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 외교, 어디로 가고 있나?

2021년 5월 20일
업데이트: 2021년 5월 20일

2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첫 한미정상회담이 열린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에서 미국의 역할을 감안할 때 한미정상회담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국내외 언론사들은 이미 열띤 취재경쟁에 뛰어들었고, 다양한 각도로 조명된 기사들이 독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회담 아젠다(Agenda, 의제)이다.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슈들은 백신과 반도체 협력, 그리고 쿼드(Quad, 미국·호주·일본·인도 4개국으로 구성된 협의체)와 북한이다.

외교에서 두 주권국가 간에 이뤄지는 정상회담의 아젠다는 두 국가가 동등한 입장에서 협의하고 조율하게 된다. 그러나 철저히 힘의 원리가 지배하는 냉혹한 국제정치와 ‘현실 외교’에서는 의제 선정(Agenda Setting)을 할 때 두 국가의 힘의 비율이 적용된다.

고대 그리스를 배경으로 한 투키디데스(Thucydides)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Peloponnesian War)에 나오는 그 유명한 멜로스의 대화(the Melian Dialogue) “강자는 할 수 있는 것을 당연히 할 수 있고, 약자는 무슨 일을 당하든 감내해야 한다”처럼 강한 국가가 아젠다를 주도하는 ‘아젠다 셋터(Agenda Setter)’가 된다.

일반적으로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의제와 결과는 언론을 통해 알려진다. 하지만 두 정상이 주고받은 의제나 두 국가가 합의한 내용은 국가 안보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회담의 모든 부분이 공개되지는 않는다.

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선정한 아젠다는 무엇일까?

우선 미국은 청와대에 쿼드 참여를 강력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실질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결성된 쿼드 참여에 한국은 미온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한국은 건국 이래 한미 동맹의 틀 속에서 외교·안보 전략을 추구해오고 있고, 문재인 정부 5년 차인 지금도 그 틀은 유효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미 동맹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우리 외교부와 국방부는 전략적 측면에서 볼 때 모호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이 3년째 실내에서 컴퓨터로 이뤄지는 것을 두고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한미 연합훈련이 컴퓨터 게임처럼 돼가는 건 곤란하다”라고 말한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권을 중시한다고 알려진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인권상황을 언급하고 우리 국회가 2020년 12월에 통과시킨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에관한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할 수도 있다.

미국 의회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지난 4월15일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화상 청문회를 개최했다. 청문회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이 북한으로의 정보 유입을 막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4월28일 취임 후 처음으로 의회 연설을 하면서 북핵의 위협과 인권의 가치에 대해 언급했다. 이는 북한 인권과 관련 향후 미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이다.

21일에 있을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과 미국이 어떤 의제를 가지고 회의 테이블에 앉을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미국이 내놓을 의제에 쉽게 결론을 내기가 어려울 것이란 사실이다. 한국 대표단이 내린 결론에 따라 우리나라의 외교 기조와 한반도 주변국과의 관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쿼드는 중국, 인권은 북한과의 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그래서 한 나라의 외교적 판단 하나하나가 그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법이다.

여의도 면적만 한 유럽의 작은 도시국가인 모나코 공국(Principauté de Monaco)은 끊임없는 외교적 노력으로 프랑스에 합병되지 않고 지금까지 부유한 주권국가로 남아있다. 물론 프랑스와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이기도 하지만 명확한 외교적 목표와 방향이 설정되지 않았다면 지금쯤 모나코는 니스(Nice)처럼 남프랑스의 한 도시로 알려져 있었을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의 외교는 정확한 목표 지점과 방향을 가지고 항해하는 배가 아니라 망망대해를 떠다니다 장애물을 만나면 피해가기 급급한 표류 선박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다시 말해 중·장기적인 외교전략이 보이지 않았다.

방미 길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외교안보 참모들이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한미정상회담을 대비해 어떤 전략을 세웠을지 궁금하다.

/한용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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