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국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 : 의미와 과제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2022년 06월 14일 오후 6:09 업데이트: 2022년 06월 14일 오후 6:11

윤석열 대통령이 29~30일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NATO Summit)에 참석한다. 갓 출범한 윤 정부로서는 5·21 한미 정상회담에 이은 또 한 번의 중요한 외교 시험대다. 나토는 1949년 창설 당시 12개국에서 오늘날 30개국의 회원국을 가진 최대 동맹으로 발전했다. 나토는 냉전 동안 소련을 봉쇄하는 역할을 했고 신냉전 시대에 들어와서도 러시아의 위협을 견제하는 것을 주 임무로 한다. 나토조약의 핵심은 한 회원국이 침략을 받으면 모든 회원국이 자동 개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제5조다. 세계의 절반을 지배했던 구소련의 향수를 가지고 영토적 욕망을 표출해온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의 군사적 부활에 위협을 느끼는 동구권 국가들로 하여금 대거 나토에 가입하도록 견인한 것도 이 조항이었고, 우크라이나가 더 일찍 나토에 가입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것이나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 가입을 원하는 것도 제5조의 파워 때문이다.

한국 대통령이 최초로 나토 정상회의에 초청받은 것은 성장한 한국의 외교적 위상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 의미는 그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비록 한국이 나토의 역외 파트너국가로서 제5조가 적용되는 나라가 아니고 윤 대통령이 초대받은 것도 ‘동맹국과 파트너국과의 회의’ 세션이지만, 한국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북핵이라는 당면 위협과 중국이라는 미래 위협에 대처하는 장기 전략을 구축하거나 신냉전 시대의 국가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것과 깊은 관계가 있을 수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2022 나토 정상회의

나토는 30개의 정회원국 이외에도 지중해 대화국, 평화 동반자국, 이스탄불협력 이니셔티브 참가국, 글로벌 파트너국 등 40개 파트너국들과 교분을 맺고 있다. 한국은 2006년부터 글로벌파트너국으로 나토와 교분을 맺었고 2022년 5월에는 아시아국 최초로 나토 사이버방위센터에 가입했지만, 지금까지는 ‘자동개입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역외 협력국일 뿐이라는 이유, 즉 한반도 안보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적다는 이유로 나토 외교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그렇지 않다. 신냉전의 심화와 함께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 시리아 등으로 대표되는 ‘독재 세력’과 ‘민주주의 세력’ 간의 대결이 격화되면서, 그리고 독재 세력 국가들 간 군사·정치적 결속이 강해지면서 나토는 유럽을 넘어 글로벌 차원에서의 민주주의 세력 간 협력을 도모하고 있으며, 글로벌 파트너국들을 나토 정상회의에 초청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나토의 조직은 군사조직과 정치조직으로 나누어져 있다. 군사조직 내에는 상주군사대표 회의, 나토 군사위원회(MC), 방위계획위원회(DPC) 등이 있고 그 아래에 동맹작전사령부, 동맹변혁사령부 등이 있다. 정치조직 내에는 의결기구인 나토 이사회(NAC)가 있고 이사회에는 외교장관회의 (연2회), 국방장관회의(연2회), 상주대사회의(수시), 핵기획그룹(NPG), 나토 정상회의 등이 있는데, 나토 정상회의는 만장일치제를 통해 중요한 정책과 전략을 결정하는 최고 의결기구다. 나토 정상회의는 1949년 나토 창설 이래 지금까지 31회가 개최되어 회원국 정상들은 평균 2.4년에 한 번씩 만났다. 금년 회의는 2021년에 이어 연거푸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로서 매우 엄중한 이슈들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러시아 침략군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문제, 스웨덴과 핀란드의 신규 가입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나토의 군사전략 및 군사력 강화 문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강조하는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rule-based international order)’ 문제, 북한 및 이란의 핵문제 등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아젠다들이다. 특히 러시아는 터키와 크로아티아의 반대로 인하여 지연되고 있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 문제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한국으로서 신냉전의 심화와 함께 글로벌화·입체화되고 있는 나토의 안보 태세가 한국 안보에도 긍정적 영향을미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나토 외교는 한국안보에도 긴요

국가의 안보 역량은 독자 역량, 동맹 역량, 다자 역량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핵심은 독자 역량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독자적으로 외부 위협에 대처하기 힘든 나라의 경우 동맹 역량도 국가 생존에 결정적이며, 다자 역량은 국가안보에 기여하는 바가 적고 간접적이지만 오늘날 안보 위협의 글로벌화와 함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토는 유럽과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에 산재하는 다양한 안보 위협에 포괄적으로 대응하는 태세를 모색하고 있으며, 나토의 이러한 변화를 견인하는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팽창주의,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 증가, 이란의 핵개발 등을 들 수 있다. 때문에 나토는 한국과 같은 역외 우방국들과의 안보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나토가 한국이 다양한 나라들과 안보 공감대를 형성하고 방산 협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다자적 안보 역량을 키우는 장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한국은 나토와의 관계 증진을 통해 동맹 역량을 강화하고 한·미·일 안보 협력을 재개함으로써 당면 위협인 북핵과 중국이라는 당면 위협 겸 최대 미래 위협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북한은 핵무력 증강에 매진하면서 최근에는 ‘대남 선제 핵사용 불사’를 천명했다. 특히, 현재는 제7차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중이며 북한이 새로이 핵보유국이 되려는 이란과 협력하고 있다는 ‘핵 커넥션’설이 파다하게 확산된 상태이어서 북핵은 중동에도 파장을 미칠 국제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해서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번 나토 방문을 통해 윤 대통령이 다시 한번 한미동맹을 다지기를 기대하며 동시에 역시 글로벌파트너국 자격으로 초청되는 일본의 기시다 수상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전임 정부 동안 파탄에 이른 한일관계를 복원하고 북한 핵실험에 한·미·일이 공동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북핵 위협의 가중에 비례하여 향후 한국의 북핵 대응도 달라져야 함을 감안한다면, 나토의 핵기획그룹(NPG)과의 대화채널을 열어 미 전술핵의 재배치와 관련한 공감대를 확보해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요컨대 정부로서는 대통령의 이번 나토 방문을 결코 ‘가벼운 외교행보’ 쯤으로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을 쏘면 ‘합참 발표-국가안보회의 소집-경고 메세지-대응적 무력시위’라는 정형화된 패턴만을 반복해왔고, 전임 정부 동안에는 그마저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북핵 위협이 양적·질적으로 폭증하는 중에도 이 패턴을 반복만 한다면 국민은 “So what?”이라고 반문할 것이다. 한국은 이스라엘 및 대만과 함께 세계에서 안보 위협이 가장 큰 세 나라 중 하나이며, 특히 지금은 북한의 무차별적 핵무력 고도화와 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중·러의 북한 비호로 인하여 유엔안보리가 사실상 무력화된 상태다. 대통령과 대통령의 가족 그리고 안보 관련 부처들은 이러한 안보환경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어야 하며, 그러한 공감대 위에서 나토 외교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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