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하니까 학교 오지 마세요” 초등학생 아들에게 ‘슬픈 부탁’ 받은 배달부 아빠

윤승화
2020년 9월 24일
업데이트: 2020년 9월 24일

가스 배달원 아빠를 둔 11살 초등학생이 있었습니다.

댄(Dan)이라는 이름의 소년의 같은 반 짝꿍은 매일 값비싼 장난감을 학교로 가지고 와서 자랑하기를 좋아하는 친구였어요.

짝꿍의 부모님은 부유한 사업가였고 가정 형편도 넉넉했습니다.

그러던 얼마 전, 담임 선생님이 아빠의 직업에 관해 쓰는 글짓기 숙제를 냈습니다.

댄의 짝꿍은 같은 반 친구들에게 “우리 아빠는 회사 CEO고 외제 차를 몬다”고 자랑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다른 모든 친구가 짝꿍의 이야기에 부러워할 때, 댄은 자기 자리에 조용히 앉아 아빠에 대해서 무어라 써야 할지 걱정했습니다.

멋진 양복을 입고, 매일 아침 운전사가 모는 차를 타고 출근하고, 사무실에서 일하는 짝꿍의 아빠와는 달리, 댄의 아빠는 낡은 오토바이를 몰고 가스통을 배달했습니다.

댄의 아빠에게는 양복 한 벌조차 없었어요. 일할 때마다 입는 파란색 청바지는 너무 닳아서 회색으로 보일 정도였어요.

마침 짝꿍의 이야기가 끝났고, 짝꿍은 무심코 댄에게 물었습니다.

“너희 아빠는 무슨 일 하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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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의 얼굴은 순간 확 달아올랐습니다. 댄의 입에서는 엉겁결에 거짓말이 튀어나오고 말았습니다.

“우리 아빠도 CEO야. 우리 아빠도 외제 차를 운전해”

댄의 대답을 들은 짝꿍과 친구들은 놀라워하며 “너희 아빠 학교에 오실 수 있어?”라고 물었습니다. 댄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습니다.

마침 우리나라의 어버이날이라고 할 수 있는 아버지날(Father’s Day)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댄의 아빠는 아버지날을 맞아 열리는 학교 모임에 참석할 계획이었고, 아빠는 학교 방문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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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날 댄은 방과 후 곧바로 집으로 가서 아빠에게 말했습니다.

“아빠, 아버지날에 학교 오지 마세요. 앞으로도 오지 마세요”

갑작스러운 아들의 말에 당황하던 아빠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우리 반 애들 아빠들은 다 양복 입고 자동차 몰고 출퇴근해요. 아빠는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도 아빠가 양복 입고 자동차 몰고 다닌다고 거짓말했어요. 그러니까 오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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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습니다.

“걱정하지 말려무나”

아빠의 뜻 모를 대답만이 돌아왔고, 시간은 흘러 그렇게 아버지날이 다가왔습니다.

친구들이 자기 거짓말을 알게 될까 봐, 댄이 아빠가 오지 않기를 바라며 초조해하면서 교실 창밖을 바라보던 때였습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검은 정장을 입은 중년의 남성이 교실로 걸어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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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은 남성의 걸음걸이가 아빠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왼쪽 손목에는 반짝이는 시계를 찼고, 머리는 빗질해 한쪽으로 깔끔하게 넘긴 모습이었습니다. 덥수룩했던 수염도 깨끗하게 면도한 채였습니다.

깜짝 놀랐던 댄은 내심 안도했다가, 다시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에게 말해두었던 것처럼 아빠가 값비싼 외제 차를 운전할 수 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빠의 교통수단은 낡은 오토바이뿐이었으니까요.

뜻밖에도 학교 운동장에는 외제 차 한 대가 주차돼 있었습니다. 아빠는 아들의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아들을 차에 태우고 차를 몰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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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운전대를 잡고 도착한 목적지는 댄에게는 낯선 장소였습니다.

그곳에는 아빠의 회사 상사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사연을 들은 아빠의 상사가 정장과 차를 모두 빌려준 것이었죠.

아빠는 상사에게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아빠의 인사에 빙긋 미소를 짓던 상사는 댄에게 다가왔습니다.

“네가 댄이구나. 네 얘기를 많이 들었어.

자, 저기 보이는 작은 가스통 하나만 가져다줄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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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은 상사가 시키는 대로 따랐습니다. 문제는 가스통의 무게였습니다. 댄은 있는 힘껏 가스통을 들어 올리려고 했으나 소용없었습니다.

이렇게 무거운 가스통을 아빠는 어떻게 매일 들고 날랐던 걸까?

가스통 하나를 붙잡고 낑낑거리는 댄을 보며 아빠의 상사는 말했습니다.

“네 아빠가 매일 얼마나 열심히 일하시는지 아니? 조금이라도 빨리 배달을 하려고 한 손으로 가스통을 옮길 정도이시란다”

그 순간, 아들은 자기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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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아들이 학교에 갈 수 있도록 매일 열심히 가스통을 나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번 돈으로 자주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사주고, 또 가끔 아들이 갖고 싶어 하던 장난감을 선물하는 아버지였습니다.

아빠는 그렇게 튼튼하지 못했습니다. 허리가 아프다고 지나가듯 털어놓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아빠는 일을 그만두지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이 잘 먹고 잘 자고, 새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갈 수 있으면 아빠는 그걸로 족했습니다.

그 이후로, 댄은 아빠에 대해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냐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희 아버지요”

굿타임즈 보도 화면 캡처

위 사연은 최근 외신 굿타임즈(Good Times)에 소개되며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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