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끝낼 때” 미·영 의료인들, 중국 강제 장기적출 공론화

이미령
2022년 06월 17일 오후 6:44 업데이트: 2022년 06월 18일 오전 12:01

의료인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언론 보도 부족, 제도적 침묵, 자기 검열, 중국 당국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인해 중국이 장기를 얻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이 문제는 지난 6월 9일(현지시간) ‘살아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강제 장기 적출-과거, 현재, 미래’라는 제목으로 열린 온라인 원탁토론을 통해 제시됐다.

에포크 TV와 글로벌 위성채널 NTD를 통해 방영된 이 원탁회의는 미국에 기반을 둔 ‘강제장기적출에 반대하는 의사협의회(DAFOH·다포)’에 의해 조직됐다.

미 유타대학 의학부 교수이자 웰던 길크리즈 DAFOH 부국장은 이날 원탁회의에서 “제 경험으로 볼 때, 전체 의료계의 10%도 안 되는 사람들이 실제로 무엇이 장기 수확을 강요하는지 알고 있다”며 “그리고 그보다 더 적은 사람들, 그 10%의 일부만이 재판이나 엄청난 양의 자료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 정권은 10년 넘게 장기이식 시장에 장기를 공급하기 위해 양심수들을 죽여왔다. 지난 2019년 ‘중국재판소(China Tribunal)’라는 명칭의 조사위원회는 이러한 행위가 중국에서 “상당한 규모”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위원회는 파룬궁 수련자들이 장기적출의 주된 피해자이며, 이는 반인륜적 집단학살 범죄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중국재판소 소속 위원이자 영국의 명문대인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흉부외과 전 교수 마틴 엘리엇은 장기적출 관련 증거 자료를 검토한 결과 ‘공포심’이 생겼다고 밝혔다.

엘리엇 위원은 “우리는 용감한 사람들이 오랫동안 수집해온 매우 심각한 증거물에 관해 신중하게 조사했다”며 “위원들 대부분은 비판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결국 공식 기증자가 아닌 사람들의 수와 이식수술 건수, 짧은 대기 시간, 전화 통화로 드러난 금융거래 사이의 불균형은 ‘장기적출은 지금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 외에 다른 어떤 결론도 내릴 수 없게 만들었다”고 했다.

강제장기적출에 반대하는 의사협의회(DAFOH·다포)가 주최한 원탁회의 | 화면 캡처

길크리즈 교수는 중국재판소가 조사 결과를 발표한 후 2019년 말 그가 재직 중이던 유타대학이 법조계와 함께 지역의 장기이식 문제와 중국의 강제장기 적출에 관한 회의를 열자는 자신의 제안을 거절했던 과정을 회상했다.

그는 대학 고위 임원에게 “최소한 논의는 해봐야 한다”며 “중국에서 온 의사들이 우리 대학에서 장기이식 수술 연수를 받고 있으므로, 우리 대학이 의도치 않게 반인륜 범죄에 연루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그 임원은 그 일(강제 장기적출)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우리가 만약 이 일에 대해 뭐라고 하면 중국 측은 연수생들을 다른 곳으로 보낼 것이라고 걱정했다”고 말했다. 경제적 불이익이 두려워 입을 다물었다는 것이다.

파룬궁은 진실, 선량, 인내를 원칙으로 하는 명상 수련법이다. ‘파룬따파(法輪大法)’로도 불리며 1990년대 말 중국에서 7천만 명 이상이 수련하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는 중국 공산주의 체제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됐다.

1999년 파룬궁 수련자들은 당시 중국 공산당의 1인자 장쩌민 총서기가 지시한 탄압 정책의 표적이 됐다. 장쩌민은 나치 독일의 비밀경찰 게슈타포와 유사한 ‘610 사무실’을 세워 탄압을 주도하도록 했다.

이후 구금된 수백만 명의 파룬궁 수련자들은 중국 정권의 장기이식 산업을 위한 대규모 장기 공급처가 됐다. 중국은 곧 국제적인 원정 장기이식 메카로 떠올랐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수개월이 걸리는 이식수술을 중국에서는 단 몇 주, 심지어 며칠 만에 받을 수 있었다.

파룬궁 수련자들이 미국 워싱턴DC에서 중국에서 벌어지는 강제 장기적출 범죄를 폭로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JIM WATSON/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애리조나대학 생명윤리학 교수인 데이비드 베이다는 이날 원탁회의에서 “중국 정권이 가해자이지만, 자기 검열로 침묵하며 이를 방조하는 것도 일종의 공모”라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이식학회저널(AJT)에 게재된 한 연구에서는 중국 의료진이 정권의 ‘집행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에서는 중국 71개 학술지에 실린 사례를 분석해 중국에서는 장기 적출이 뇌사 판정 이전에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사람이 사망하기 전에 장기를 적출한다는 것이다. 물론 동의 없는 강제 약탈이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의대 명예 교수인 제이컵 라베는 “수많은 증거를 접하고도 여전히 적잖은 동료 의사들이 이 사실을 믿기 어려워했다”고 말했다.

토르스턴 트레이 DAFOH 사무총장은 “많은 사람에게 이 끔찍한 사건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레이 사무총장은 “범죄가 아니라 자신의 신념 때문에 감옥에 갇힌 사람을 대상으로 살아있는 상태에서 강제로 장기를 적출하는 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범죄다. 의료진을 포함한 전 세계인은 이 사건에 대해 알아야 하고, 또 어떻게 대할 것인지 선택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국가(중국)의 정부가 장기를 얻기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마음대로 죽일 수 있는 세상에서 그대로 살 것인지, 아니면 목소리를 낼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할 때”라며 “더는 침묵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