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중공의 ‘비전쟁 군사행동’ 그 노림수는?

박상후 /국제관계,역사문화평론가
2022년 06월 16일 오후 9:58 업데이트: 2022년 06월 16일 오후 10:17

중공이 ‘군대 비(非)전쟁군사행동 요강’이라는 것을 발표했습니다. 6월 13일 중공의 관영매체들은 일제히 중앙군사위 주석 시진핑이 군대 비전쟁군사행동 요강에 서명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요강은 2022년 6월 15일부터 시행됩니다. 중공의 정책 관련 법안은 원문을 제대로 봐야 합니다. 영어로 번역이 되면 뉘앙스를 정확하게 알기가 힘듭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지도방침으로 하는 것을 견지해 시진핑 강군사상을 심도 있게 관철한다. 총체적 국가안보관을 견지해 위험과 도전을 효과적으로 해소하고 예방하는 데 착안해서 돌발 사건에 대처한다. 그렇게 함으로서 인민 군중의 생명·재산·안전을 보호하고 국가주권·안전·발전이익을 지키고 세계 평화와 지역 안정을 수호한다. 군사역량 운용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군대의 비전쟁군사행동을 규범화해 조직적으로 실시하는 것은 신시대의 군대 사명과 임무를 이행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요강은 모두 6장 59조로 돼 있는데 과거의 임무 수행 실천 경험을 진지하게 총결산하고 군의 이론과 성과를 습득하고 있다. 기본원칙과 조직 지휘, 행동 보장, 정치공작에 체계적인 규범을 마련함으로써 군이 비전쟁군사행동을 하는 데 있어 법적근거를 제공한다.

이 요강의 6장 59조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아직 보도된 바 없습니다.

군대의 비전쟁행동 요강은 내용이 굉장히 포괄적입니다. 그래서 해석도 다양합니다. 비전쟁군사행동은 2년 전에도 발동된 바 있습니다. 중공 내에서 팬더믹이 발생했을 때 각지의 군용 수송기가 방역 물자를 우한에 수송하고 병력을 배치했을 때도 이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군사행동처럼 일사불란하게 병력을 동원해 국내 사안에 대처할 때도 적용합니다. 지진이나 홍수 같은 재난 상황에서부터 해외 평화유지군 병력 파병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적용되는 원칙입니다.

시진핑 신시대에 시진핑 강군사상을 심도 있게 관철한다는 구절에서는 20대 당대회를 앞두고 당의 핵심인 시진핑이 군도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다고 내부 정적들에게 과시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당이 무력을 지도한다는 중국 공산당의 원칙도 다시 천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공 내부는 현재 상당히 소란스럽습니다. 무자비한 제로코로나 정책과 경제난, 실업, 탕산에서 발생한 기괴한 폭행사건 등으로 민심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물론 군대를 투입해 진압할 정도는 아니지만 흔들리는 사회 기강을 다잡는다는 효과도 노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비전쟁군사행동이라는 특이한 명칭이 우크라이나 분쟁에서 러시아가 사용한 특수 군사작전과 유사하다는 점 때문에 타이완은 초긴장 상태입니다.

푸틴이 같은 슬라브 국가인 우크라이나에 대해 러시아계 국민들의 해방을 내세워 공식적 전면전이 아닌 전쟁을 일으킨 것처럼 중공이 타이완에 대해 무력 공격을 하려는 신호로도 읽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에 하나 중공이 타이완을 무력으로 공격할 경우 러시아는 반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원래 푸틴은 타이완 무력 공격에 대해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느냐, 체제 경쟁에서 이기면 되는 것 아니냐’는 뉘앙스로 다소 부정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로 이게 확 바뀌는 모양새입니다. 러시아 국가 두마(하원) 부의장 예프게니 페도로프는 우크라이나 다음 목표로 발틱 3국, 특히 리투아니아가 될 수도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습니다. 리투아니아가 구소련에서 독립하는 과정에서 전 국민의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도, 과도 기간도 없었고 논란이 될 수 있는 이슈도 따지지 않았기 때문에 소련 헌법 위반이라는 논리를 들고 있습니다.

