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 콘텐츠 웹툰, 조용하게 미국 시장 스며들어

정향선
2023년 05월 10일 오후 8:34 업데이트: 2023년 05월 10일 오후 8:38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등 지난 2년 동안 미국 시청자들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에 열광하는 동안 또 다른 한국 문화 콘텐츠 장르 ‘웹툰’이 미국 시장에 조용히 스며들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5월 9일(이하 현지 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웹툰은 모바일 기기에서 스크롤해 보는 디지털 만화”라며 웹툰에 익숙지 않을 미국인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이어 “약 20년 전 한국에서 탄생한 이후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 기업의 지원을 받아왔으며 지금은 한국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콘텐츠 형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소개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이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웹툰 작가들은 기존에 출판하지 못했던 콘텐츠를 쉽게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다. 새로운 콘텐츠가 다양하게 온라인상에 전파되면서 독자층이 생성됐고, 가끔 고수익을 올린 작품도 나타났다. 웹툰은 만화책의 주요 독자층인 젊은 남성을 포함해 다양한 연령대 남녀 독자들을 사로잡는 콘텐츠 종류로 거듭났다. 

웹툰은 원산지 한국을 넘어 미국 시장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자회사를 설립했다. 초기 미국 독자를 위해 각색한 한국형 콘텐츠로만 미국 사업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전 세계 독자를 위한 웹툰을 만들기 위해 외국인 작가도 영입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네이버웹툰 전체 이용자 8600만 명 중 1200만 명이 미국인으로 집계됐다. 3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네이버웹툰이 발굴한 오리지널 시리즈 ‘로어 올림푸스’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많은 웹툰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로어 올림푸스는 그리스 신화 중 ‘페르세포네의 납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레이첼 스마이스의 웹툰이다. 2018년 3월부터 미국의 WEBTOON(네이버 웹툰) 영어 페이지에서 최초로 공개됐으며 지금까지 200회 이상 연재된 로어 올림푸스는 2022년 하비 어워드에서 ‘올해의 디지털 도서상’, 아이즈너스상과 링코 시상식에서 각각 ‘베스트 웹코믹’을 수상하는 등 글로벌 만화 시상식 3관왕을 달성했다. 

웹툰 초창기부터 작품 활동을 해 온 웹툰 작가 손제호 씨는 블룸버그에 “로어 올림푸스의 성공이 미국에서 웹툰의 성장 잠재력을 보여준다”며 “웹툰 시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나게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제호 씨는 “웹툰은 신속하게 확산하는 소셜 미디어의 특성 때문에 만화방에서 오후 시간을 보내는 대신 휴대전화를 붙들고 자란 젊은 이용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다”고 말했다. 독자들은 웹툰 전용 앱이나 일반 독서 앱을 통해 댓글을 남기며 새로운 에피소드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손제호 씨는 이를 두고 “만화 산업은 최신 시장 트렌드에 매우 민감한 산업”이라며 “그 연장선에서 이 비즈니스는 모든 콘텐츠 문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웹툰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등 다른 한국 문화 수출 품목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통신을 전했다. 

넷플릭스에서 가장 성공한 비영어권 프로그램 중 하나로 꼽히는 스릴러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지옥’ 등은 모두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됐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25일, 2016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한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4년간 한국 콘텐츠에 25억 달러(3조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투자를 통해 출시될 콘텐츠 중 일부는 분명 웹툰과 관련될 거라고 전망했다. 

국내 최대 웹툰 제작사 캐나즈의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이우재 씨는 통신에 “현재 개발 중인 한국 드라마 가운데 약 30%가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 의하면 국내외 제작자들은 인기 웹툰을 콘텐츠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신호로 본다. 인기 웹툰을 통해 고정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는 “할리우드에서 많은 청신호를 보내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