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한테 따돌림당하면서 밤낮으로 책 1만권 읽은 13살 역사천재 준석이의 숨겨진 사정

윤승화 기자
2019년 10월 5일 업데이트: 2019년 10월 5일

줄넘기 10개도 하지 못해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건강한 13살 역사 신동의 꿈은 ‘선량한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지난달 25일 방송된 SBS ‘영재 발굴단’에서는 13살 역사 천재 박준석 군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SBS ‘영재 발굴단’은 숨어 있는 어린 영재들을 발굴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날 소개된 주인공은 책 없이는 살 수 없는 초등학교 6학년 책벌레 준석이. 준석이는 대략 잡아도 1만 권의 책을 읽었노라 했다.

준석이의 부모님은 “3살 때 아빠가 읽어줄 때 새벽 3, 4시까지 읽어준 적도 있다”며 “가끔 읽어주다가 잠이 들면 준석이가 깨운다”고 귀띔했다.

실제 제작진이 설치한 관찰 카메라에서 준석이는 한 번 앉으면 3~4시간 독서는 기본인 모습이었다.

SBS ‘영재 발굴단’
SBS ‘영재 발굴단’

책을 읽을 때는 뜨끈한 이슬차와 말린 도라지, 누룽지를 곁들인다는 애어른 준석이의 또 다른 직업은 국립역사박물관의 해설가.

주말마다 준석이는 역사박물관에서 방문객들에게 역사를 해설해주는 길라잡이 활동도 했다. 외국인 방문객이 찾아오면 영어로 설명했다.

류성룡이 쓴 징비록,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 등 어린 나이에 읽기 힘든 책까지 모두 섭렵했다는 준석이는 특히 역사에 관심이 많다.

준석이는 “주로 일제강점기나 조선 후기 쪽에 관심이 있다”며 “강제 징용이나 위안부에 대해서 일본 정부가 다 부인하고 있고, 아직도 책임을 안 지고 있다”며 “그래서 역사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고 자신의 생각을 야무지게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국립역사박물관의 해설가 활동은 물론, 위안부나 강제징용 사죄 요구 집회에도 꼬박꼬박 참석했다.

SBS ‘영재 발굴단’
SBS ‘영재 발굴단’

종일 바삐 움직이고 집에 돌아간 뒤에, 준석이는 익숙한 듯 연달아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천식약부터 만성 폐 질환 환자들이 먹는 약, 스테로이드 흡입제, 항생제, 위장약, 두통약, 해열제. 먹는 약만 일곱 종류에 달했다.

그렇게 약을 먹고도 통증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밤이 되자 준석이는 머리를 붙잡고 숨쉬기 힘들어했다. 대체 준석이는 어떤 상태인 걸까.

준석이의 어머니는 “준석이는 만 한 살에 폐가 터졌다”며 “죽는다고, 위급하다고 얘기도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사연은 이러했다.

SBS ‘영재 발굴단’
SBS ‘영재 발굴단’

준석이의 돌 무렵이었다. 건강했던 준석이가 가벼운 감기에 걸렸다. 주변 아이 부모들은 “감기에는 가습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하더라”라고 권했고, 준석이의 부모님은 아이의 건강을 위해 열심히 가습기를 틀기 시작했다.

청결하라고 가습기 살균제도 넣었다. TV 광고에 유명한 연예인들이 나와서 “안심하세요”하고 강조하던 가습기 살균제였다. 이후 1,400여 명의 죽음을 불러온 그 가습기 살균제였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준석이는 한 살 때 폐가 터졌다. 현재도 준석이의 폐 기능은 보통 사람의 64%에 불과하다. 응급실도 100번 넘게 갔다. 체중도 또래 평균 몸무게보다 14kg 적게 나간다.

숨을 잘 쉬지 못해 풍선을 불거나 단소를 불거나 운동을 할 수 없고, 병원에 다니느라 학교도 자주 빠지고, 그래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고, 친구들이 툭 쳐도 힘이 없어 넘어지기 일쑤다.

SBS ‘영재 발굴단’
SBS ‘영재 발굴단’

또래 친구들과 달리 이렇게 몸이 약한 준석이에게 책은 친구이자 세상을 보는 창문이었고, 준석이는 그렇게 책을 읽다 역사 천재가 됐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준석이는 그래서 의문이다. 왜 지난날과 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일까.

“욕심 많은 기업에서 만들어 판매하고, 정부에서 독성물질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고 허가해서 우리가 가습기 살균제를 쓰게 됐는데, 아무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아요”

그래도 준석이는 긍정적이다. 줄넘기 5개를 하는 것도 버겁지만 10개를 하기 위해 포기하지 않는다. 준석이는 “‘나는 이걸 못한다’ 이렇게 말하는 것보다는, 하려고 노력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그래서 약한 몸에도 박물관 해설가를 자처하고, 집회에도 참석하고, 줄넘기도 쉬지 않는다.

SBS ‘영재 발굴단’
SBS ‘영재 발굴단’

긍정적으로 살 수 있는 힘은 무엇이냐는 제작진의 물음에 준석이는 “한 살 때 폐 터진 것 때문인 것 같다”며 “몸은 잘 못 하지만, 마음만이라도 좀 더 발전시키고 긍정적이게 되고 그런 마음이 저를 강하게 만든 것 같다”고 역설했다.

“제가 제 손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넣었으니까 미안하다. 제가 아이한테는 가해자다”라며 눈물을 보이는 엄마에게 “엄마 때문이 아니다”고 답해주는 준석이의 꿈은 ‘선량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준석이는 “그런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게 되면 사회가 더 따뜻해질 것”이라며 “사회를 좀 더 따뜻하게 해주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바다같이 마음이 넓은 사람이 돼 다른 사람들과 온 세상을 따뜻하게 물들이는 게 꿈이라는 준석이. 방송을 접한 시청자들은 준석이를 향해 따뜻한 응원을 보내고 있다.

SBS ‘영재 발굴단’
SBS ‘영재 발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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