한의 대미(對美) 및 대남(對南) 도발이 더욱 대담해질 가능성도 있다. 마침 이번 4월 15일이 김일성 주석 탄생 110주년 태양절인 데다 서울에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는 전환기여서 ‘내부 결속’과 ‘한국 길들이기’를 겸한 도발이 극성을 부릴 가능성이 있다. 제7차 핵실험을 강행할 수도 있다.

 유엔의 무력화, 군비경쟁 그리고 핵질서의 붕괴

  우크라이나 사태와 함께 북한의 ICBM 무기화는 글로벌 차원에서 다양한 파장을 초래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중·러·북 ‘독재세력’의 결속이 강화되어 ‘불량국가들(pariah states)’의 도전을 제어하는 유엔의 역할이 무뎌지는 중에 북한의 일탈된 핵 행보는 유엔의 무력화를 더욱 부추길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안보리에서 자국군의 철수를 촉구하는 결의안 채택을 거부했고, 중·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안보리의 견제조치에 번번이 제동을 걸고 있다. 지난 1월 20일 안보리 회의에서 미국이 제안한 북한 인사 5명에 대한 추가 제재안은 이들의 반대로 무산되었고, 북한의 ICBM 발사 직후인 3월 25일 안보리도 ‘북한 ICBM 규탄 언론성명’을 채택하지 못했다. 결의안도 아닌 성명서 하나도 채택하지 못한 것이다. 

  안보리결의 1695호(2006)는 북한의 미사일 활동을 금지했고, 2087호(2012)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를 금지했으며, 2397호(2017)는 대북 정유제품 공급량을 연간 50만 배럴로, 그리고 원유 공급량을 400만 배럴로 제한하고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나 ICBM급 미사일 발사’ 시 안보리가 유류 공급을 더욱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중·러·북 3국의 결속으로 기존 안보리 제재는 뒷문이 열린 상태이며 추가 제재도 봉쇄되고 있다. 안보리만이 강제력을 가진 결의안을 생산할 수 있는 유엔 체제의 성격을 감안하면, 머지않아 ‘유엔 무용론’ 또는 ‘국제기구 재편론’이 부상할 수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사태가 동유럽의 군비경쟁을 부추기듯 북한의 위험한 핵 행보도 중·러·북에 대항하는 서방의 결속을 초래하여 동북아의 군비경쟁을 부추길 것이다. 당장 일본의 재무장을 가속화시킬 것이며, 한국의 군사적 대응도 불가피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핵질서가 붕괴되고 핵무기가 이 나라 저 나라로 들불처럼 확산되는 사태가 초래될 수도 있다. 그동안 핵비확산 체제는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을 위시한 각종 핵군비통제 조약과 기구 및 제도, 비핵국들에게 핵을 함부로 사용할 수 없게 하는 약속과 체제, 핵질서를 관리하고 비핵국들의 핵개발을 만류해온 핵강국들의 역할 등에 힘입어 비교적 성공적으로 수평적 핵확산(horizontal proliferation)을 제어해왔다. 때문에, 핵강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몽니를 부리듯 핵 사용을 위협하고 중·러가 북한의 핵무력 고도화를 두둔하는 것은 폭력배를 단속해야 할 경찰이 폭력배의 뒤를 봐주거나 스스로 폭력배가 되어 비확산 체제를 흔드는 격이다.

‘한미동맹 흔들기’와 ‘한국 길들이기’ 

  금년 들어 북한이 발사 빈도를 높이고 있는 변칙기동 탄도미사일(KN-23), ‘북한판 에이테킴스’로 불리는 KN-24 미사일, 방사포, 극초음속 미사일 등의 단중거리 미사일들은 한국군과 주한미군을 직접 위협하는 수단들이다.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이나 순항미사일은 어떤 성능의 잠수함을 플랫폼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대남용 또는 대미용이 될 수 있다. 이런 무기들은 한국군이 운용하는 파편폭풍형 ‘PAC-2’와 국산 히트 투 킬(hit-to-kill)형 ‘천궁-II’를 기반으로 하는 미사일방어체계나 주한미군의 사드(THAAD) 체계로는 방어하기 어렵기 때문에 핵강압 효과를 앞세우고 저강도 도발을 기정사실화하거나 한국을 압박하여 남북관계를 지배하는 유용한 수단이 된다. 

  이에 더하여, 북한은 ICBM 무기화를 통해 대미 핵위상을 제고하고 핵강국 지위를 득하려 한다. 미 본토를 직접 위협하는 수단을 가지지 못했던 2017년 북한은 미국령 괌에 대한 ‘포위 공격’을 위협하면서 ‘미국 겁주기’ 게임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틀 로켓맨(little rocket man), 짜리몽땅(short and fat)’ 등의 표현으로 김정은 위원장을 비꼬았고, 북한은 ‘정신 나간 늙다리(dotard)’로 맞받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과의 핵전쟁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한반도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적들을 위해 미국을 위협하는 ‘비합리성의 합리성(rationality of irrationality) 게임, 다시 말해 미친 척을 하면서 실리를 챙기는 일종의 벼랑끝 전략임을 알고 있었다. 즉, 미국 국민들로 하여금 “한국을 지켜주려 하다가 북한의 핵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미국을 한반도로부터 이탈시키고 한미동맹을 이완시키려는 계산이었다. 주체통일의 최대 장애물인 동맹을 제거하는 것은 평양 정권의 70년 숙원일 수밖에 없다. 이제 북한이 미 전역을 위협하는 ICBM을 무기화하면 ‘동맹이완 효과(alliance decoupling effect)’는 커질 것이고, 재진입 기술과 다탄두화(MIRV)까지 완성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때문에 한국은 ICBM을 둘러싼 미·북 갈등을 ‘남의 문제’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달라져야 할 한국의 북핵 대응

  친북 기조를 고수했던 문재인 정부 동안 한국의 북핵 대응은 사실상 부재했다. 북핵의 고도화는 시비 대상도 아니었고, 북핵이 중장기적으로 초래할 국제 정치적 파장도 고려 대상이 아니었으며, 한국군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미상의 발사체’로 불렀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필요하고 당연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북한이 ICBM 발사에 성공한 24일 오후 한국군은 현무-Ⅱ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킴스(ATACMS) 단거리 지대지 전술미사일, 해성-Ⅱ 함대지 미사일, 공대지 합동직격탄(JDAM) 등을 발사하여 맞불을 놓았다. 26일에는 F-35 스텔스기 28대를 활주로에 도열시켜 이동하는 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 훈련을 실시했다. 합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 원점과 지휘·지원시설 등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함참의 이런 톤의 발언은 지난 5년 동안 거의 들어보지 못했던 것이다. 5월 윤석열 정부의 취임 후에도 남북 간 화해·협력 노력을 하는 것은 불변의 과제일 것이나, 도발에는 확고하게 대처한다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은 필수다. 이를 위해 윤석열 정부는 북핵이 초래할 수 있는 국제안보환경 변화까지 유념하면서 장단기 계획을 통해 독자 역량과 동맹 역량을 제고하고 우방국들과의 안보 공조를 강화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