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국 행보하던 슬로베니아, 대만과 상호 대표부 설치 추진

최창근
2022년 01월 20일 오전 11:28 업데이트: 2022년 01월 20일 오후 12:21

슬로베니아 총리 “대만은 민주주의 국가, 상호 대표부 설치할 것”
리투아니아, 체코에 이어 3번째 반중국 친대만 행보 본격화
중국 외교부 “하나의 중국 원칙 존중하라… 대만 분리 독립 발언에 큰 충격”

중부 유럽 슬로베니아가 대만과 상호 대표부(Permanent Mission) 설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슬로베니아의 친대만, 반중국 행보는 리투아니아, 체코에 이어 3번째이다.

1월 19일, 연합보(聯合報), 중앙사(中央社) 등 대만 매체들은 야네스 얀사(Janez Janša) 슬로베니아 총리가 1월 17일, 인도 공영방송 프라사르 바라티(Prasar Bharati) 산하 국제 방송 채널 디디 인디아(DD India)와의 화상 회견에서 “대만은 국제 기준과 국제법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국가”라며 “서로의 영토에 무역대표부를 개설할 것을 협상 중이며 유럽연합(EU) 회원국의 대만 주재 기구와 같은 수준의 대표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 회원국 수준 대표부는 대만 수도 ‘타이베이’ 명칭이 들어간 대표부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 11월 리투아니아에 개설된 ‘대만’ 명칭이 들어간 대표부 설치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대만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야네스 얀사 총리는 “대만인이 스스로 미래를 결정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만약 대만인들이 강압이 아닌 자신들의 의지에 따라 중국과 통합하려 한다면 우리는 이를 지지할 것이며 그들이 독립적인 현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면 우리는 이 역시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대만의 우방인 리투아니아와 대만의 관계 발전에 지원이 필요하다는 서한을 유럽연합 회원국들에게 발송했으며, 슬로베니아 외교부도 대만을 비롯한 민주주의 우방들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지속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야네스 얀스 총리는 “대만인이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강조하며 다른 국가가 대만과 경제 무역 관계를 맺는 것을 중국이 저지할 근거가 없으며 대만대표처 설립으로 중국의 경제보복을 받고 있는 리투아니아 정부를 확고하게 지지한다는 점도 밝혔다.

2021년 유럽연합 순회 의장국이었던 슬로베니아는 리투아니아와 대만의 외교 관계 발전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서한을 회원국들에게 발송했다.

대만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1월 17일, 어우장안(歐江安) 대만 외교부 대변인은 “야네스 얀사 슬로베니아 총리가 대만과 리투아니아 정세에 대해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논평을 했다”고 전하며 “슬로베니아는 대만의 세계보건기구(WHO) 참여를 지지하고, 대만의 미래를 위한 대만 국민들의 자결권을 존중하며, 슬로베니아는 대만과 상호 대표부 설립을 위해 협의 중이다”라고 확인했다. 어우장안 대변인은 야네스 얀사 총리가 ‘대만의 우호적인 친구’로서 지난날 여러 차례 대만을 방문하여 민주주의 국가 대만을 체험한 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어우장안 대변인은 “대만 외교부는 항상 실용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를 견지하며, 추후 슬로베니아를 비롯한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과 다방면에서 교류를 심화해 긴밀한 동반자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중국과의 외교적 파장을 감안하여 슬로베니아와의 대표처 설립과 관련한 구체적인 협상 상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슬로베니아가 대만을 ‘국가’로 지칭하며 상호대표부 설치를 시사하자, 중국 정부는 반발했다. 1월 19일, 자오리젠(趙立堅) 외교부 대변인은 “슬로베니아 국가지도자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도발하고 대만 분리독립을 지지한다는 위험한 발언을 한 데 대해 우리는 큰 충격을 받았고 강력한 반대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에는 하나의 중국만 존재하고 대만은 중국 영토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부분”이라면서 “중화인민공화국은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하게 합법적인 정부”라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어 “하나의 중국 원칙은 공인된 국제관계의 준칙이자 국제 사회의 보편적인 공동인식이며 중국과 유럽 각국 관계의 정치적 기초”라고 주장했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대만 통일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반드시 통일돼야 하고 필연적으로 통일될 것이며, 그 누구도 주권과 영토를 수호하려는 중국 인민의 굳은 결의와 의지, 강한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대만 업무를 담당하는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도 슬로베니아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대만사무판공실은 주펑롄(朱鳳蓮)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슬로베니아의 관련 정객(政客)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슬로베니아 정부는 대만과 그 어떤 공식관계를 구축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이행하고 대만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유럽 각국에서 탈(脫)중국, 대만과 유대 강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체코는 대만 방문단을 파견했다. 이후 12월 출범한 체코 신정부는 반중국·친대만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체코의 중도우파연합 정부는 인권과 외교를 분리하지 않는 외교정책과 대만, 일본 등 민주주의 국가와의 협력 강화를 천명했다.

2021년 11월, 리투아니아는 ‘대만’ 명칭이 들어간 대표처를 수도 빌뉴스에 개설했다. 같은 달 마타스 말데이키스 리투아니아 의원이 이끄는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의원 방문단이 대만을 찾아 쑤전창(蘇貞昌) 행정원장, 유시쿤(游錫堃) 입법원장 등을 예방했다. 리투아니아는 올해 중으로 대만 타이베이에 자국 대표처를 설치할 예정이다.

네덜란드 의회는 리투아니아의 대(對)대만 관계 강화와 대만의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 참여 등의 문제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2022년 1월 현재, 대만은 14개 공식 수교국 외에 한국을 비롯한 비공식 수교국 59개국에 97개 대표부와 사무처(총영사관)를 운영하고 있다. 2016년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취임 시 22개였던 수교국은 감소 추세이다. 2016년 상투메 프린시페, 2017년 파나마, 2018년 도미니카 공화국, 부르키나파소, 엘살바도르, 2019년 솔로몬제도, 키리바시와 단교했고, 지난해 12월, 니카라과도 하나의 중국 원칙을 들어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외교관계를 단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