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총통 “대만은 스스로 강해져야”…中 “제2의 아프간” 비아냥 일축

장민기
2021년 8월 19일
업데이트: 2021년 8월 19일

중국이 대만을 향해 ‘제2의 아프가니스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가운데,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민주주의 국가로서 자유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천명했다.

차이잉원 총통은 18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의 존재를 스스로 의미 있게 만들어야 한다”며 “민주와 자유에 대한 견지, 국제사회의 집단 안보와 번영을 위해 대만은 필수불가결한 존재”라고 밝혔다.

대만은 중화권에서 유일하게 민주주의 정착에 성공한 국가다. 공산주의 중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사회주의 가치 확대와 패권야욕을 노골화한 상황에서 대만 아태 지역 자유진영의 최일선 방어선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한국과 일본에 의지하고 대만의 자기방어 노력을 저평가했지만, 이날 차이잉원 총통은 “공동의 가치와 이익을 지닌 파트너와 함께 노력하고 협력해야 한다”면서도 “남의 보호에 의존하는 것은 우리의 선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차이잉원 총통은 “며칠 후면 8·23 진먼(金門 ·금문)전투 63주년”이라면서 “63년 전, 대만 국민은 자신의 고향을 지키기 위해 군민이 합심해 위협을 물리쳤다. 이 전투의 승리가 (대만의 결속을 나타내는) 가장 좋은 증거”라고 말했다.

진먼전투는 제2차 국공내전 중이었던 1949년 10월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중화민국(대만)과 중화인민공화국(중공)이 금문도를 두고 벌인 전투다. 면적이 151.7㎢로 울릉도의 2배 정도인 금문도는 대만섬과는 200km 정도로 멀지만 중국 본토에서 10km로 가깝다.

금문도는 국공내전 막바지에 밀리던 중화민국(국민당)의 최후 방어선으로, 중공이 엄청난 공세를 퍼부었지만 중화민국 군대가 죽음을 각오한 저항으로 막아내면서 지금까지 중화민국의 영토로 남게 됐다.

차이잉원 총통이 언급한 8·23 진먼전투는 1958년 8월 23일 벌어진 두 번째 전투를 가리킨다. 중공은 10여년 전 패배를 거울삼아 무려 한 달 반가량 47만발의 포탄을 퍼부었으나 결국 섬을 빼앗지는 못했다.

차이잉원 총통은 중공에 유화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일부 내부 여론을 의식한 듯 “가치를 공유하지 않으며, 대만을 향한 무력 사용을 포기하지 않는 상대방의 일시적인 선의와 베풂은 더더욱 우리의 선택이 아니다”라며 자유민주를 포기하고 중공과 손잡아야 한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이어 “각종 위협과 협박을 직면하는 상황 속에서, 만약 이 세대가 대만의 안보·자유·민주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포기한다면 다음 세대에 두고두고 미안할 것”이라며 “자유·안보 수호는 대만 총통으로서의 사명이다. 이는 동시대를 사는 모든 대만인도 같은 사명이기를 바란다. 함께 노력해주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차이잉원의 메시지에는 미국에 의존하거나 기대하는 언급은 없었다. 대만 스스로 영토를 수호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8·23 진먼전투를 언급한 것도 다른 국가의 지원을 일부 받을 수는 있지만 결국 믿을 것은 자신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17일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미국이 카불(아프간) 정권을 버린 것은 아시아 일부 지역, 특히 대만에 충격을 줬다. 이제 대만도 미국을 믿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을 것”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친미 정부는 몰락한다며 공산주의 중국 대신 자유민주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을 선택한 차이잉원 정부를 공격한 것이다.

탈레반 정권이 아프간 정부를 무너뜨리자, 중국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은 16일 “아프간 인민의 염원과 선택을 존중한다”며 탈레반 정권을 사실상 승인했다. 또한 탈레반의 승리는 아프간 사람들의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공산당은 국공내전에서 국민당에 승리한 것에 대해 ‘중국 인민의 선택’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날 화춘잉 대변인의 발언은 탈레반 승리를 빗대어 국공내전 승리를 환기한 것이다.

중국 문제 전문가 리린이는 “화 대변인은 이 비유가 중국 공산당을 유엔 안보리에 의해 테러조직으로 지정된 탈레반과 같은 집단임을 자인한다는 점에 대해선 그리 주의하지 못한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둘 다 테러와 관련 깊고 자국민을 억압한다는 점에선 적절한 비유”라며 “중공은 국호에 ‘공화국’이라는 단어를 넣었지만, 민주주의 실현이나 시민권 보장엔 인색하다. 지금 중국인들의 선택을 다시 받아본다면 같은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장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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