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다오 방뇨 촬영자를 왜 잡나”…공산당식 해법에 中 네티즌 반발

강우찬
2023년 10월 26일 오전 11:06 업데이트: 2023년 10월 26일 오전 11:47

공안 당국, 방뇨자와 촬영자 모두 체포 수사
“문제점 대신 문제 알린 사람 처리” 온라인 비판

중국 칭다오 맥주 공장에서 한 직원이 원료 보관소에 소변을 보는 듯한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면서 회사 주가가 장중 한때 8천억 원 가까이 증발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소변을 본 직원과 촬영자 모두 현지 공안당국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언론은 공장 측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두 사람 모두 공장 직원이 아니라 외주 하역업체 직원이며 방뇨로 추정되는 행위를 한 장소 역시 맥아 보관소가 아니라 운송 차량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맥아는 운송 차량에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저장 탱크로 옮겨지므로 영상처럼 쌓여있는 맥아 위에 소변을 보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확산하자 공장 측은 문제가 된 맥아를 모두 폐기하고 시설을 전부 세척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 세척이 이뤄졌는지 등이 확인되진 않았다.

현재 핑두시 공안은 영상 속 남성과 촬영자를 체포해 구체적인 동기 등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왜 촬영자까지 체포했느냐’고 따지는 등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그 사람이 촬영했기 때문에 이렇게 세상에 밝혀지게 된 것 아니냐”며 공안당국의 대처에 분개했다.

관련 뉴스를 전한 게시물에는 “왜 촬영자까지 잡나, 촬영자에게 무슨 죄가 있다는 것인가”, “이 동영상이 공개되지 않았다면, 그 원료는 이미 맥주가 돼 시중에 유통되고 있었을 것”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언제나 그렇듯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점을 밝혀내는 사람을 해결하고 있다”고 지적한 댓글도 있었다.

문제가 일어나면 입단속부터 하는 관행

중국에서는 코로나19 전염 사태가 세상에 공개되기 직전인 2019년 12월 30일, 당시 유행 초기였던 폐렴이 사스(SARS) 바이러스와 같다는 중국 의료팀의 보고서가 작성됐다.

이를 본 우한시의 한 병원 소속 의사 리원량은 중국판 카톡인 ‘위챗’을 통해 동료 의사 그룹에 “전염에 주의하자”는 식의 메시지를 전했다. 대중에 공개할 의도는 없었지만, 그의 메시지를 캡처한 화면이 중국 온라인에 퍼지면서 우한의 실상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리원량은 이 때문에 병원 측으로부터 내부 정보를 유포했다며 문책을 받았고, 공안에 출석해 유언비어를 유포했다는 이유로 경고를 들어야 했다. 이 사건은 ‘문제점보다 문제점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처리하는’ 중국 공산당식 대처의 또 다른 대표적 사례로 남겨지게 됐다.

中 , ‘알고보니 반전’ 보도…네티즌 눈총

중국 네티즌들은 칭다오 공장 측의 해명에 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당초 쌓여 있는 맥아 위에 올라가서 소변을 보는 일이 불가능하다면, 왜 공장 측에서 맥아를 전량 폐기했는지 등이다.

방뇨자와 촬영자가 외주업체 직원이라고 말한 공장 측 관계자의 신원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익명의 회사 관계자’를 내세워 외주업체 직원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번 사건을 전하는 중국 언론 기사는 ‘알고 보니 외주 업체 직원이었다’며 반전이 일어났다는 식이다. 아직 공안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나 방뇨자와 촬영자가 한패일 수 있다는 뉘앙스도 풍긴다.

중국 네티즌들은 아직 판단은 시기상조라면서도 선의의 제보자가 또다시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