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 2월 ‘청소년 방역패스’ 예고 논란…헌법소원도 제기

이윤정
2021년 12월 13일
업데이트: 2021년 12월 14일

시민단체, 인권위에 진정 고3 포함 453명, 헌법소원심판 청구
교육부·질병관리청 “개선안 마련할 것”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 의장 “형평성 있게 조정”
이재명 “백신 패스 시행과정서 소통과 설득 부족” 

내년 2월, 정부가 전격 시행을 예고한 이른바 ‘청소년 방역 패스’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2월 3일, 정부는 내년 2월 1일부터 만12~18세(초6~고3) 청소년에게도 방역 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를 확대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학원, 도서관 등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다중시설까지 방역 패스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사실상 ‘백신 강제 접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일부 학생·학부모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1월 26일 ‘백신 패스(일명 방역 패스) 다시 한번 결사 반대합니다’라는 청원 글이 게시됐다. 해당 청원은 12월 26일 서명 종료까지 2주 가까운 시간이 남았음에도 12월 13일 기준, 청와대나 관계 부처가 답변해야 하는 동의 수 20만 명을 1.5배 상회하는 35만 명을 넘어섰다.

청와대 국민청원 ‘백신패스 다시 한 번 결사 반대합니다’가 12월 13일 서명자수 35만명을 넘어섰다. | 청와대 국민청원 화면 캡처

시민단체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 서울교육살리기학부모연대, 서울바로세우기시민연대 등 3곳의 시민단체는 12월 8일 “청소년 방역 패스 적용은 학습권 및 접종 선택 자유 등 인권을 침해한다”는 요지의 진정을 제기했다. 다음날인 12월 9일, 전국학부모단체연합을 비롯한 63개 시민단체는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 청사, 세종시 교육부 청사 앞에서 ‘청소년 방역 패스 도입 철회’를 촉구하는 항의 집회를 열기도 했다. 같은 날 서울시학부모연합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를 방문하여 긴급 정책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간담회에서 서울시학부모연합은 “청소년 방역 패스 도입은 준비 안 된 위드 코로나로 발생한 대혼란의 책임을 학생들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조치”라며 정부를 향한 성토의 목소리를 높였다.

청소년 방역 패스 정책은 급기야 헌법 소원 심판 제기로 이어지기도 했다. 헌법 소원 심판을 제기한 것은 현재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중심이다. 검정고시 준비생인 양대림 군 등은 “청소년 백신 패스는 위헌”이라는 요지의 헌법 소원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해당 청구는 유튜브 채널 ‘양대림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양대림 군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모집한 청구인 452명이 제기했다. 이들은 12월 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정책은)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된 교육을 받을 권리(학습권)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 김부겸 국무총리,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등 현 정부 방역 정책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직권 남용 및 권리 행사 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학생과 학부모의 거센 반발에 정부도 진화에 나섰다. 주무 부처인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은 청소년 백신 패스 정책 적용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청소년 대상 코로나 19 백신 접종은 필요 불급하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12월 8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서울시 영등포구 양화중학교에서 진행한 ‘학생·학부모·전문가와 함께하는 온라인 포럼’에 참석하여 “(청소년 방역 패스 정책 시행은) 사회적 합의나 원칙을 훼손하지 않고 현장 수용성을 높이면서 적용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유은혜 장관은  “확진된 소아·청소년 다수가 접종을 하지 않았거나 완료하지 않았다”며 청소년 대상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포럼에는 최대 4000명이 동시 접속했다. 실시간 댓글 창에는  ‘방역 패스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글이 쇄도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나섰다. 12월 9일,  ‘코로나19 예방접종 특집 브리핑’에서 정은경 청장은  “학생, 학부모, 관련 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교육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당사자들의 불편을 줄일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소년 방역 패스 시행이 지나치게 이르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청소년들이 주로 생활하는 공간을 접종자 중심으로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고려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논란은 집권여당으로도 파급됐다. 여당 정책 사령탑인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12월 9일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백신 미접종자  인권침해,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 방역 패스가 학교에는 적용이 안 되고 사설 학원에만 적용되는 형평성 문제 등 모든 논란의 책임은 저희에게 있다. 당정이 형평성 있게 정책을 조정해 나가겠다”고 발언했다. 박완주 의원은 “최근 2주간 코로나19로 확진된 12~17세 사이 청소년 2990명 가운데 99.9%에 해당하는 2980명이 백신 미접종자인 것만 봐도 코로나 19 백신의 효과를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혀 청소년 대상 백신 접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정부 관계부처 의견과 대동소이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정부의 정책 집행 과정에서 설득과 소통 부재를 지적했다. 12월 9일, 이재명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게재한  ‘청소년 백신패스 논란, 국민과 함께 가야 코로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책 내용도 중요하지만 일관성이 더 중요하다. 그간 정부가 청소년 백신접종을 권고사항이라고 한 후 충분한 설명이나 사회적 논의 없이 곧바로 백신접종을 강제하는 정책을 내놓은 것은 문제가 있다” “소아 및 청소년 대상 백신접종이 필요하더라도 백신 효과성∙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이상 반응에 대한 우려 불식 및 보상∙지원 강화 방안이 먼저 제시됐어야 한다. 왜 청소년 접종이 필요한지 과학적 설명을 통해 이해를 구하고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과정이 부족했다” 이재명 후보는 “백신접종에 대한 국민 불안감 해소를 위해 정부와 여야가 함께 모여 구체적 논의를 이어가길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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