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남녀 비혼·반혼 양산하는 페미니즘

오세라비 /작가·미래대안행동 공동대표
2022년 04월 18일 오후 9:19 업데이트: 2022년 04월 19일 오전 11:03

애 낳아주지 말자? 결혼하지 않으면 자녀도 없다

“애 낳아주지 말자.” 금번 대선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 직후 일부 2030 여성들이 여초 사이트나 소셜미디어에서 외쳤던 말이다. 물론 2030 여성유권자들 중 민주당 이재명 전 후보에게 투표한 비율이 높다보니 대선 결과에 대한 실망감의 표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넷상에서의 볼멘소리로 가볍게 넘길 수만은 없다. 2030 세대의 비혼주의가 이미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현상이 됐을 정도로 만연했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한 바, 일부 2030 여성들의 출산 보이콧 발언은 윤 당선인의 대표 공약인 ‘여성가족부 폐지’ 의제에 대한 반발과 맞물린 측면이 있다. 그런데 말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최저 출생 국가임을 2030 여성들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출생아 수는 역대 정권 통틀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통계청 자료가 입증하듯 2017년 출생아 수는 35만7700명이었고, 2021년에는 26만500명으로 지난 5년간 무려 42.2% 감소했다. 이 정도면 장차 국가의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로 인구재앙에 가깝다.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문 정부 임기 동안 출생아 수 감소에 따른 인구 구조적 분석과 사회적 공론화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국 사회의 비혼주의 현상은 비단 출생아 수 감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육 통계에 따르면 학생 수가 지난 10년 동안 30% 감소했다. 학령인구, 즉 초등학교 취학연령인 6세에서 대학 취학연령인 21세 사이의 인구 감소로 교육 현장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또한 지방 인구 소멸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초저출산은 고령화와 직결돼 있다. 필자가 유튜브에서 자주 시청하는 동영상이 지방 외진 곳에 위치한 버려진 빈집을 찾아다니는 콘텐츠다. 유튜버들이 산속이나 시골 동네 등에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주택을 찾아 영상으로 보여준다. 곳곳에 사람이 살지 않는 주택을 쉽게 찾을 수 있는가 하면 한 마을이 통째로 폐가인 지역이 흔해 지방 인구 소멸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알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인구 감소 지역을 89개로 지정한 바 있으나,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이다.

물론 저출산 문제는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2년부터 저출산 시대로 접어들었다. 2020년부터 인구 성장률 감소가 처음으로 시작됐고, 이는 곧 생산연령 인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성장률 하락과 내수 부진, 정부 재정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인구구조 변화는 그만큼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년째 한국 사회를 휩쓸고 있는 급진 페미니즘은 102030세대 여성들에게 큰 영향력을 끼쳤다. 페미니스트들의 반남성적인 기류로 성 대립이 격화돼 비혼을 가속화시켰고 나아가 혼인제도 자체를 강력히 반대하는 의미로 ‘반혼’을 외치고 있다. 또한 페미니스트들의 불편한 진실은, 출산보다 낙태 자유와 이혼을 장려한다는 사실이다.

페미니즘은 남녀 비혼자를 양산한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보통 미혼이라 부르지만, 언제부턴가 비혼이라는 용어가 대중화되었다. 비혼의 뜻은 ‘비법률혼’을 가리키는 일본식 용어에서 유래했다. 대략 2010년쯤 일부 페미니스트 진영에서 미혼을 비혼으로 바꿔 부르기 시작하더니 점차 확산되었다. 근래 들어 미혼 혹은 싱글, 솔로, 독신녀, 독신남 등의 용어 대신 결혼에 대한 강력한 부정의 의지를 나타내는 비혼이라는 단어가 일반화되었다. 

다시 말해 2016년부터 페미니즘 열풍이 불어 닥치면서 비혼이라는 말이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유행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2017년 국내 출판된 일본 페미니스트 우에노 치즈코·미나시타 기류가 지은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비혼이라는 용어가 자리 잡는데 영향을 미쳤다.  

젊은 여성들의 비혼 트렌드는 적극적인 방식으로 드러난다. 비혼 결심을 굳히기 위해 반지를 맞춰 끼는 비혼링, 혼자만의 예식을 치르는 싱글웨딩을 하는 비혼파도 있다. 또 비혼파들이 모여 사는 소규모 공동체도 존재하는 등 새로운 트렌드도 생겨나고 있다. 소셜 미디어에도 비혼파 그룹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비혼공동체 그룹의 ‘내가 비혼/반혼의 삶을 선택한 이유’라는 게시물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와 있다. 