사실상 NATO의 최전선이 된 리투아니아는 러시아에 대해 극도로 적대적입니다. 민간에서 5백만 유로를 모금해 우크라이나에 보내주겠다면서 터키제 공격드론 바이락타르를 구매하기도 했습니다. 5월 1일 리투아니나 외교부장 가브렐리우스 란스베르기스는 전쟁이 멈추려면 푸틴과 그 일당들이 제거돼야 한다고까지 했습니다. 이에 대해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그가 나치 혈통이라서 그렇다고 공격했습니다.

실제로 리투아니아는 2차대전 당시 스탈린에 맞서 싸우기 위해 독일 나치에 부역한 이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독일과 소련 편으로 나뉘어 국민들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일이 많았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비나치화를 내세운 푸틴에 있어서는 리투아니아가 가장 눈엣가시입니다.

현재 러시아에 폴란드만큼이나 적대적인데 중공과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리투아니아는 마침 타이완과도 아주 각별합니다. 따라서 리투아니아는 러시아, 중공의 공동의 적입니다. 타이완은 이번 분쟁에서 인도적 지원물자를 보내주면서 우크라이나를 일방적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타이완해협의 군사적 긴장은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중공이 타이완해협을 자기네의 내해로 여기고 있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연안에서 12해리까지 영해로 인정하는 국제법도 인정하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항공모함 전단을 파견한 미국과의 벼랑끝 군사적 대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무력 시위는 타이완 수호 의지라기보다는 자유의 항해 원칙을 지키겠다는 의미가 더 큽니다. 타이완해협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지 여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은 일본과도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타이완 유사는 일본유사, 즉 미일동맹의 유사시와 같다면서 일본 자위대가 오키나와 요나쿠니 같은 섬을 지키기 위해서는 타이완 유사시에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었습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일본이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면서 러시아가 일본을 적대시하기 시작했습니다.

북방 4개 도서에 군사력을 배치해 일본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타이완 유사시 일본이 개입하기가 상당히 버거워졌습니다. 러시아란 북방의 적이 다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타이완 유사시 미국이 군사적으로 어느 정도나 개입할지도 의문입니다. 러시아와 중공이란 두 개의 적을 동시에 상대하기가 미국도 버겁습니다.

타이완에 대한 방위 공약도 모호합니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면서 타이완 독립에는 반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타이완 관계법에 따라 군사적 지원은 한다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미국-타이완 간 무기 거래도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타이완에서는 미국의 전략적 이익만 감안해 타이완을 낡은 무기 처리장으로 여기고 있다는 불신도 팽배합니다. 미국이 팔기로 약속한 M1A2-T전차는 아직 인도되지도 않았고 M-109팔라딘 자주포도 2026년에야 인도가 가능합니다.

중공이 타이완을 무력으로 점령하는 시나리오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본섬을 점령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힘든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아예 불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중공으로서는 타이완 주변 해역을 완전 봉쇄해 고립시킬 수도 있습니다. 본섬 상륙이 어렵기는 하지만 육상전이 벌어지면 국토가 좁아 순식간입니다.

우크라이나처럼 타이완도 재블린 미사일을 운용합니다. 해안에서 상륙해 오는 중공군 수륙양용 장갑차가 목표입니다. 얼마 전 차이잉원 총통은 자국산 대전차 로켓 홍준을 어깨에 매고 조준하는 포즈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두고 총통이 국가 수호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하는 이도 있고 우크라이나를 연상시킨다는 부정적인 여론도 있습니다.

중공이 이번에 발표한 비전쟁군사행동은 우크라이나의 대리전을 벤치마킹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미국과 NATO가 러시아와 전쟁을 선포한 상태는 아니지만 서구 국적의 용병이나 퇴역군인 수천 명이 우크라이나에서 전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마찬가지로 이론적으로는 중공도 해외에 거주하는 외국 국적의 중국인들로 군사조직을 만들어 침투시킬 수 있습니다. 통일전선 전술과 하이브리드전까지 염두에 뒀을 것이란 추정도 가능합니다.

만약 해협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타이완은 우크라이나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어렵습니다. 어디로 탈출할 수도 없는 섬나라인 데다 수교국도 몇 안 돼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군사 지원과 원조를 바라는 것도 무리입니다. 우크라이나가 남의 일이 아니라면서 먼 나라의 전쟁을 아시아 태평양에 복사해 가져다 붙이는 건 현명하지 않다는 여론도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주권국가로서 전쟁은 준비해야겠지만 전쟁은 피하는 게 최선이라는 것입니다.

-박상후의 시사논평 프로그램 ‘문명개화’ 지면 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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