“나답게 자유롭게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여성을 대상으로 수많은 남성 범죄와 이면의 모습을 보게 되면서 신뢰가 완전히 깨져 버렸고 같이 산다는 건 이제 상상조차 불가능합니다.” “수십 년간 꿈을 위해서 노력했는데 여자라는 이유로 출산을 강요받고 집에 갇혀서 살림하는 게 싫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당연하게 반혼을 결심하고 있습니다. 여성이 가부장제에 속하지 않으면 받는 차별을 알고, 미디어에서 주입하는 가부장제의 합리화를 알고, 결혼 후의 여성은 더욱 사람 취급 못 받는다는 것을 알아요.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 반혼을 결심했습니다.” “결혼이 나에게 주는 이득이 단 하나도 없어서입니다. 비혼은 가부장제에 맞서는 개인으로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저항입니다.” 등 비혼 선언 대부분의 이유에는 극단적인 비혼·반혼 의사 표시 그리고 반남성적인 태도가 담겨 있다. 이 같은 현상이 조성된 데는 페미니즘 운동이 큰 역할을 했음이 명확하다.

비혼 현상에 대해 말할 때 대부분 여성이 대상이다. 비혼 문제를 다룰라치면 남성은 대상에서 배제된다. 하지만 이는 매우 잘못된 접근이다. 결혼과 출산이 줄어드는 문제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해당되기 때문이다. 현대 남성들도 결혼이라는 가족 제도에 압박감과 위험 부담을 느끼기는 매한가지다. 비혼파 남성들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주변을 보더라도 한국의 젊은 남성들 중 상당수가 결혼에 부담감을 느끼고, 꼭 결혼을 해야 할 이유가 없으며, 결혼하더라도 남자에게 이로운 게 없다는 점을 들어 자유롭게 비혼으로 살겠다고 한다.

‘혼인율 감소와 저출산 원인과 대책’에 관한 정부, 특히 여성가족부의 정책과 사회학자들의 처방은 대부분 여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남성들이 더 혼인을 꺼린다. 앞서 소개한『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에서도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조사를 인용해 “적극적인 남성 비혼파가 과거 28년간 다섯 배 가까이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에 비혼파 여성은 두 배 늘어났다”고 밝혔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남성 비혼파가 더 많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통계청 조사(2020 인구주택총조사)에서도 30대 남성 비혼자 비중이 50.8%로 절반을 넘었다. 30대 남녀 전체 비혼 인구 비중은 42.5%로 절반가량이 결혼을 하지 않았다.

필자도 비혼주의자들의 주장을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평생 결혼하지 않는 이들이 증가하면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한다. 노후 대비가 충실하다면 그다지 문제가 없지만, 혼자서 가난하게 살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한국도 남녀 따로 없이 비혼파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대선 이후 남녀갈등 더 깊어졌다

코로나 팬데믹 영향 때문인지 통계청이 발표한 ‘2020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남녀 갈등’은 전년 54.9%에 비해 48.8%로 감소했다. 그러나 대선 국면을 거치며 남녀 갈등은 또다시 크게 증가했다. 최근 여론조사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4월 5일 조사한 <‘여론 속의 여론’ 젠더갈등지표>를 보면, “우리 사회의 젠더 갈등이 심각하다”는 데 동의한 응답이 71%였다. 특히 20대는 작년 대비 15%포인트 증가해 90%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소위 이대남 vs 이대녀 성별 간 대립구도가 사회 병리현상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10명 중 7명이 우리 사회 성별 갈등이 문제라 생각하고 있으며, 남녀 갈등은 앞으로도 비슷한 수준일 것이란 답이 52%에 달했다. 

한국 사회의 전통적인 갈등 요소인 지역 갈등이 완화되자 대신 남녀 갈등이 자리 잡았다. 서로 사랑하고 미래를 만들어나갈 젊은이들이 앙숙지간이 된 데는 여러 요인이 존재하겠지만, 그중 페미니즘 열풍이 만든 부작용이 가장 큰 요인이다. 갈등이 심화되면 혐오로 발전한다. 현재 젊은 세대 남녀 갈등도 서로를 향한 혐오 전쟁 양상으로 치닫고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혼인율이 해마다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는 것은 남녀 비혼자가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말이지 성별 갈등 해결은 우리 사회의 크나큰 과제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또한 오는 5월 10일 공식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중요한 국정과제 중 하나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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